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북경대인
작품명 : 색사괴사
출판사 : 연재물
"굳이 문피아에 글을 올려야만 했었는가?"
작가분께 가장 먼저 묻고 싶은 말이다.
작품의 질의 여부를 떠나 스스로 가장 첫 머리에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일독을 삼가주길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성인 시스템이 받쳐주는 J모 사이트가 존재하고, 또 D모 사이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적정 수준에서 허용한다는 공지를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그런 체계가 정립되지 않았고, 하다못해 정립이 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줄 수는 없었는가, 또는 작가 스스로 운영진에게 허용가능 여부를 타진해 본 후에 글을 공개했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정이라도 성인 제한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가 고작 종이 한장 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은 왕성하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는 관습과 통념, 보편 타당한 윤리로 이를 적절히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작가도 그 사실을 인지하기에 그런 글을 글머리에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인가? 고작 두 줄의 조언으로 청소년들의 자신의 호기심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색사괴사를 읽는 독자들은 색사괴사에서 성적인 내용을 모조리 삭제한 후에라도 색사괴사에 이토록 열광할 것인가.
그 내용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며칠만에 한갑자, 초상비에 버금가는 발놀림, 기타 급속한 무예실력의 증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공감한다. 현재 인터넷과 시장에 범람하는 이른바 "투명***", "네*"류의 지뢰성 글이 단순히 강한 주인공이 비단 한 작가나 출판사에 의해서만 생겨난 기현상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글일지라도 재미만 충분하다면 문피아 독자에게 인기를 끌고 선작 1위에 등극할 수도 있고 출판을 통해 인기를 끌 수도 있다. 상업성과 문학성은 서로 상호간에 인정하고 시장에서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색사괴사의 그러한 기연에는 특별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글 속에 담겨져 있는 성적 묘사에서의 읽는 독자들의 가치관의 충돌일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한담란과 핫!이슈란에서 뜨겁게 다루어지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색사괴사의 성적 묘사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다수의 의견은 - 의모와의 성관계와 음약을 이용한 강간에의 불쾌함 - 이다. 몇몇 색사괴사의 독자들이 말하길 살인과 인육을 먹고, 기타 잔혹한 장면에는 열광하던 사람들이 왜 굳이 "강간"에만 이렇게 민감하게 학을 떼느냐고 되묻는다.
이에 이야기하고 싶다.
무협은 본질적으로 판타지에 가깝다. 상상속에서 우리는 무협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소림사를 느끼고 어린이가 되어 마교에서 자라난다. 그 중에는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행해질 가능성이 있는 현실화가 가능한 상상이 있고, 현실화가 불가능한 상상이 있다. 우리가 현재 마교에 가서 인육을 먹을 수 있을까? 당장 판타지 세계로 이동해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소설이나 영상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가 자신이 정말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나 하고싶어 하는 부분에서만 의식적으로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시키고 반응한다.
예를 들자면, 협을 행하는 주인공을 읽을 때에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적을 물리친 것이 자신인 양 통쾌해 하지만, 인육을 먹는 부분에서 읽는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주인공과 별개의 인간으로 둔다는 말이다. 이 부분이 강간과 다른 부분이다. 독자의 성적 환상은 강간을 하는 주인공 진창천을 자신과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 자신을 일부러 투영시킬 수도 있다. 그럼으로서 현재 이성을 단지 유희를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한 사람, 바로... 당신의 시각이 문제가 된다.
굳이 범죄라는 수단을 통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닐지라도 그러한 가치관은 잘못된 것이고, 나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다면, 적어도 미성년자가 그러한 글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것은 (추신: 18세 이하의 청소년은 심적으로 받아들이기엔 부적절한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일독을 삼가해 주길 당부함) 이라는 글 몇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도 곳곳에서 공론화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까지 나온 문피아의 글 중에서 강간이 전무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주변인 이었고, 그들은 그 행동에 대한 대가로 목숨을 잃거나 팔과 다리를 잘리고 평생 감옥에 갇혀 살아야 했다. 현실에서는 차마 인과응보가 적용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법과 질서가 정의를 대신하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세계의 조정자에 의해 우리가 놓치는 것 조차 전부 인과응보가 제대로 지켜질 지도 모른다. 이른바 오고 감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가 판타지에 열광하는 것이다. 색사괴사의 주인공도 그러한가?
....절대 아니다.
주인공이 강간을 저지르는 글은 색사괴사가 본인에겐 처음이었고, 그는 일갑자의 내공을 얻은 후라 죽을만큼 얻어맞았다고 하지만 이후의 전개를 보면 그다지 아픈 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강간을 당한 여성은 전날의 성관계에 대한 만족감으로 무의식중에 주인공의 얼굴과 중요 부위를 때리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충격이었다. 강간을 당한 여성의 생각이 그렇게 왜곡될 수가 있는가?! 강간이라는 파렴치한 행동의 대가가 고작 몇줄로 두들겨 맞은 것이 전부란 말인가. 게다가 주인공은 기연으로 얻은 내공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주인공이 죽을 만큼의 고통을 느끼고 감옥에 수십년간 갇힌다 할지라도 그 부분에서 본인은 글을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현실에 대한, 인간 본연의 내면에 대한 지독한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하지만, 비평을 위해 부득이하게 현재 연재분까지 읽어보았으며, 굳이 이곳에서 비평을 하는 이유는 지금 한담게시판과 어울리지 않는 많은 논박에 지친 다른 문피아 여러분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곳에 글을 적는 것이다. 또한 한담에 굳이 색사괴사에 관한 논박을 더 이상 하지 말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운영진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 -
강간과 쾌락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강간에서 쾌락을 느끼는 여자가 등장하는 글은 야*과 마찬가지로 비단 미성년자 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상상으로 쓴 글과 정보의 왜곡은 엄연히 다르다. 성인이 되어서도 성관계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칫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 줄 수 있기에 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이다. 여자에게서 강간을 당하는 것은 남자에 비유하자면 남성기를 수십번 쇠몽둥이로 걷어차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신적 고통일 것이다.
끝까지 읽어보던 중 최근의 글에서 방금전까지 여자의 혈을 짚어 무방비 상태로 참혹하게 강간한 주인공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인식을 하게 된다. 그 계기가 무엇인가. 그 전에 갑자기 등장한 구절은 주인공이 향림원에서 여자에 대해 동경과 경외심을 품고, 또한 여자에게 폭력을 쓰는 놈치고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 인식이 주인공에게 뿌리깊이 박혀 있었다고 한다. ....정말 뿌리 깊이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었을까? 정말 글의 전개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작가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상상의 나래를 폈지만, 그 상상에서 강간을 당하는 여자가 쾌락의 신음을 내뱉고, 여자에게 폭력을 쓰는 것을 경멸하는 주인공은 여자에게 가차없는 폭력을 휘두른다.
문학의 범위를 넓히는 것과, 색사괴사와 그 연관성을 찾기 위해 본인은 글읽기를 시도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문학적인 논리적 연관성을 가진 주인공의 자아성찰 과정과, 인과응보의 정의는 보이지 않았다.
빙그레 짓는 웃음과 통쾌함, 진한 감동을 주겠다는 작가의 변이 가슴 아프다. 스스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고 첫머리에 적어 놓았지만 과연 지금 색사괴사를 읽는 독자들이 1년 후에 색사괴사라는 글의 제목을 기억할 수 있을까...
오로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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