정말 어지간해서는 웃음으로 넘어가는 저를 인간 한계의 경지까지 분노하게 한 악질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 정체는 바로 '초딩'
인터넷 상에서 초딩에 대한 여러 비난이 오갔지만 저는 그저 철 없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익명성 때문에 버릇들이 없어진 것이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나 말 그대로 전 순진한 녀석이었습니다.
오늘 강남 c병원의 컴퓨터 카페 오후 9시 12분.
놈은 제가 일하면서 사용하는 첫번째 지정석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 미친 말이 발광을 하듯 사뿐히 날아왔다고 해야 정확하겠군요.
정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어제 새벽 3시까지 힘들게 왁스칠해 놓은 바닥이 순식간에 흑발로 더럽혀지더군요.
그러나 저는 참았습니다.
어린 아이였으니까요.
뭐, 상당히 똘똘하게 생겼고 앞머리만 눈썹 넘게 기르고 안경을 꼈는데 껌을 씹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입술의 뒤틀림과 턱의 굴곡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말 그대로 '빰 한대 맞을' 모습이었지요.
그래도 저는 참았습니다.
어린 아이였으니까요.
사건은 녀석이 10여분 정도 컴퓨터를 사용하던 때 일어났습니다.
경비인 저는 제 구역인 1층과 2층을 수시로 순찰해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녀석이 컴퓨터에 앉는 순간부터 10분 정도 자리를 비웠는데 돌아오니 놈 역시 없더군요.
막힌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원했지요.
그러나 컴퓨터를 보고나서 저는 절망해야 했습니다.
첫번째 컴퓨터 '리니지 2'
두번째 컴퓨터 '아스가르드'
세번째 컴퓨터 '바람의 나라'
네번째 컴퓨터 '메이플 스토리'
다섯번째 컴퓨터 '뮤'
(참고로 카페의 컴퓨터는 다섯대입니다)
...컴퓨터를 박살내고 놈을 찢어죽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즉 놈은 비어있던 다섯개의 컴퓨터를 혼자서 독식하는 절륜한 광기를 발휘한 것 입니다.
이 광경을 학원장이 봤다면 관리 소홀로 저는 감봉에 일하는 동안 완전히 찍혔을 것 입니다. 학원장에게 찍히면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에게 감시당해 농땡이나 요령 따위는 절대 피울 수 없는 상황에 빠집니다. 말 그대로 전자동 오토매틱과 같이 개처럼 일하는 경비로 탈태환골해야 하는 것이지요.
과거 어느 우스개 소리에서 초등학교를 무림에 도입한 부분에서 피식 웃어넘겼는데 이제서야 저는 초딩이라는 녀석의 무서움을 몸소 겪은 것 입니다.
저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가슴 속에 구겨넣으며 다운로드 되는 파일들의 창을 전부 닫았습니다.
필요없는 컴퓨터는 모두 종료했지요.
그러나!!!
3-4분 쯤 지나 놈이 돌아왔습니다.
조금 미안하더군요.
어른으로서 놈에게 양해를 구하고 타이른 다음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만 했다는 아쉬움이 마음 속에 응어리로 남았지요.
그래서 놈에게 사과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 병원 방침상 한 사람이 컴퓨터 여러개를 사용하거나 게임을 깔면 안되거든? 이해해 주겠지?"라고 했지요.
그러나 돌아온 말은...
"18! 받느라고 엿na게 시간 걸렸는데!!! 아!!! jjang나!!! 어떻게 할 거에여, 아자씨."
...였습니다.
저는 녀석의 면상에 스트레이트를 박아넣었고 왼쪽 수도로 토마호크처럼 녀석의 머리통을 두쪽내었습니다.
물론 상상이었지요.
너무 기분이 나빴지만 경비 입장에서 아이에게 큰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지라 결국 녀석을 더 타일렀습니다.
"컴퓨터 사용할 시간도 지났으니까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그러자 놈은 한 번 째려보더니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으로 미끄러지며 날아가더군요. 저는 한 숨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마저 종료했지요.
그러나 놈은 프로였습니다.
제가 시선을 땐 사이에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삿대질을 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이 곳의 유리는 전부 비치는 유리라서 저에게 그 장면을 걸리고 말았습니다.
"fuck you, 엿 드셈."
인터넷에서 떠다니던 그 광경이 연상되더군요.
저에게 더 이상의 인내력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미친 듯이 달려가 놈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가 미친듯이 어퍼컷을 날렸지요...와 같은 일은 할 수 없었으나 놈을 추궁해 놈의 부모를 찾아갔지요.
그러나 이 곳은 부익부 빈익빈의 온상, 브랜드의 천국 강남이었습니다.
돈 좀 있어보이는 놈의 부모는 오히려 저에게 언성을 높이시더군요.
아이가 그런 건데 철이 덜 든 것이냐!!! 뭔 병원이 이 따위냐!!! 식으로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목격자까지 대질시켰지요.
강남 c병원은 워낙에 부실공사의 온상지라서 그런지 마침 그 근처에서 공사를 하던 시설부 형님이 이것을 보신 것 입니다.
결국 놈은 모든 사실을 불고 자수하여 광명을 찾았습니다.
강남 c병원의 부실공사에 살아 생전 처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 순간이었네요.
*에필로그*
놈은 결국 자신의 집으로 송환되었고 놈의 부모 역시 사과를 했지만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자화상을 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어른을 우습게 알고 욕에 익숙해져 있으며 향락적인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순진한 옛 모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저 뿐인 것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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