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예 출신인 아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아이.
‘왜 도망 치지 않죠?’
칸은 눈을 뜨고 귀를 막은 손을 내렸다. 처음 이었다. 이렇게 물어 봐 준 사람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목소리는 귀가 아닌 머리로 들렸다. 즉, 누군가의 말이 아닌 생각이라는 것이다.
칸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방 한 구석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세요?”
"내 아이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by - 1. 칸 (1) 에서 문과 칸의 대화
호흡이 없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던 남자는 곧 씨익 미소를 짓는다.
“네, 그럼 이제 당신은 제 아이가 된 겁니다.”
칸의 이마에 그의 손이 닿자 그의 모습이 모래처럼 부숴지다가 곧 칸에게 흡수되어 들어갔다.
푹-
백작은 자신의 배에 박힌 단검을 보았다. 그 검은 자신이 칸을 죽이기 위해 사용한 검이었다.
‘어째서..’
칸은 자신의 가슴에서 칼을 뽑았는지 그녀의 피는 분수처럼 솟구친다. 하지만 그녀는 그 피를 보며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그 것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웃고 있다.
씨익-
피를 뒤집어 쓴 그녀, 백작의 배에 꽂혀 있는 칼을 잡고 있는 그녀, 그리고 어느 샌가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가 백작을 바라본다. 마치, 자신의 가족들이 죽었던 그날처럼 예쁘게 아주 예쁘게 그녀가 웃고 있다.
“으..으..으아악!!!!”
‘죽..죽..죽게 될 거야 난!! 죽게 될 거라고!! 젠장!! 분명히 죽었는데.. 죽었는데!!’
그의 외침이 그녀의 머릿속을 울린다. 그의 외침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녀의 입가에 미소는 진해진다. 그리고 이 장면을 하나도 잊지 못하도록 자신의 머릿속에 담는다. 절대로 잊지 못하도록.
“그냥 죽어.”
푹푹푹-
백작의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칸은 별로 상관 없다는 듯 찌르고 찌르고 또 찌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질 때쯤 그녀의 손이 멈추더니 손으로 백작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러게, 내 딸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by - 1. 칸(4) 의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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