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박빙
출판사 : 북박스
무협 환타지 SF 쟝르를 불문하고 글다운 글의 명제는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살아서 숨쉬며 희로애락을 엮어 나갈때 훅자는 분노하고 혹자는 숨죽여 감동하며 다음 이야기의 전개에 열광함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정구의 작품속에는 그런 매력이 분명히 있다. 천편일률적인 사마의 척결이나 복수 또는 초인의 영웅담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인간을 느낀다. 신승에서 주인공이 위대한 이상이 아니라 그저 잘먹고 잘살기 위해 노력하다가 정과 마의 전쟁에 휩쓸려 살아 남기 위하여 싸우다 보니 초월적인 무인이 되어 신선의 삶과 못누린 세속의 삶을 고뇌하는 모습은 제 3자에게는 코믹스럽지만 작가에게는 정각의 고뇌를 독자에게 이해 시키고자 하는 치열함이 있다.
초월한 경지의 도인과 승은 원효대사의 해골물의 깨달음을 이야기하고 부처님의 깨달음은 염화시중의 미소로 설법하지만 중생에게는 우선의 생로병사가 가깝다.
박빙의 치열한 설전은 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작가의 적나라한 현실감각이 빚어내는 쑈크다.
무협과 환타지에 익숙한 독자를 위한 친절한 설명, 작품의 설정과 주인공의 상황에 대한 고리타분한 작가의 구차스런 배경설명도 없이 작가는 독자를 집어 던지다 시피 어느 산채의 긴박스런 괴멸의 순간을 구경시킨다.
산채는 산적의 소굴이고 산채의 무너짐은 협객의 등장이나 무림방파의 영역싸움으로 생각하면서 편하게 뒷장을 넘기던 독자들은 어리둥절 하거나 상식의 괴리를 느끼며 손으로 무릅을 치면 탄성을 올리거나 배신감을 느낀다.
환타지의 세계에 등장한 무협고수는 이미 익숙한 쟝르지만 원말 명초의 무림계에 나타난 오크와 오거와 마법사 집단에 구파일방과 무협세가들은 생존을 위해 이합집산을 하며 격렬한 전쟁을 한다는 설정은 새롭고 낯설지만 작가의 글재주는 화룡점정을 달리고 분명 독자들을 몰입 시키고 있다.
사랑이 없어면 미움도 없다는 단순 평범한 논리로 박빙의 논쟁에 모든 독자에게 지지를 보내지만 첨가 하고픈 말은 일류의 주방장이 뜬 도미회를 보면 부드럽고 달콤하고 화사한 살점 위에 꿈벅거리고 있는 도미의 눈알을 보면 식욕이 천리나 달아나던 시절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20세기의 전쟁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들도 추악한 민간인 학살과 고문을 자행함을 우리는 역사로 현실로 배우고 있다. 봉건시대의 세계관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술이외의 인성을 위한 어떤 여유분의 가치관도 없는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은 (사랑 하고있다는 착각을 명분으로) 성폭력이 이 작품의 도덕성 매도로 치닫는 상황은 자제되었어면 한다. 만약 그렇다면 16살의 쥴리엣과 사랑을 속삭이는 로미오는 변태로리이고 그 작품은 금서로 지탄 되어야 하나?
작가는 글로서 말할뿐이고 독자는 호 불호의 주장을 할 수 있지만
도덕성이나 자신의 취향과 틀리다는 이유로 수준을 예단함은 실례가 아닐까 한다.
멋진 글에 화이팅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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