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받동신
작품명 : 신성괴의
출판사 : 동아
날씨가 추워졌으니 무엇인가 따뜻한 이야기릘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 서가를 뒤지다 마구잡이로 샀던 신성괴의 1권이 눈에 띄었다. 의사 얘기라면 빈민들 구제하고 영약 만드는 이런 얘기가 나오겠지? 솔직히 말하면 그런 신선류나 의원류의 글도 이제 참신함의 껍데기는 다 깎아먹고 같은 클리셰만 반복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퓨전물은 처음이었기에 불만 갖지 않고 읽었다.
매끄러운 전개와 적당한 생각할 거리, 잘 표현된 주인공의 성격은 일관성이 있었고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발현하지 못해 점점 더 강한 고수를 만나며 점진적으로 강해진다는 구성은 참 훌륭했다. 꽤나 만족하면서 읽었지만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단점들이 눈에 띄어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로 마태오라는 인물이 막대한 신성력을 얻은 사연이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마태오라는 인물이 아무리 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고는 하나, 그가 평소에 가난한 가운데에도 선행을 일삼는 양심적인 인물도 아니고... 변덕과 편의를 위해서라고 명시되기까 했는데, 그것만으로 종교의 실천이라며 막대한 신성력이 덜컥 주어지는건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둘째로 허곤 영감의 존재감이 점점 흐려진다는 데에 있다. 많은 조연을 병풍처럼 두른 소설이 흔히 그렇듯 신성괴의 역시 허곤이라는 인물의 중요성이 뒤로 갈수록 떨어져 종국에는 결국 언급도 거의 되지 않는 수준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정도가 다른 소설보다 훨씬 덜하기에 거슬리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허곤 같은 스타일의 인물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조금 씁쓸했다.
셋째로 마태오의 이유 없는 선행이다. 마태오가 어려서 어떤 행자의 선행으로 목숨을 구원받았다던가 하는 동기가 있으면 모를까, 과거 판타지 세게에서처럼 목숨의 위협을 받아 어쩔수 없이 행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자발적으로 나서서 선행을 일삼는 건 조금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영단의 가치를 스스로가 알지 못한다는 진행도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흠이 되는 것은 바로 신성력 또는 선기 그리고 선술에 대한 학문적 기반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선술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끼고 8권까지 낼름 읽었던 본인으로써는 논거나 지식 없이 삼정에 따를 것만을 종용하는 마태오나 꼭 도술을 하는 데에 필요한 일종의 내공처럼 표현되는 선기를 보고 맥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좌백 작가의 천마군림에 나오는 해동 구선문의 사람들처럼, 선술로 경지에 오르면 초탈하여 세속의 명리에 관심을 끊는다던지 하는 약간의 학문적 기반에서 비롯된 설정조차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혈마가 달마와 싸우다 밀려나서 강신술에 대응했다는 말을 들으니 판타지 소설의 마계와 마왕이 떠올라 씁쓸하기까지 했다.
물론 신성괴의는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고 문체도 쓸만하다. 내용도 탄탄하고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일화도 여럿 있다. 그러나 선술이라는 소재를 단순한 일종의 초자연적인 능력으로써만 묘사하는 것은 선술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흡혈을 안 해도 되고, 태양빛을 받아도 상관없으며 불을 피워도 상관 없는데 오래 살 뿐인, 고대의 징벌을 받기 전 오만한 카인과 똑같은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들처럼 말이다.(아니 톡 까놓고 말해서, 흡혈도 노력하면 극복하고 낮에 나다녀도 되고 불을 피워도 되면서 오래 살고 안 늙으면 그건 어디서 굴러먹는 뱀파이어냐? 걍 초인이지. 아니 불사성과 불변성도 갖췄으니 신족이라고 해도 되겠다.)
장르문학이라는 문학의 가장 큰 요소가 재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미에 걸맞는 문학적인 요소도 가지는 것이 장르문학이 비주류에서 벗어나 진정한 주류문학으로 거듭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신성괴의에 대해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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