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판타지 장르의 트렌드는 ‘회귀’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의 회귀물은 장편소설임에도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에만 치중한 성공 스토리를 질리도록 묘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개는 주인공이 강해지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더 편리한 ‘주인공 보정’을 하나 더 던져줄 뿐인 거지요. 더 나쁜 것은, 처음 주인공이 죽거나 과거로 회귀한 시점, 즉 '현재'로 돌아간 이후 스토리는 산으로 가고 바다로 가는 경우까지 있다는 겁니다. 이쯤되면 할 말이 더 없어지지요. 뭐, 그런 이야기들도 나름의 즐길 거리가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기 시작하면 그런 즐길거리도 서서히 물리게 마련입니다.
시간 태엽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소재에 매몰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분명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간 태엽' 즉 시간을 거스르는 주술을 사용합니다. 더구나 이 이야기는 정통 판타지의 배경에 잘 녹아나 있으며, 잘 꾸며진 소설적 장치로 1부 후반에 (미리 짐작할 여지도 충분히 주어진 상태로) 멋지게 등장하며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 다시 읽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1부 진행을 하며 공들여 묘사해놓은 등장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여가며 독자들의 원성을 굳이 샀지만, 이 슬픔은 마지막에서 큰 감동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중세풍의 다소 느슨하지만 실로 독특한, 정통 판타지라 불러 마땅할 세계관.
절제되고 낭비없는 묘사와 설명.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등장인물들.
가볍지 않고 진중한 소재에 대한 접근.
결코 작위적이지 않으면서 장편다운, 잘 꾸며진 구성과 스토리.
시간 태엽을 여러분께 다시 추천해 올립니다. 1부가 완결된 지금, 더욱 처절하게 아름다운 그 모습을 드러낸 판타지의 세계로.
http://novel.munpia.com/16014
가시지요.
PS) 추천글이기에, 조금 긴 글이었던 감상란의 글을 알맞게 요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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