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성호
작품명 : 이지스
출판사 : 드림북스
무협소설만을 고집하는 저는, 끝까지 일단 보기 때문에. 그날도 어김없이 일단 봤습니다. 순간 제 눈을 사로잡는 그 광고문구에는, 아이리스의 천재작가 박성호의 신작. 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제목은, 이지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뭔가 이지스함의 느낌이 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판타지는, 최근에 읽은 강철의 열제를 끝으로 읽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예전 고등학생 때 읽었던 아이리스가 생각나, 가까운 책방에 가 이지스 1~15권까지 한번에 빌려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완결편까지 읽은 후 책을 덮은 후 생각한 것은.
"이건 뭐하자는 거지?"
실망했습니다.
원래 박성호 작가의 글을 기대하고 본 것은 아닙니다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박성호 작가님의 팬분들껜 죄송하군요)
아이리스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말장난으로 공백을 채워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말꼬리잡고 늘어지기, 했던 말 반복하기. 사건 번복하기 등.
이건 아이리스때나 지금이나 나아지는 것이 없더군요. 아무리 작가님의 필체고,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마치 글을 막 시작한 어린아이가 백지에 무엇을 써야할지 몰라 했던 말을 되풀이 한다? 이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1권에서 작가소개란에 보면, 박성호 작가님의 프로필 대신 어느 편집장님의 글이 죽 써있습니다. 대충 보면, 박성호 작가처럼 천재성이 일찍이 증명된 사람이 없었다는둥. 그의 글엔 진중함이 있다는 둥.
유머와 위트는 나름 존경할만 합니다. 아이리스에서 나왔던 그 특유한 말장난들과 상황설정. 언뜻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에피소드로 채워나가는 것 등은 확실히 여타의 작가님들보단 뛰어나다고 하겠습니다만, 하나의 큰 맥을 짚는 사건도 그러하고, 사건과 사건의 연결고리를 맡는 부분에서도 그러하고. 진중함은 떨어지고, 무게도 없습니다.
말년 수경 송준은, 어느날 갑자기 번개를 맞고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아이리스의 주인공인 히로가 어느날 이상한 동전을 주워들었고 그 동전으로 인해 이세계로 가는 것과 똑같은 설정입니다. 아니, 차원이동물이 그러하듯, 초반은 다 그럴 수 있습니다만, 개성이 부족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연당연히 일행을 만나고, 사건의 중추로 개입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이리스에서도 한참 나왔던 '화투'를 매개로 한 모험입니다. 물론 아이리스에서는 레드드래곤을 막는 일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주인공 히로가 도박을 잘한다는 이미지도 같이 부각되었죠.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전투씬, 러브씬, 일상의 에피소드. 아이리스와 비교하면 다 똑같습니다. 아이리스에서 주인공은 라이레얼, 아이리스 왕국의 공주, 세레나 등등의 수많은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면서도 결국엔 여차저차(아무리 설명해도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는군요) 해서 아이리스 왕국의 공주와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2부까지 우려먹었지만)
그리고 아이리스에서 나왔던 은발의 엘프가 이름만 바꿔서 이지스란 소설에 나오는 것을 보았고, 아이리스의 주인공 '모든 어린엘프의 영원한 오빠이자 엘프들의 수호자 히로' 라던가, '모든 용병들의 여신 라이레얼' 이라든가 하는 아이리스적인 얘기들로 점칠된.
그리고 파티 구성원이 아이리스와 너무나 똑같은.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것이 아이리스와 너무나 똑같은.
아이리스 3부라고 출간해도 무방했던 글이었습니다.
이로써 박성호 작가님껜 죄송하지만, 다시는 그 분의 글을 읽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나 실망했네요.
물론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 글을 읽고 눈살을 찌푸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저의 생각일 뿐이니 너무 노여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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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목이 왜 이지스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지스함이 생각나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주인공이 마법도 안 통하고, 칼도 안 맞고. 뭐 이런 것을 설정으로 해서 그러신 건지 모르겠지만, 제목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당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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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한 때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무게감 있는 소설이라면 딱 질색이신 분들이나, 가끔 머리를 쉬어주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보셔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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