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작품에 대한 평가
오늘 고양이의 보은을 보러 갔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 원령공주,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게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는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고양이의 보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대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더군요.
다소 철학적인 뜻이 담긴 작품과 다소 덜한 작품.
저 같은 경우에는 전자를 더 좋아합니다. 보고 난 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보다, 보고 난 후에 뭔가 짜르르하게 남는 감동이 있어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양이의 보은은 후자에 속하는 것 같더군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던 저로서는 다소 실망했습니다.
뭔가 전하는 뜻은 없어 보였지만요. 뭐 굳이 말하자면 누군가를 도우면
꼭 되돌아온다…. 또는 자신의 현재 삶에 만족하라, 그런 뜻이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관점으로 볼때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였습니다.
평범한 소녀, 하루
하루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그 날도 똑같이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합니다.
하루는 지각을 한 바람에 교실에서 망신을 당하고, 짝사랑하는 남자애
(이름 기억 안남-_-;)의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것에 부끄러워합니다.
하교시간, 하루는 친구와 함께 집에 가던 도중 선물을 물고 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고양이는 찻길을 건너다가 선물을 놓치고,
그 선물을 주우려다 차에 치이려 합니다.
하루는 라켓으로(이게 뭔지 모르겠음-_-;) 그 고양이를 쳐서 구하고,
가까스로 살아난 고양이는 갑자기 일어나 몸을 툭툭 털며
고맙습니다. 지금은 바쁘지만 나중에 꼭 보답을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사라집니다.
그 후로 벌어지는 사건의 연속
한밤중에 고양이들이 찾아와 인사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본 마당에는 온통 고양이풀이 산들거립니다.
등교길에는 남자 고양이들이 줄을 이어 쫒아다니게 되고
신발장에는 예쁘게 포장한 새앙쥐들이 튀어나와 와글거립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죽게 내버려 둘 걸,
그러던 하루는 짝사랑하던 남학생과 1학년 여학생이 즐겁게 웃으며
계단을 오르는 것을 발견합니다.
쓰레기를 치우면서 고개를 숙이는 하루.
그런 하루의 모습에서는 여느 십대 소녀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짝사랑의 감정, 그런 것이 풍겼습니다.
하루에게 갈색 고양이가 다가오고, 고양이는 오늘 밤 고양이 왕국에
하루를 초대하겠다고 당당이 선포합니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고양이들 종류가 다 번하더군요.
룬 왕자는 러시안 블루, 유키는 터키쉬 앙고라, 저 갈색 고양이는 스코티쉬폴드~
갑자기 고양이에 대한 탐욕이 듫끓습니다. 우오~☆_☆)
꽃미묘, 바론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고양이 사무소로 가세요, 당신을 도와줄 거에요.
사거리에서 하얀색 고양이 무타를 만난 하루는 무타를 쫓아가고
거기에서 바론과 토토를 만납니다.
갑자기, 바론과 잠봉군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로 닮았습니다-_-. 혹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잠봉군을 보고 바론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닌 건가 의심될 정도로요.
그리고 밤이 되었고 고양이 왕국에서의 초대가 시작됩니다.
고양이의 보은
행운은 어디에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봐요.
하루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그녀는 챗바퀴 도는 것 같고 볼품없어 보이는
평범한 자신의 일상에 언제나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그 환상의 나라에 행복의 열쇠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십대 소녀의 평범한 몽상이지요.
가영이도 그런 꿈을 꿀 때가 자주 있습니다. 저 하늘의 문이 열린다면?
내가 무림의 세계로 간다면? 혹은 판타지의 세계로 간다면 그 곳에서
멋진 모험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내 생각을 접습니다. 공부하는게 비록 힘들더라도 새로운 세계에
가서는 또 그만큼의 책임이 있겠죠. 목숨을 건 사냥이든, 용병 생활이든.
겉보기는 그게 더 즐거워 보이죠. 자연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엘프와 늑대 종족과
노래를 부르고 드래곤과 함께 춤을 춥니다.
그러나 모든 게 상상처럼 되는 건 아니죠. 바보같아 보일 지는 몰라도
가영이는 현재 삶에 만족합니다. 비록 맛뵈기지만 무협을 즐길 수 있고
앉은 상태에서 드래곤과 인간의 사투를 구경할 수 있으니까요.
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그녀가 상상하던 그대로의, 모든 것이 아름다운 환상적인 고양이 왕국.
맛있는 것이 가득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평온함이 왕국에 감돕니다.
황금빛 하늘에는 구름이 둥실둥실 떠 다니고 호수 가운데에 아름다운
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쁜 고양이들이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시중을 들어 주며 멋진 고양이 왕자님과의 결혼이 기다리고 있죠.
신기한 것들이 가득 찬 곳이고, 하루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고양이가 됩니다.
하루가 '고양이 왕국도 좋네. 한번 살아볼까?' 하는 마음을 먹을 때마다
그녀는 점점 고양이로 변해 갑니다. 귀가 돋고 코가 분홍색으로 변하고
수염이 돋습니다.
그러나 바론의 "자신의 삶을 잊지 마!" 라는 따끔한 한 마디에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됩니다.
모든 것이 행복했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그녀를 고양이 왕국에서
구출해 낸 것은 바론도, 토토도, 무타도 아닌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행복은 먼 환상의 나라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개처럼 쥐어도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고
구름처럼 정처없이 흘러가다 흔적도 없이 흩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모니터를 보고 있는 당신의 여유로움.
차 한잔을 즐기며 달콤한 케이크를 즐기는 포만감.
걱정 없이 포근한 이불을 덮고 누워서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는 것.
모두가 당신에게 주어진 행운입니다.
지금의 삶을 즐기세요.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삶을 물살 밀려가듯
보내버린다면 당신에게 미래의 행복이란 없을 것입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 보세요. 자신의 삶은 소중한 것입니다^^.
끝으로. 가영이의 생각
가영이는 언제나 뒷북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작 영화 볼 때는
"아아☆_☆! 사랑스러운 바론군!"
"오동통통통 무타군~ 아아~ 귀여워~(풀썩)"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으읏, 토토군! 너무 사랑스러워!"
…뭐, 이렇게 보지만
집에 와서는 언제나 그 장면이 어떠한 뜻을 담고 있었던 것인가.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든지, 사이트를 찾아 보면서 새로운
그림을 즐긴다거나… 뭐 아무튼 상당한 뒷북쟁이죠.
보기 전부터 영화평을 감상하고 내용을 알고 가면 재미없습니다.
"아, 저건 저래서 그런 거구나!"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거든요.
직접 생각해 보는 마음. 비록 인터넷상에 올라온 진짜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멋지지는 않더라도 영화를 보고 난 후 누구나 한번씩
"아, 저건 이래서 이런 거야. 정말 훌륭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에, 아무튼 잡설이 길었습니다.
고양이의 보은, 추천입니다!
거울속으로, 데드켐프(맞나?) 등등 공포영화들이 주를 이루는 지금이지만
가끔은 이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환상적인 몽상이 가득한 어린 시절 꿈꾸던 무지개빛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게 중2 여학생이 할 소리냐? [퍽. 무슨 40대 아줌마가 하는 소리 같잖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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