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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진짜 눈물나와요 #5

작성자
Lv.1 코세이
작성
10.07.14 17:44
조회
7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데..

그제야 녀석도 뒤에서 들리는 외침을 무시하며 정신없이 내 옆에서 달리고 있었다.

....씨..

"너...!!!!"

...설마가 사람잡았군..

"학....이 나쁜 새끼!!!!..하아,하아... 감히!.. 내게 거짓말을 해????!!!"

소리를 지르고 난 고개까지 젖히면서 눈까지 질끔 거리며 달리고..

녀석 역시 이를 악문체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구석진 코너를 돌고..

"지는!!!!하악..!!하아.. 너 나한테 그런 말 쓸수 있어???!!!!!네 자신..하아.!..부터 먼저 생각하지 그래???!!"

녀석이 정신없이 반문하고..

순간적으로 전속력으로 뛰면서 왜 뛰고 있었는지가 생각이 안 날정도까지 가자..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차츰 속도를 줄였다..

"하아..학.."

"케엑...하아아....학.."

한참을 헥헥 거리다가 서로 쳐다보고...

아까와는 다르게..

....괜히 어색하게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

존대말을 써야하나?

..

새삼 아까 했던 욕들이 떠올라서 얼굴이 달아올랐고..

도움 요청하기는 글러먹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돌아 다녔다.

"...생각지도 못했..어....많이 아파서 누워만 있다는 세를 전황제가 이렇게 눈앞에 있을줄이야.."

....

아파서 누워만 있어..?

.......뻔했다.

케인이..분명..나에대해 묻는 카르딘황제에게 한 말이겠지.

....

"나 역시..야.. 젊다는 말은 들었지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 사람일줄이야."

내 중얼거리는 말에 녀석이 피식. 하며 웃는다.

"아까 네가 황제라 착각한 사람은 내 경호원이야. 아마 나를 찾고 있을걸.

어차피 피장파장이네. 그러고 보니.....뭐, 이제와서 존댓말하기도 그렇고..

..통성명이나 하자. 나는.....케이드의 황제 이노겐 카르딘이다."

.........

녀석이 빙긋 웃으며 손을 내민다.

..

케이드의 황제...

"블리스 전 황제 카르벨 세를이다."

녀석이 내미는 손을 잡으며 싱겁게 웃음을 지었다.

...

악수하던 손들이 떨어지고..

녀석은 한참이나 나를 응시하더니 입을 연다.

"내가 들은 소문이 맞는거 같은데..?"

"...?"

"성격은 더럽지만 아름다운 황제."

...

울컥.

인상을 찌푸리고 다시말해보라는 듯 녀석을 노려보는 나를..

녀석은 한참 보다가 갑자기 폭소를 한다.

"아하하하~!!! 생각해보니 너무 웃기잖아..너. 자기를 가지고..뭐라고 그랬지? 강하고 멋지고 근사..하다고 했던가..???"

....

"시끄러..!!"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저절로 느껴졌다.

스스로 자기를 변호했다는 꼴을 자세히도 들켜버렸다. 젠장.

...?

한참을 웃던 녀석이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끌어당긴다.

!!!!

그리고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내 손등에 입을 맞춘다.

"...꼭..한번 만나고 싶었어."

...........

..........................

내 앞에 앉은체 나를 올려보는 그 모습에..

저절로 할말을 잃은듯..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나를....왜 찾았지..?"

..........녀석이 내게 물었고..

그런 녀석을 내려보며..그제야 나는 입을 열었다.

".....내가 물어볼 말이야. 네게는 나보다 케인이 더 중요할텐데..왜 나를 찾았어..?"

...

.........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녀석과 나는 서로를 바라본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젠장.

급한 나부터 말을 하기로 생각하고 슬쩍 입을 열었다.

"......너.....말이야.."

아쉬운 소리를 한다는 건 무척이나..

이 블리스의 전 황제로서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였지만..

그것을 따질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

내 말을 막고...

서둘러 말을 해놓고서 뒷말을 흐리는 녀석을 말없이 바라보자..녀석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어 말을 이어간다.

".....나는 너를 보러 왔어.."

잡았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는것이 느껴졌다.

.....

............

"무......슨 말이..야..?"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으니 녀석의 눈이 더욱 깊히 나를 담는다.

....

슬쩍 손을 빼려 했는데..녀석이 더욱 꽉 잡아 빼지지 않는다.

"카..르딘."

".......세를."

...

...........

내 이름을 부르는건 카르딘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순간 나와 마찬가지로 낯빛이 변한 카르딘이 고개를 돌려 어느쪽을 바라보고..

...그것을 보며 나역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커다란 나무 옆에서 나무에 기댄체 이쪽을 응시하는 케인이 보였다.

...........

...

"...케인."

케인의 표정이 없었다.

정신없이 흩날리는 파티의 조명불이 우리에게도 비춰지고 있어..얼굴을 보기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녀석의 표정은 정말 알수 없을만큼 무표정을 유지했다.

........

".....우연히 세를 전 황제님을 만나게 되어 인사를 드렸습니다. 케인황제님."

어렴풋이 봐도 확연히 느껴질만한 무거운 공기사이에서..

카르딘은 꿇어있던 자세에서 일어나 너무나 익숙하고 밝은 톤으로 케인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은근히 놀라며 케인쪽을 바라보니 녀석의 표정없는 눈이 잠시 치켜떠진다.

...

아무리 케인놈의 말을 듣지 않고 나와버렸다 해도 나는 누가 뭐래도 녀석의 황제였으니..

이런 파티의 자리.. 저런 타국의 왕 앞에서까지 케인녀석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은순간 입을 열어.

"..나........몸 아픈게 많이~ 나아져서..기적이 내려서 방금 벌떡 일어나 나온거야. 그러니 이해해줘."

교묘하게 악센트를 주면서 말해나가며 케인쪽을 바라보고 씨익 웃었다.

나를 병에 골골대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고...강금에..

....내게 화를 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한동안의 침묵이 주위를 감싸안았다고 생각했다.

나를 바라보던 케인의 미간이 잔뜩 좁혀지며..녀석이 화나 있음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곧 비가 올거 같아. ...들어가자. 세를."

...

케인은 천천히 말을 한뒤에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어이없는 얼굴은 아랑곳하지 않고 케인녀석은 슬쩍 카르딘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파티는.. 계속 될테니 편히 쉬시며 더욱 즐기시지요."

너그럽기 그지없는 말투였지만 녀석의 눈빛은 그것이 아니였다.

매섭게 올라간 눈고리가 실낱같은 빈틈도 보여주지 않은체 매서움을 풍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꿀꺽. 하고 침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녀석의 이런 표정은..

나를 대할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서..뭐랄까........놀랐다고 해야하나..?

내 앞에서 그동안 화난모습..소리치는 모습들은..

....

다른 이들에게 하는 것과는 달랐구나 하는..생각.

나를 바라보던 눈빛은..

조금더..조심스럽고............그리고..

..아픈...

[사랑해.]

...!!

...........

........................

가슴 어느 한쪽이 갑자기 욱신거렸다.

살짝 잊고 있었는데 녀석이 잔인하게 끄집어낸다.

확실하게 느껴져서...생각하기 싫다.

녀석이 나를 보며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아파서 누워만 있다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하고 나를 숨길 아주 놀라운...

[내가 다 처리했어.]

내 소중한 것들을 빼앗고 나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아주 대단한 그 감정이.

..그 집착이.

"...그러지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케인의 말에 대답하던 카르딘이 나를 바라본다.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

"다시...볼 수 있겠지...?"

..

......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카르딘.

대답대신 나는 싱긋 웃어주는 것을 택했다..

그런 내 웃음에 표정이 한결 풀어지는 카르딘을 보다가 케인의 손에 의해..

차츰 그 자리를 벗어나고...

내 뒷모습을 보며 그대로 서 있을 카르딘이 눈에 아른거리는 듯 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너를 보러 왔어..]

...

그 말을 들은 이상..

카르딘을 통해서 하센을 봉인에서 풀리게 할수 있을 방법이 수월해진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용...하는건가..

......

"...난 왠지 슬프네.."

나보다 앞서나가는 케인의 뒷모습을 보며..작게 읊조렸다.

아까 전의 케인의 표정을 보지 말걸 그랬다.

겨우 카르딘과의 만남에서 몇번의 대화밖에 없었는데..

겨우..몇번의 웃음밖에 없었는데..

그것으로 인해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그 불안한 표정이 결국은 내 눈에 보였다.

흔들리는 눈동자에..색이 변할정도로......그 떨림을..

...

보지 말걸 그랬어..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들었는지 케인이 걸음을 멈추고.

"내가..웃기고..."

가만히 바닥을 쳐다보니 자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황족의 피가 아니였다면 나는 이 자갈들 틈에 끼어 찾아보지도 못할만큼 흔한 존재였을까..?

쉽게 밟히고 차일수 있는..그래도 아무 말도 할수 없는 그런..?

"..그리고....네가 불쌍해."

천천히 말을 하며 고개를 들어 케인을 바라봤지만.

녀석은 여전히 멈춰 있는 체.. 뒷모습만을 보여줄 뿐이였다.

".....혼나기 싫어서 선수치는거라면 소용없어."

....

지금 내게 등을 돌린 이 남자에게 나는 모든것을 빼앗겼다.

"..왜에? 케인. 너는 웃기지 않아..?"

내 어린시절을 빼앗겼다.

정이 들고 아껴주는...친동생처럼 사랑했던 녀석이 내게 그런 감정을 품고 있었다.

..명백한 배신에다가...내 어린시절을 먹어버렸다.

녀석이 없는 어린시절은 기억나지 않는다.

내 이름을 빼앗겼다.

황제라는 나만의 것이 되었어야 했을 이름을.

나의 나라를 빼았겼다.

내 여자를 빼앗겼다.

나의 삶을 빼앗겼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두려워하며 지냈던 나의 삶.

내 하센을 빼앗겼다.

...그렇지..?

하다못해 내 남은 자부심마저..빼앗겼어.

그렇..지..?

"다 가져 갔지..? 내걸 다 앗아가니 행복해? ...그런데 왜 그런표정을 지어..?"

뒷모습만 보여주던 녀석이 몸을 돌려 내 쪽을 바라본다.

그 눈이 또 무엇을 가져갈까 겁이 난다.

이제는 화보다는 뺏길것이 겁이난다.

....나는..

"..가장 갖고 싶은것을 갖지 못했어. 너에게서 뺏은 것들 모두를 걸고도 모자랄만큼.."

아....

..그래..

갖고 싶은게 있다고 그랬지.

".....그거.......................나...인가..?"

...

.........

술술 나오는 말을 내 뱉어버리고 나니 놀라울정도로 시원했다.

그만큼 나를 보던 케인의 눈이 내 말에 의해 순식간에 굳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표가 많이 나는걸..

그렇게 온몸으로 알리고 있는걸 나는..... 몰랐군.

"그렇다면 이미 가진거잖아...원하는데로 옆에 있고..지금은 널 죽이려하지 않아..방해꾼도 없고."

웃음이 나오려 했다.

내가 지금 무슨말을 하려 하는지..

뭘 원하는지 내가 참을수가 없이 웃겼다.

...하지만..

"..세를.....내가 원하는건 그런게 아니야.. 나만 생각해주고..바라봐주길 바래. 네가........날.. 사랑해주길 바래."

..............

끝내 입밖으로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케인의 눈동자는 참 맑다.

어둠고..외로워보이지만 그래도 맑고 깨끗해보인다.

나를 보며 흔들릴때는 정말....눈물이라도 나오면 예쁠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

"나는.......널 죽일수 없을지도 몰라.."

내 작은 말에 녀석의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깊어 진다.

더욱 어두움속에 묻혀버린다.

"널 많이 좋아하거든.. 너 없으면 끔찍할 만큼 깊은 곳에 네가 있거든."

하센이 와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안된다고.

녀석은 죽여야만 하는 상대라고 제발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말할텐데.

자기 목숨을 걸고라도 날 황제로 올리기 위해 노력해줄텐데.

내 옆에서 날 지켜줄텐데..

[널 보러 왔어...]

...

카르딘을 이용할 수 없어.

이용하기 싫어.

내가 왜..

왜!내가 너 때문에.

"하...센을......풀어줘."

...

울리는 내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그와 동시에 예상이라도 했듯이 바로 케인의 대답이.

"그럴수 없어."

.......

평소와 다르게 아주 낮게...울렸다.

"......갑자기 행동이 변한 이유가 그거였군. 세를."

...

녀석도...공감하고 있었다.

나의 마음을 저절로.

...그래서 그렇게 바로 대답을 한거겠지..

케인..

............이번엔 네가 틀렸어.

"...내게 집착하지마..케인.. 내게 네가 가진 사랑같은 감정을 원하지마. 내가 너에게 그런 감정 갖을.."

..케인..내가 너를 너무 작게 봤어.

너를 너무 우습게 본거 같아.

..이렇게나 커져 있었는데..이렇게나 높아있었는데..

.......

사랑이라는 그 하나때문에...나에 대한 집착때문에..

"그럴 일...영원히 없을테니까."

녀석 역시 모든걸 던져 내 운명을 바꾼거였는데.

...

내 눈동자가 흔들리는게...나에게도 느껴졌다.

몸도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젠장할..

....케인이.............. 아파한다.

"..포기......할수 있었으면....모..른척 살수 있었으면..절대 그..런 미친짓들 하지 않았어.."

.........

....웃는다..

..웃...으면서......

슬프게 웃으면서..힘....들게 말을 꺼내는...케인을 보며.

그러는 순간 마저도 나를 살피고...나를 걱정하고...나에 대해 생각하는게..

이제는 보인다..

녀석이 강해서가 아니였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녀석이 더럽거나 철없는것이 아니였다.

결국...같은 사람이였는데.

나에 대해 사랑이 큰...그저..

같은...사람일 뿐이였는데..

...

...............그..랬.......지..?

..........

툭.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평소같으면 사내가 눈물이나 흘린다고 창피하거나...그게 케인의 앞이라 자존심 상하거나..

..그랬을텐데..

네 앞이라 괜찮겠지..? 케인..?

넌 날 그렇게 재면서 바라보지 않을테니까.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너에게는 정당할테니까.

"...!..세를.."

갑자기 터진 내 눈물에 케인이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며 가까이 다가온다.

"이제..야 알겠어...케인."

흘리는 눈물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네가..울면 안된다면...

그러면 흔들릴거 같아서 절대로 안된다면..........내가...내가 대신..울어줄께.."

...........

...

.......울음소리가 섞인 떨리는 내 말에..

듣고 있던 케인의 얼굴빛이 달라진다..

케인의 입술이 파르르..떨리며..색을 잃어간다.

....

"이제야 알아서 미안..케인."

네가 말한 ..나를 원한다는 말.

네가 말한 가장 소중한것이 나라는 그 말.

...쉽게 생각하고 넘겼던..

몰랐던 나 때문에..아픈거였지..?

그래서..

내가 알아주길 바래서......

...그렇게 힘들게 너를 알려간거지...?

내게 배신자로 남아가며.

"강한척 하면서...사실은 네가 가장 힘들었던거지..?"

목각인형처럼 굳어버린체 나를 바라보는 케인의 눈이 너무나 아프다고..

..저렇게 아프다고 날 보고 있었는데..!!

떨리는 손을 뻗어 케인의 목을 조심히 끌어 안았다.

내 손 힘에 약하게도..케인의 목이 끌려온다.

"흐...흑...!!..미안....너 이렇게...아..팠구나......흑.."

눈을 감으니 더욱 많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금새 케인의 어깨를 적셔버리고..

나는 금세 죽어버릴거 같은 아픔을 느꼈다.

...이렇게 아픈 케인을 보며 그동안 내가 한 일들이 너무도 화가났다..

케인이 너무도 불쌍했다..

다 빼앗겼어도...더 줄것이 없는..

녀석의 나를 향한것과 같은 사랑을 줄수 없는것이...미안했다.

"내가..네 몫까지 울어줄..께...케인. 울지마.."

곧..

후두둑...내리기 시작하는 빗속에서..

나는 한참을 케인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울었다.

그동안 참은 케인의 눈물이 저 비처럼 많진 않았을까.

어느덧 통곡을 하듯 우는 하늘 아래에서..

나는 내 등을 차갑고 외로운 케인의 손이 다가와 안아주는 것을 느꼈다.

비..때문인지는 몰라도..케인을 안은 내 어깨위로 천천히 물이 번져가고 있었다..

..........

"어쩌다가 감기에 걸린거야. 꽤 심한걸?"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창문을 통해 나를 비친다.

눈이 부셔서 가만히 눈을 감고..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후우... 나는 아직도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 같아. 이봐요~ 블리스의 전 황제 세를씨. 지금의 네가 어디가 황제야~

몸을 그렇게 관리하는걸 보면 정말... ...........무슨일 있었어...?"

내가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추며..

리효가 나를 보며 걱정하는 표정을 보인다.

.....

햇빛이 강해서...........보고 싶지 않은데.

"아무것도 아니야.. 어제 비를 좀 맞았거든."

대답하면서 눈을 감았더니 리효가 열이 많네 어쩌네 중얼거린다.

그 소리를 들어보면 정말...아무것도 아닌거 같다.

....느끼지 못해서..?

"리효. 왜 놀고있어. 환자 없어? 공짜로 밥먹여주길 바라는거야~~?"

억지로 낸 밝은 목소리로 리효에게 말을 하니 녀석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세....를..그게 네가 할말이냐??"

또 시작되었군.

......

성안에 데려다 놓고 이런저런 일때문에 제대로 찾아가지 않아서 녀석이 화가 많이 났나보다.

그래도.....하얀얼굴의 검은 눈동자가...성에 온뒤로 더욱 맑아진거 같다.

제법..예뻐지기까지 하고.

"갑자기 황제다!하고 나타나서 가자!하고 날 끌고와..사람이나 아니나 이 놈의 성 사람들은 다 곰탱이들만 있는지..

아픈사람은 오지도 않고 기껏 손벤거 따위로 끙끙 죽는다고 난리치는 놈들만 오는 데다 쳐박아 놓고..며칠만에 나타나서..

그것도 감기에 골골거리며 나타나서 뭐??? 왜 놀고 있냐고???!! 이런 어이없는 놈아!!!!!"

침대를 팡팡 거리며 치며 소리를 지른다.

...쳇. 큰 소리치는건 전혀 변함이 없군.

"아 글쎄..한번 오려고 했었어. 안그래도.......감기걸린건 케인하고 비를 맞아서.."

"케인황제님??!!! 비 맞으셨어???"

!!!

리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내쪽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그 기세에 눌려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녀석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괘...괜찮으시니..?"

...

뭔가 반짝반짝 ..리효의 주변이 빛나는것 같다..;;

얘가 원래부터 이랬나?

"음..뭐..녀석은 멀쩡하더라고. 철갑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가 철갑으로 만들어져?"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눈이 왕방울만해진 리효뒤로 문앞에 서있는 케인이 보였다.

분명히 같이 비를 맞았는데..케인은 정말 멀쩡하다.

"좀 기척좀 하면서 다녀. 케인."

퉁명스레 내가 케인을 보며 말하자 리효가 후다닥 옆으로 비켜서 고개를 숙인다.

"오...오셨습니까..폐하.."

나를 데할때와는 딴판인걸? 리효.

"몸은 좀 괜찮아?"

"어....응. 뭐 이정도야. 치료받지 않아도 완쾌 가능해."

"세를님의 몸이 많이 안좋아지셔서 꾸준한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케인 폐하."

..

.....잉????

갑자기 나서서 리효가 말을 하는걸 나는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심하게 아프지 않는 한은 내 보석의 힘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이런 감기는 더욱.

그냥 리효를 보고 싶어서 힘쓰지 않고 온건데..그걸 케인도 짐작하고 있을텐데..

갑자기 무슨 병걸린 사람 취급을 하며 불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리효는......뭐야??;

"..하하;; 괜찮으니 네 할일 해도 돼~ 케인."

싱긋 웃으며 케인을 바라보며 말하자 녀석이 잠시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따 내방으로 와."

휙 던지듯 말을 하고 나가는 케인을 보다가 리효를 보니..

아직까지 문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녀석을 없는 사람 취급해서 그러는 건가?..뭐..케인은 여자한테라면 다 그러는걸.

.......아..

혹시..

"너..케인 좋아하냐?"

"!!!!!"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내쪽을 갑자기 바라보는 리효의 얼굴은 동상처럼 굳어져 있다.

새파란게..

...나를 보던 케인처럼..

"..그랬군."

"아!! 아니야!!!!!.....어찌 나같은게..감히..."

.....

얼굴이 새파래진 리효의 얼굴을 보며 나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나같은게 감히..]

케인도 늘 생각했던 것일까..?

그래서...그렇게 아파하고 내 것을 빼앗으려 한건가..?

[네따위가 감히..]

...

내 입버릇같은 저 말이..

녀석에게 또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되었었는지...몰랐었어.

"미안해..리효."

작게 말을 내뱉으니 리효가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뭐..뭐야...세를이 왜 사과를 해.."

..저 녀석은 아마..

"하...하하!!! 그런표정 짓지마. 세를~ 이 리효가 까짓거 황후는 못될거 같냐~~ 케인폐하도 내 미모에 반했을거다!!"

나 밖에 사랑하지 못할거야.

나 밖에 바라보지 못할거야.

외로운..해바라기같은 사랑..

이제 나도 케인이....그런 녀석이라는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미안.

"..그래....."

들릴랑 말랑하게 대답을 하면서...

아직도 억지로 밝게 웃으며 큰소리치는 리효의.....떨리는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

케인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더니.

한쪽의 큰 책상에서..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케인이 보였다.

케인은 학문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었다.

검술이라던지..그 밖에 무술들을 잘 해내고..또 시간만 있으면 책을 찾는...그런 아이였다.

..이미 남자로 커버렸지만.

케인의 머리가 빛에 반사되어 에메랄드 빛을 내고 있었다.

정독을 하고 있는 눈은...너무 깊고 맑아서..

...저 눈이 나를 보며 울고 있어서...

저렇게나 아름다운데..

...왜 하필....나일까...?

왜 하필 나인거야..?

"...왔어..?"

보지도 않고 나인것을 알아본다.

책을 덮는 소리가 무겁게 내 귓전을 울린다.

케인.

"응..몸이 이제는 괜찮아."

내게 손짓을 한다.

웃고 있는 내게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까이 오라 말한다.

.......

나는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오늘..오랜만에 승마를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며 내가 말하자 케인이 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승마는 왜..? 거의 안했었잖아."

".....생각해보니까.....나는 이제 황제가 아니잖아.. 전에 위엄을 지킨답시고..안하고 참았던게 너무 많아서..

지금 부터라도...조금씩 하면서 배우려고."

사람들을 의식하는게 나의 특기였던거 같다.

역대 조상들이 한대로 그대로..안했던거 그대로 따라가면서..

..그것이 당연한 나의 운명이고 내가 따라야할 일들인줄만 알고 자랐으니까.

하지만 운명은 바뀌었고.

내 앞의 길들은 이제 다르다.

....

나는 이 나라의 뭐일까..?

전 황제라는 말은 필요없어.

지금.

...지금 나는 뭐일까..?

나를 바라보는 케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나의 자리를 빼앗은 하나의 자책감.

그럴필요..없는데.

어제..

그렇게 빗속에서 한참을 울다가..

결국은 그대로 케인에게 매달려 잠이 들었었다.

케인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편해서....내 몸에 달라붙던 빗방울도 느낄수가 없었다.

...깨어보니 아침이고..

케인은 어제일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나역시.

..

그저..

케인과 나와의 분위기가 조금 변했을 뿐.

"나도 함께 갈까?"

"...아니야.. 그냥 성 마당만 조금 돌아다닐거야. 바람도 좀 쐬고."

케인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되도록 많이 웃어주고 싶다.

..보석의 힘이 커지면서..어느정도 느낄수 있는것이...

녀석과의 행복은....오래가지 못한다는 것.

영원히...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피해갈수 없다는 것.

어떤식으로 망해갈지..

케인과 내가 어떤식으로 추락할지 그저 기다리고 있을뿐.

알면서도.

"날씨 좋다~"

말에 타서 천천히 움직이니...서늘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햇살이 참 예쁜 날씨다. 오늘은.

"이랴~!"

탁!!

말을 몰아서 속도를 몰아갔다.

와닿는 바람의 느낌이 참 좋아서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이야아아~!!! 와아!!!"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도 된다.

나는 이제 황제가 아니니 정말 좋아하는것을 하고..많이 기뻐하고..웃어도 된다.

나는 황제가 아니다.

...

"하아..하아.."

머리에 쓴 머리 보호모자에 열이 오르는것만 같았다.

숨을 빠르게 내쉬며..호수쪽으로 말을 몰아 말이 물을 마시도록 하니..

녀석도 좋아라 물을 마신다.

...

"세를."

...!

...........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옆을 보니

....카르딘이 나를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카르딘."

말에 탄체로 그대로 카르딘을 내려다보니..

어젯밤과는 또 다르게..보이는것 같다.

보라색 머리는 여전하긴 하지만....전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보인다고 해야하나..?

나를 보며 씨익 웃는 모습은..여전히 잘 생기긴 했다.

"승마하는 거야?"

"하하..거창한건 없고..말좀 타다가 금세 힘들어서 이모양이지."

나 역시 씨익 웃으며 장난조로 얘기를 건냈다.

겨우 어제 하룻밤 잠시 만난것인데..

하도 특이한 만남이여서 그런지..쉽게 친해지고 또 편안했다.

서로..

왠지 비슷한 점이 있어서 였을까..?

"와~.. 이거 정말 좋은 말인걸."

카르딘이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쓰다듬는다.

"윤기도 좋고..꼬리털 결도..."

!!!!

휘이익~~!! 퐁당.

카르딘이 말의 꼬리털을 살짝 건드는 순간 말이 꼬리를 쎄게 흔들어댔고.

그 바람에 카르딘이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가 날라가 호수에 빠져버렸다.

"에..??"

"..윽..!!!!"

서로 동시에 놀라서 호수를 바라봤지만 뭐가 빠졌는지도 모를만큼 호수는 잔잔히 흔들리기만 했다.

....

인상을 찌푸리며 카르딘을 보니 녀석이 없어져선 안되는 것을 찾는 듯 매우 곤란해 한다.

"...중요한 거야?"

"그래!! 중요한 거야. 어쩌지?"

아예 카르딘이 호수에 금방이라도 뛰어들 기세를 보여서 겨우 손을 뻗어 중지시켰다.

"후우...기다려봐."

잠시 한숨을 쉬고..호수를 바라봤다.

...

......

힘을쓰려 마음먹자 눈에서 붉은 빛이 감도는게 내게도 느껴졌고..

내 보석도 함께 서서히 빛나기 시작했다.

호수의 물들이 조금씩 흔들리고...점차 흔들림은 심해져 격해지고 있었고..

그 사이로 튀어나온 물방울들이 공기에 맴돌고 있었다.

..이쯤되면 나올때도 되었는데..

조금더 힘을 주고..손을 뻗었더니..

조금 멀리서..뭔가 반짝 거리는 것이 떠올라 빙빙 돈다.

손바닥을 펴 그쪽을 향해 쳐들었고.

그것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내 손으로 들어와 꽉 움켜쥐어졌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 떠도는 물방울들은 다시 비처럼 호수로 떨어져 내리고..

잠시 후...호수는...처음부터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고요했다.

...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처음부터 다 본듯..

아주 놀란 표정으로 카르딘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내 손을 펴보았다.

굉장히 크고 화려한 보석이 줄줄이 박혀있는 목걸이.

"..........자."

내가 손을 들어 카르딘 앞으로 내밀었지만..

카르딘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모습이 괜히 이상해져서 주먹을 쥔 손을 흔드니..녀석이 가볍게 한숨을 쉰다.

"너...주려고 한거야..그거."

....

......?

내가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자 카르딘은 고민이라도 하듯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

후우.

작게 한숨을 쉬고 나는 다시 카르딘에게 목걸이를 내밀었다.

"..가져가. 카르딘, 내겐..이미 뺄수 없는 목걸이가 있어."

가슴께를 슬쩍 더듬으니 속에 들어가있던 목걸이의 존재가 느껴진다.

...케인이 준 반지를 끼운.

.....

내 대답에...한참 나를 바라보던 카르딘이..목걸이를 받아듬과 동시에 내 손을 잡고 진지한 눈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케이드에 가자. 세를."

...

..뭐...?

눈을 크게 뜬체 케이드를 바라보니..

녀석의 눈동자는 전혀 흔들리지도..조급해 하지도 않았다.

나를 보며 당당히 요구하고 있었다.

..역시 황제 답....지만.

......

..

.......하.

"..그럴수 없어."

"함께 가자. 세를. 이곳에서 너는 죽어가고 있는거야.!

전 황제와 현재 황제가 함께 살고있다는 거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아. 그것은 서로에게 고통이고 백성에게 혼란이라고!!"

"갈수 없어."

더 이상 생각해보고 말것도 없다.

카르딘이 생각하는것만큼 케인과 나와의 관계는 간단하지 않다.

케인이 나를 보내고 얌전히 있을리가 없잖아...모든것을 다 걸었는데. 내게.

"내가 다 책임질께. 내가 알아서 할께.

그냥 내 손을 잡아..처음엔 블리스에 전황제가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호기심으로 꼭 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왔었어.

하지만..이젠 이 곳에 온게 후회돼. 너를 보니까 돌아가고 싶지 않을지경이야.."

.....

"가지 않아."

표정없이 카르딘을 내려보았다.

처음봤을때의 어이없는 녀석이라는 이미지는 어디로 떨쳤는지 케이드의 황제만이 내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가자. .......하센이라는.. 네 경호원이..케인황제때문에 봉인당했다며??

당연히 네가 블리스의 황제여야 하는데 빼앗겼잖아~!! 억울하지도 않아?? 내가 너를 도와줄께. 하센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정도는 알수 있어."

.......

남이 나에게 하는 케인의 말은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케인에 대해 욕을 하고 짜증을 부렸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

.....

...그러지마.

"난...블리스의 사람이야."

난 이제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

변함없이 녀석을 내려보며 같은 대답을 하는 날 ...

바라보는 카르딘의 눈빛이 살짝 매서워졌다.

"...나는.....이제껏 살면서..갖고 싶은것은 다 가지며 살았어."

.......

녀석이 말하는 뜻이 무언지..언뜻 알것도 같아서 나는 무심하게 카르딘을 내려보며 입을 열었다.

"...가질수 없는것도 있어."

역시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인걸 알수 있다.

황제가 되기위한 절차만 받아와서 섬김을 받고 가지는 것만을 배워온.

"그...럴까..? 과연."

....

녀석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카르딘을 다시 내려봤을때..

녀석은 아까전처럼 방긋 웃는 표정의 원래의 카르딘으로 돌아와 있었다.

..........

"반갑게 저를 맞아주신 황제폐하께 감사를 드립니다."

"즐기시고 가시는 듯 싶어 저야말로 기쁩니다."

이례적인 인사들이 오가고..

이제는 파티가 끝나 케이드의 황제가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카르딘은 어디갔는지..싱글싱글 웃으며 배웅인사를 하고 있는 카르딘을 보며..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뵙게 되어 영광이였습니다."

케인 옆에 있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카르딘이 말했고..그리고 웃었다.

그 웃음에..

카르딘을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나 역시도 밝게 웃어주었고..

그만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고 정중히 물러서는 카르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케인쪽을 보았다.

카르딘이 케이드로 돌아가는 모습이 케인에게는 희소식인냥 케인의 기분은 가벼워보였다.

그게 얼굴로 표현이 다 되진 않았어도..적어도 내게는 보여 슬쩍 웃음이 나올뻔했다.

...오히려 내 행동하나하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그대로 보이는 듯 해.

그만큼 자연스레 녀석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케인."

작게 부르는 내 목소리에 케인이 나를 보고는...금세 굳어있던 표정을 푼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케인과 함께..성 가운데 문을 열고 나가 카르딘을 배웅하는 곳에 섰다.

아까전에 내려간 카르딘이 말을 타고 경호원들과 어느새 저만큼 가고 있었고..

케이드쪽에서 마중을 나온듯 보이는 병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

.....?

마중을 나오거나 호위하는 것 치고는....많다.

그점을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때 카르딘이 말머리를 돌려 나와 케인쪽을 바라본다.

그 뒤로 병사들이 카르딘을 감싸고 있다.

....뭐야..

"모두들 들어라!!!!!!!!"

...

갑자기 카르딘이 엄청 큰소리로 외치자 병사들과 주변의 경호원들이 척. 하고 맞춘듯 고개를 숙인다.

그와 동시에 카르딘이 자신이 찬 칼을 빼어 하늘을 찌를듯 들고는 바로 앞으로 쳐든다.

..아니.

정확하게 내쪽으로 검 끝을 겨누고 있었다.

카..르딘.!!

너 설마......!!!!!!

"나 케이드의 황제는 지금부터 블리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

"와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건물앞의 손잡이를 꽈악 움켜잡았다.

이미 내 눈은 커질대로 커져서 파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

저쪽 병사들이 지르는 소리가 그대로 몸으로 박혀온다.

내게 쳐든 카르딘의 검이 금방이라도 나를 꿰뚫을 것만 같았다.

[나는 갖고 싶은것은 다 가지며 살았어.]

......

검끝을 내게 겨눈 카르딘의 얼굴에 찬찬히 미소가 맴도는 듯 했다.

....

...내게 겨누워지던 검이 거두어지고..

카르딘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 말을 몰았다.

.........

"화..황제폐하..!! 병사를 풀을까요?? 도망가기 전에...!!"

"미리!! 막아야 합니다!! 지금 병사를 풀면 쉽게 끝날지도!!!폐하!!!"

옆에서 장수들이 다그치는 소리가 빗발치듯 들렸고..

많은 사람들이 놀란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케이드와의 평화는 끝난것인가..?

"..어떻게 할까."

우습게도 황제인 케인이 조용히 내게 말을 건낸다.

황제는 케인이면서..

모든일을 정하기 전에 은근히 내 의사를 묻는게 나에게도 녀석에게도 너무 익숙하다.

..나 하나를 갖고자 전쟁을 선포한다...라.

[갖고 싶은것은 다 가지며 살았어.]

그렇게 되지 않는것도 있다고 했지..? 카르딘.

........

"..놔둬. 어차피 이 전쟁은.....우리가 이기니."

.....

조금 나라의 운영이 어려워지고..다른 또 어느나라가 갑자기 전쟁을 일으켜올지도 모르지만..

..저 어린 왕에게 조금 더 매운맛을 알려주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

멀어져가는 카르딘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기막힌 팔자로군. 나도

믿는 사람이 생길때마다 뒤통수를 후려맞으니.

.......

기막힌 팔자야..

"준비 다 됐어?"

"..그래."

마지막으로 갑옷을 정비한 후 케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르딘은 고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엄청난 병사를 이끌고 바로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케이드근처의 땅은 먹히기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전쟁은 불이 붙고 있었다.

....

"가자."

케인을 따라 걸어가 성안의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자 많은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병사들의 싸움이 되지 않을것이다.

총이나 특수 무기들이 넘칠테지만..

그건 그것대로 조무래기 싸움..

진짜 싸움에서..

카르딘이 가진 힘과 나와 케인의 힘이 겨뤄지게 될것이다..

아마도.

"리효."

내 부름에 리효가 사람들 틈에서 올라오고..

나는 리효에게도 갑옷을 입혀줬다.

"..무기는 걱정마. 난 이 총을 가지고 싸울테니."

......?

나를 보며 아주 진지한 얼굴로 총을 흔드는 걸 보니..

내가 갑옷을 입혀주는걸 전쟁터에서 싸우라는 뜻으로 알아든거 같다.

"....너도 싸우려고?"

"당연하지!!"

뭔가 불끈 거리며 말하는 리효의 모습에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넌 의사로 가는거야. 네가 다치면 안되니까 갑옷을 입히는 거라고.. 나와 케인의 부상을 책임지게 될거다."

...내 말에..

뭔가 불만이 있어보이면서도 케인의 이름이 나오자 입을 다무는 리효를 보며..

나는 시선을 돌려 케인을 바라봤다.

"..출발하자."

내 말에 케인이 긍정의 대답을 하고 손을 올린다.

부우~~~~우우우웅~~~~~~~~~~!!!!!!!!!

신호를 울리는 소리가 크게 나고..

"와아아아아~!!!!!! 와아아!!!!!!"

"아아아~~~!!! 와아아아아~~~!!!!!!!!!!!"

개미떼처럼 몰려든 병사들의 함성이 하늘을 찌를듯 울려댔다.

"가자."

나를 보는 케인의 기분이 가벼워보여서 다행이다.

내게 주어진 큰 말을 타고서 케인과 함께 중요한 장수를 이끌고 가운데로 행렬을 움직여갔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았다.

손실은 생각보다 심했지만 어쨋든 전쟁의 승리는 우리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탕~!!!!타아아앙~!!!!!!!

퓨슈슉~~~~!!! 파아아아아악~~!!!!!!!

우우웅~~!! 치지직!!!!! 탕!!타앙~~~~~~!!!!!!!!!!!11

"부상자!!! 부상자~!!!!!!"

"아아....으아아아아아아~~아악!!!!!"

"서북쪽 뚫렸습니다!!! 바로 진입하겠습니다~!!!!!"

엄청난 소리들이 사방을 난무했고 피비린내나는 전쟁터에서..부상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말 위에서 전쟁터를 한번 훑어보니.. 카르딘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으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악~~~!!!!"

화르르르르륵!!!!

애초에 우리의 승리라고 생각은 했었지만...예상외로 전쟁은 쉽게 진행되고 있었다.

적들의 행동이 예상한 그대로여서...우스울정도로 쉬운 승리가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케인.

내게 많은 힘을 빼앗겼다는 걸....내게 옥새의 많은 힘이 흡수되었다는걸 알고 있는데도 그게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녀석의 위력은 생각외로 컸다.

녀석의 손이 휘둘러지는데로 적군의 깃발이 꺾이고 녀석이 함성이 닿는 곳에서 부터 구멍이 나기 시작해 아군이 진입한다.

힘..정도가 아니라 병사들의 기강이 되고 ..또 그만큼 믿음을 주고 있었다.

.......황제 다웠다.. 케인은.

"가운데는 우리에게 맡겨두고 가상을 파고 들어라!!!! 싸잡아서 한놈도 놓치지 말고 죽여라!!!!!!"

파파파팍!!!!!

퍼엉~!! 파다다다닥~!!!!!!!!!

콰콰콰콰아아앙!!!!!!!!

"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

....

내 소리에 맞춰 가상으로 파고드는 아군들을 보았다..

절대 한놈도 살려둘 생각이 없다. 모조리 죽여버려서..다시는 블리스에 총을 들이대지 못하게..

총부리 뿐만 아니라 그 팔목까지 부러뜨려놓을것이다.

가운데에서 밀물듯이 쏟아져 나오는 적군들을 표정없는 얼굴로 잠시 바라보다 케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많은 아군들이 가상으로 빠져나가 가운데는 많이 허술한걸로 보였는지 적군의 사기가 높았다.

"...괜찮지?"

케인이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말하고..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작하자."

시시하기 그지없는 일이였다.

카르딘이 보이지 않는 케이드와의 전투는.

콰콰콰콰아아아앙~!!!!!!

스스스스슥!!!!

놈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을 터뜨려 놓고 몰살을 시킨후..

나머지 자잘하게 있는 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케인은 전투에 몰입을 해서 저쪽 멀리에서 마구잡이로 놈들을 베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놀림에.. 한번씩 휘두를때마다 떨어져나가는 적군의 머릿통들만 봐도 탄성이 나올정도였다.

.....

괜히 녀석을 능가해보겠다고 나서다가는 잘못해 내가 베일지도 모를정도로..양쪽의 전투는 치열했다.

...

쉬이이익!!!

촤아악!!!!촤아아아아~!!!!

"아아아악~!!!!!!!"

손을 뻗어 역시나 놈들이 모여있는 곳을 공격해갔다.

일대일로 가깝게 승부하는것은 내게 유리하지 못하다.

.....떨어져 있는 상대일수록..힘을 쓰기에는 좋은 조건이지.

"저 붉은 머리가 세를황제다!!!"

촤아아아악~!!!!!!

"흐으....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비겁한!!!! 비열한 패배자 같으니라구!!!!!!!!!!"

....

"입닥쳐~~~~~~~!!!!!!"

"~!!!!!!!"

찢어질정도로 보석쪽에 힘이 모아졌다.

내 힘을 받아서 인지 몇몇 놈들이 얼굴을 부여잡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 놈들을 바라보며 나는 차갑게 웃었다.

"한마디 말로 쉽게 기면서 죽을 버러지 같은 놈들이...뭐가 어째??"

더욱 많은 놈들이 목과 얼굴을 잡고 비틀거렸다.

신음소리마저 나오지 않을것이였다. 내가 아예 입을 막아버렸으니.

"...왜..? 말하고 싶어..? 입 열어줄까?"

내 주위로 달려들던 녀석들이 모두 뒹굴들 비틀대어서...동그랗게 내 주위만 구멍이 난거 같았다.

"입 벌.려."

"!!!!"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카하아아아악!!!!!!!!"

쩌어어어억!!!!!

퓨슈슈슈슈슉~~!!!!!

...

고개를 들자 멀리서 뛰어오는 놈들도 주춤거리며 내 쪽으로 선뜻 오지 못한다.

나는 잠시 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소원대로 입을 벌려줬더니 모두 죽어버리고 말았다.

머리통과 턱이 완전히 분리가 된듯 이 곳 저 곳 흩어진 모양새를 보니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탄 말에도 그 피들이 흥건히 적셔있는걸 보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죽을때까지 더럽게 죽는군."

다시 고개를 들었을때..

내게 달려오던 놈들은 방향을 바꾸어가기 시작했고..

덕분에 적들이 두세배는 많아진 케인이..그 것을 느꼈는지 내쪽을 보며 한숨 비슷한 웃음을 짓는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으아아아아아악!!! 이 나쁜자식아!!!안놔~?!!! 아아~~ 엄마아~~~!!!"

..........엥??

많이 들어본 익숙한 큰 목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어떤 놈이 리효의 말을 잡고 있었고..

리효는 세상 떠나갈듯 호들갑을 떨며 약상자로 그 놈 머릿통을 때리고 있었다.

"놔아!! 안놔아???!! 내가 누군줄 알고 이자식아!!죽어!!!죽어어!!!!!!"

"....리효.."

"아!!! 셀!!! 셀!! 살려줘~!!! 이 썩을놈이~!!!!!죽어~~~!!!!!!!죽어랏~~!!!!"

빠아아악~!!!!

...

눈을 질끔 감고 약상자로 후려치는 리효의 힘이 장난 아니게 세다라고 느꼈을때..

매달리다 싶히 리효의 말을 잡고 있던 놈의 머리에서 화악~!!! 하고 피를 뿜더니 그 자리에서 나뒹구러진다.

...........

"피~!!!......ㅇ...야!!! 너 죽었어??????!!!"

자기가 때리고서 적군의 생사를 확인하는 모습이..

...굉장히..리효다웠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 웃음을 들은 리효가 나를 획 째려본다.

"도와주지도 않고~~!!!!너 죽었어!! 셀~!!!!!!"

"내 도움 필요 없었잖아~ 이야아~ 무서운걸?? 몇방에 즉사라니~!! 큭!! 멋있어. 의사양반."

내 웃음에 리효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다가..

...

........응..?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을때..

나를 바라보던 리효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

아...

푸슈슉~!!!!!!!!!

파악!!!!!!!

.....

"ㅅ..셀!!!!"

....

..지금은....전쟁중이..였지..

아찔하게 순간적으로 앞이 캄캄해졌다.

.....그만큼 고통이 심했다.

"..적군에게 등을 보이면 안된다는걸 몰랐나 보지??대단하신 세를 전 황제."

.........

뒤를 돌아보니 흐려진 시야사이로 케이드의 장군격으로 보이는 덩치큰 남자가 나를 보고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놈의 손에 들려진 특수한 총을 보고서야....내가 총에 맞았구나..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뒤에 맞은 총이 어깨를 금방이라도 관통할듯한 통증을 가져온다.

..오른쪽.

다른 생각을 할수가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큰 고통은 처음이였다.

전쟁에서 이런 부상을 입은 것도..방심한적도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한심해졌군.

황제로 있지 않은 동안..세를..이라는 황제는.

"잘가라."

내 앞으로 겨눠지는 총부리를 보며 순간적으로 끝이구나 생각했다.

하센이..내 옆에 있었다면 절대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 녀석은 모든 방면에 신중하고 날카로우니..

..분명 날 지켜줬을거라고...

....그리고..

촤아아아아악~~~~~~!!!!!!!!!!

...그리고..

..조금씩 정신이 흐려지면서 다시 생각했다.

하센 말고도.....

날 지켜주는 녀석이..또 하나 있었다는 것을.

"폐하!!!!!!"

내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던 새끼의 목을 단숨에 베는 검이 보였다.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저 자세로 아래를 향하던 내 시선에 적 장군놈의 목이 뒹구는 것이 보였다..

리효의 반가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내게 다가온다.

"세를!!!!"

.....케인..

너..냐..?

또..너냐....?

.......이...번엔 나...정말 아프다..

인상을 찌푸린체 다시 아래로 시선을 옮기니..케인이 단숨에 말을 몰아 내 가까이 와서 내 몸을 살핀다.

"괜찮아..??"

입술만 악물은체..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 만큼 상처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고..괜찮을거라 생각했던 아픔이라는것이..견디기 힘든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아픈것을 남에게 느끼게 했구나..라는 쓸떼없는 생각마저 머릿속에 맴돌았다.

"와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와아아아아아~~~!!!!!!!"

!!!!!!

고개를 들자 케인과 내가 없는 사이에 가운데가 뚫려가고 있었다.

....

안돼.

"...괜...찮아. 케인."

힘겹게 입을 열자...빌어먹을.

말과 함께 입에서 피가 베어나온다.

총 한번 맞은거 같고 멍청하게!

그 놈의 피 때문에 날 보는 케인의 표정이 더욱 굳어진다.

"와아아아아아~~~~~~~~~!!!!!!!!!"

...

금방 먹히게 될거야.

자신있게 가운데를 맡겠다고 해놓고서...

...정작 가운데가 먹히게 된다면 가상을 먹게되도 소용없어.

결과는 패배다.

"..나 괜찮으니..까....케인!! 네가 가운데좀 막아.."

"일어나. 내 말 함께 타자. 이리와."

타악!!

나를 일으키려는 케인의 손을 매섭게 뿌리쳤다.

"내가 가면 짐이 돼!!! 부상자는 원래 두고 가는거야!!!!"

"세를!!"

쫘아아악~~~!!!!!!

"으..아앗!!!"

사정없이 케인의 따귀를 내 치는 내 손에 리효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당장 가!! 케인!!!! 명령이다!!!!!!!"

놀란 듯 뺨맞은 그 모습 그대로...움직임없이 나를 보던 커진 눈이..

...곧 아프게 휘어진다.

......제발. 케인.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케인의 뒤로 밀려드는 적군의 소리가 하늘을 찌를듯 울려댔다.

...케인..!!

".......부..탁한다."

케인의 매마른 음성이...리효를 보며 울렸다.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리효를 보며...케인의 시선이 잠시 나에게 머무른다.

...........

"...리효에게 조금 치료받고..뒤쫓아갈께.."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내 연기가 제발 좀 먹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인은 잠시 내 머리카락에 순식간에 짧은 키스를 하고..

말을 몰아 뒤돌아섰다.

"..기다린다."

.....

그 말을 뒤로..녀석의 말을 다시 순식간에 적군들 사이로 들어갔다.

정신없이 휘둘러지는 검과..

흩날리는 녀석의 머리 색이..오늘따라 유난히 강하게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

..왠지...조금 더 보고 싶어졌..다..

기다리겠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나...

나 아픈데..

...케인....너도 알..잖아..

나 다쳤..다구..

전처럼...

....내 옆에 있어달라고...나도 좀 데려가달라고..

입술을 밀어내며 나올 것 같던 그 말들을..피와 함께 삼켰다.

절대 짐이 되어선 안된다.

나보다..이제 녀석의 안전이 블리스에서 더 중요하다.

...

.......

"셀~!! 괜찮아???"

!

케인을 보내고..잠시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 리효의 목소리에 따라 생생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

"...미..안, 리효. 나 좀 치료해줘."

이미 많은 힘을 전투에 썼기 때문에..스스로 치료할수 있는 힘은 거의 남아나질 않았다.

내 주위를 지키고자 하는 장수들을..케인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소리질러 보낸 후..

말에서 내려서..근처 작은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직도 주위에서는 정신없이 싸움하는 녀석들 투성이지만..

..모두 자신들의 싸움에 휘말려 이쪽 구석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혹시 또 모르니..

내 근처에 몇몇 병사들을 두고..안전을 생각하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좀..참아봐...셀..."

"....."

내 등쪽을 한참 살피던 리효가 뭔가를 상처에 불쑥 집어넣는다.

으..

"....으아아아악~!!!!!!!"

참는다고 했는데도 저절로 비명소리가 나왔다.

온몸의 신경을 뜯을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오른쪽 팔은 거의 마비가 될 지경이였다.

"..흑..!!...참아봐..지금 총알을 빼내는 거란..말이야....흑.."

....

"으..으윽!!!"

내 걱정에 결국은 울음을 터뜨리는 리효에게..괜찮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전에 비명이 튀어나왔다.

내 등을 받치는 리효의 손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흐흑..!! 미안해..셀..내가 비명만..흐흑.. 질러대지 않았어도..네가 다치는 일은 없었을텐데..!!흑...!!"

......

총알을 빼냈는지 굉장히 따가운 뭔가를 바르고..

붕대로 내 어깨를 동여매기 시작했다.

"흐..흐흑....당..분간 오른쪽 팔...은 쓰지마.. 흑..이거 응급처치만 한거라..성에 가서 제대로..훌쩍.. 한번 더 봐야..해.."

".....으윽!!!!"

잠시 몸을 일으키는 데 또 한번 신음소리가 나와버렸다.

리효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입술을 파르르 떨기까지 하며 걱정스러운 눈을 보였다.

"..이...멍청아..!! 흐....으으...어엉!!! 괜찮...단 말이야!!!흑!! 사내자식이 그것도...흑...흐흑..!! 못 참아서..흑!!"

...

"...다친..건 나인데 너 혼자 다 울고 그래..."

나도 아파서 울고 싶다구.

..

내 비꼬는 듯한 말투에 정신없이 울던 리효가 그제야 인상을 좀 풀고 나를 본다.

그 모습에 나 역시 기분이 많이 편해졌다.

......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매달려 있는 리효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리효.

...

"아아아아아악~!!!!!!!!!"

"뭐야!! 뭐야~!!!! 갑자기~~!!"

"흐...으으...아아아아아악~~~~!!!!!!!!" "와아아악~!!!!!!!"

...

!!!!!!!!!

..뭔가..

심상치 않은 비명소리들이 갑자기 난무하고..

무슨일인가 보려고 고개를 들었을때..

..저 쪽 멀리..적군 가장 앞 머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카르딘을 어렴풋하게 볼수 있었다.

.....

케인과의 싸움인가..?

카르딘은 자신의 검을 뽑아 하늘을 찌를듯 쳐들고...그리고 오른쪽으로 검끝을 돌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생각지도 못한 우리팀 뒤쪽으로 어마어마한 적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럴리가 없는데..

우리가 먼저 가상을 공격했고..녀석들의 가상은 불안정해서 금방 뚫렸었다.

카르딘의 검이..왼쪽을 향하자 이내 또 다른 우리 뒤쪽에서 엄청난 군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럴..리가 없는데..!!

다 이긴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아아아악~!!!!!!!!!"

"와아아악~!!!아아악~!!!!!"

정신없는 소리들 가운데에..우리 군대의 머리띠를 한 목들이 하늘을 날라다녔다.

깨끗하게 생쥐처럼 우리 군을 몰아갔다.

...

한 놈도 살려두지 않고 죽여버리겠다고 마음먹었던건..

....카르딘 쪽도 마찬가지였던거 같다.

후진도 불가능하고..전진 역시 불가능하게 꼼짝없이 불리한 싸움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이런 말도 안돼는!!!!!!!!!

지는 척 하면서 우리를 속였어!!!!카르딘!!!!!!!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내 귓전으로 카르딘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설마..

......이..거였나..?

[난 전쟁에만 관여했었기에 외교관계가 잘 된 블리스 쪽은 캄캄 무소식이라고!!!]

....

전쟁쪽만 관여 했었다..고..했지..

...이..거였나..?

나처럼...나 세를처럼..

케이드의 황제 카르딘이 가진 힘이.

전쟁에 대한 천재적인 지휘력.

...

..이런 거였나...?

전쟁선포를 하고 깨끗하고 자신있게 뒤돌아섰던 카르딘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기도 안 차는군.

말도 안돼..!!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폭음과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힘있게 병사들을 지휘하는 카르딘과.

얼핏 눈이 마주쳤다고 느꼈고...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 했다.

"아악!!!"

!!!

순간의 짧은 비명이 내 뒤에서 들리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쓰러지는 리효를 받아들었다.

"리효!!"

고개를 드니 리효를 기절시킨것으로 보이는 덩치가 큰 남자가 여유있는 모습으로 날 보고 있었고..

그 뒤로 다른 덩치들 몇몇이서 내 근처의 병사들을 베는 모습이 보였다..

....젠장할.

끝까지 힘을 쓰게 하는 군..

내 보석을 밝히며...리효가 쓰지 말라고 했던 오른손을 들어 내 앞의 덩치에게 쳐들었다.

그리고 힘을 주려는 순간.

!!!

...억척스러운 힘의 무언가가 뒤에서 갑자기 내 얼굴을 휘감는게 느껴졌고..

그게 뭔지 확인하기도 전에..

나는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윽.."

내 신음소리에 언뜻 나의 정신이 들었다.

그 순간 오른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고..

찌푸려진 내 미간으로 뭔가 시원한것이 닿는게 느껴졌다.

...

뭐가 어떻게 된거지...?

눈을 더욱 꼭 감으며 몸을 말았다.

머리는 아파오고 생각은 점점 더 복잡해져서...마치..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것만 같았다.

분명 전쟁터에 나갔는데..

..난 앞장서서 명령을 내리며 잘 싸워가고 있었는데..

.......

..............!!!!!

아.

"이제 좀 정신이 들어?"

...

벌떡!!!

"악!!..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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