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민우
작품명 : 암흑 대공 칼리프
출판사 : 마루 출판사.
요즘은 볼만한 책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이쪽 계열 책들을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연말이라 조금 시간이 나서 오래간만에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암흑대공 칼리프입니다.
물론 최신작은 아닙니다만, 우연찮게 친구녀석이 보고 있던 책을 빼앗아서 보게되었죠. 암흑대공 칼리프는 간단히 말하면, 요즘 이야기하는 퓨전 판타지되겠습니다.
정확하게 구분하면 환생물에, 먼치킨물쯤 되겠군요.
물론, 적의 능력 또한 꽤나 강력하기에 가슴에 확 와닿을 정도로 먼치킨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처음에 능력 설정이라던가, 주인공의 행동들을 보면 먼치킨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솔직히 이글의 내용은 별 것 없습니다. 중원에서 고생한 한남자가 기연을 얻고 판타지로 환생해 능력을 키우며 그저그런 전쟁 몇번 하고 잘먹고 잘 살았다.. 그정도의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요즘 유행하는 "나 힘있으니까 나랑, 내 편만 잘 먹고 잘 살란다. 딴놈들이야 어찌되건 말건, 안건드리면 놔두고 건드리면 패면 그만 "의 이기적인 주인공이구요. 주인공 이외의 애들은 전부다 무뇌충에 가까운 저질지능을 지니고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악역이란 것도 도대체 무엇을 위한 악역인지, 그들이 바라는게 뭔지도 잘 알수 없는 흐지부지한 애들이고요.
솔직히 그저 그런 양산형 글 - 불과 몇년만에 이런 말도 안되는 단어를 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 이라 굳이 이렇게 글을 쓸 것도 없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이 눈에 띄여 굳이 타자를 두드렸습니다.
가장 눈에 거슬렸던 것은 다름 아닌 설정에 있었습니다.
이 글에는 암흑가 부분에서 이른바 뱀파이어(Vampire)들이 중요한 요소로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뱀파이어 설정이 WOD(World Of Darkness)의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왔더군요.
강그렐 클랜, 노스페라투 클랜, 트리미어, 인쿼지션, 브루하 클랜, 사바트, 카마릴라, 지하드(이건 조금 다르지만)등등. 제가 알기로 이런 고유명사들은 저작권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발록이란 단어가 저작권에 걸려 D&D에서 발러가 되었다거나, 호빗이란 단어가 저작권에 걸려 하플링이 되었다. 등등의 이야기는 TRPG나 저작권쪽으로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다 들어보신 일이 있으실테고, WOD가 돈법사처럼 SRD를 내줘서 저작권에서 빗나가게 해주는 것도 아닐텐데, 이런 설정들을 보면 한심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언제부터 진조라는 말이 서양식 뱀파이어 사회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는지, 진조는 월희에서 사도와 구분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단어가 아니었던가요?
원래 우리 나라가 저작권에 대해서 좀 무개념적인 곳이었다고는 하지만, 굳이 저렇게 남의 설정을 그대로 토씨하나 안바꾸고 가져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하다못해 조금만 생각해서 설정은 그냥 가져와도 그 단어들이라도 조금 바꾸면 괜찮을 것을.
더욱이 저런 단어들은 [WOD -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단어들입니다. 그렇다면 하다 못해 독자들에게 설명이라도 해 줘야 할것 아닙니까? 저자는 자신이 안다고 해서 그것들을 그냥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독자가 WOD를 모른다면, 도대체 강그렐이 뭔지, 인쿼지션이 뭔지, 사바트가 뭔지 알게 뭡니까?
예전에도 한번, D&D의 마법 가운데 저작권이 걸린 마법들을 자기 멋대로 사용한 작품들에 대해서 글을 올린적도 있었습니다만,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꼭 글 전체만 베낀 표절만 중요한가요?
표절이나, 저작권 걸린 단어 사용이나 법에 걸면 다 걸리는 것 아닌가요? 가끔 눈팅으로 진행되는 것 보니까 표절도 대충 넘어가자는 분들도 계시는 나라니 이런건 말해봐야 입만 아플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자는 마지막권에 이 책을 써서 번 돈으로 부모님에 효도도 하고, 동생인지 누이에게 어깨도 폈다고 자랑스럽게 후기를 적어놨습니다만, 저자가 번 돈에는 다른 사람의 고생어린 저작권이 깔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군요. 다른 나라였으면 아마도 어깨를 펴기는 커녕 법정에 쫓아 다니고, 사과하고 돈 물어주느라 바빴을 겁니다.
전, D&D나 WOD, 각종 게임, 영화, 문학등의 소재를 받아들이고 사용하는데 있어서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니 더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사람에 속하죠.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때도 좀 일정한 선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열심히 고생해서 글써서 소송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잖습니까?
PS : WOD의 저작권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사실 중 틀린게 있다면 언제든지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좋은 연말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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