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대왕(光海大王) 서장: 새롭게 쓰는 역사]
안녕하십니까?
필자가 구상하고 있는 "소설(小說) 광해대왕(光海大王)"은 인조반정에 의해 폐위(廢位)되었고, 그 19년 후에 예순일곱 나이로 유배지[流配地] 제주도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조선 제15대 국왕, 광해군(光海君)이 열아홉 살의 왕세자(王世子) 신분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설정입니다.
‘열아홉 살의 왕세자’로 돌아간 그가 새롭게 쓰는 우리의 역사를 많이 기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권빈(權彬) 배상(拜上)
0) 어느 한 외로운 늙은이의 죽음
예순일곱 살의 노인, 광해군(光海君)은 문자 그대로 파란만장[波瀾萬丈]했던 그의 삶이 다하는 순간이 다가왔음을 온 몸으로 느꼈다.
그는 이미 조선의 현(現) 국왕(國王)이며 그의 조카인 인조(仁祖) 능양군(綾陽君) 종(倧)에게 남기는 유서(遺書)도 기록하여 놓았다. 그러나, 광해군은 전(前) 국왕(國王)과 숙부(叔父)로서 그의 몇 가지 당부가 담긴 유서가 전달된다면 좋겠지만, 필경(畢竟) 그것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늙고 주름진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주름져버린 손으로 한동안 그의 유서를 쓰다듬고 있던 광해군에게 불현듯, 아버지 선조(宣祖)가 그에게 남겼던 간략한 유언장의 내용이 떠올랐다.
“형제 사랑하기를 내가 살아 있을 때처럼 하고, 참소[譖訴]하는 자(者)가 있어도 삼가 듣지 말라.”
자신에게 무엇보다도 더 요긴(要緊)한 조언(助言)이었다는 생각에 예순일곱 살의 노인, 광해군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이제는 다 부질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눈물이 흘러나왔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광해군은 그의 두 손으로 지그시 눈물을 닦고는, 조용히 그의 초라한 자리에 누웠다. 어느 여염집의 한 외로운 늙은이가 이제는 쓸쓸히 그의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좁은 방안에는 아무도 없구나. 거기다, 방 밖에도 매우 조용하다. 그리고, 아버지 선조의 임종[臨終] 때와는 다르게 주변에서 부산을 떠는 궁녀(宮女)들과 신료(臣僚)들에 둘러싸여 번잡스럽지도 않고, 이렇게 혼자서 조용히 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그의 자그만 베개를 베고 누운 광해군의 주름진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광해군은 조용히 눈을 감고 그의 마지막 숨을 힘겹게 들이마셨다. 이제는 죽을 순간만을 기다리는 광해군에게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야, 일어나 보거라.”
광해군은 자리에 누운 채로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살며시 고개를 돌려 힘겹게 쳐다보다가,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벌떡 누웠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서장 이후에 연결되는 스토리의 전개는 '제2장: 새로운 역사의 시작'에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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