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위대한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나는 이걸 쓸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그래도 써야만 하겠다.
친한 친구 하나가 있었다. 별난 녀석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소설을 쓴답시고 수능 공부 따위는 내팽개치고 소재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는데, 용케도 그것이 결실을 맺었는지 이상한 책 하나를 출판했다.
그리고 얼마 뒤 행방불명되었다.
……두렵다.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써야만하겠지.
그들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 관련된 모두를 조사하겠지.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를 추적할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남긴다. 아무리 그들이 치밀하다 해도, 내 인생에서 만났던 모든 가지들을 추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가장 은밀한 가지가 닿아 있던, 그리하여 너무나 희미해서 우리들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그런 당신과의 인연에 이 이야기를 맡긴다.
이 편지를 당신에게 맡긴다.
이것은, 그 오랜 기억의 초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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