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배달원'의 무너진 '성공신화'>
(광주=연합뉴스) 남현호.손상원 기자
해병대 바지와 선글라스, 질끈 동여맨 머 리띠와 노란 번개 깃발로 유명해져 전국 각지를 도는 '스타강사'로 성공신화를 일궈 냈던 '번개 배달원'의 이중인생이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자신이 아닌 남의 이름으로 10년 가까이 살아온 김씨(39)에 게 '번개'라는 별칭은 남의 이름으로 불리는 죄책감으로부터의 해방구이자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없게 만든 족쇄였다.
어린 나이에 차례로 재가한 부모에게 버림 받고 할머니와 함께 자란 김씨가 자장 면 배달을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 광주 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돈벌이를 찾아 무 작정 상경했을 때 부터였다.
신장개업 중국 음식점에 일하면서 진부한 곽성냥 대신 스타킹을 홍보물로 돌리는 등 톡톡튀는 개성과 아이디어로 배달원으로서 성실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김씨는 서울 명동과 을지로 등지에서 9년간 배달생활로 모은 돈 2천800만 원을 사업에 투자, 부도를 맞는다.
건설현장 막노동, 한식집 배달원 등을 거치면서 재기를 꿈꿔오다 적응에 실패, 결국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앞 모 중국집 배달원으로 자장면과 다시 인연 을 맺었다.
이곳에서 김씨는 `주문 전화를 끊는 순간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는 명성을 얻 을 정도의 신속함과 대학내 학과별로 주간 배달량 순위를 매기는 등 독특한 아이디 어로 차츰 고대앞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이 무렵 방송과 신문지상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김씨는 `21세기 신지식 인'으로 대상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독특한 배달철학과 서비스 정신을 강의 하는 스타강사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번개반점' 상표출원을 내고 전국의 체인망을 거느린 사장이자 ' 번개 외식경영 컨설팅 연구소장'이라는 거창한 직함까지 얻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모두 자신의 이름이 아닌 '조태훈'이라는 이름으로 거둔 것이었다.
주민등록 직권 말소로 통장을 만들 수 없어 위조해 사용하기 시작한 주민등록증 의 주인이자 동료였던 `조태훈'이란 이름으로 그는 10년을 살아야했고 자신의 이름 을 찾으려 했을때 이미 그는 자신도 감당못할 정도로 유명해져 있었다.
혼인신고도 할 수 없었고 학교에 입학하는 7살배기 큰 아들은 부인의 호적에 입 적해야만 했다.
18일 경찰에 붙잡혀 10년간의 이중생활을 마친 김씨는 "남의 이름으로 얻은 명성 에 대한 죄값은 달게 치르겠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