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건님의 풍부한 감성, 진공청소기를 능가하는 흡입력, 언어유희의 결정체 Etude!
수많은 추천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데 상당히 망설였다. 일단 영어 제목과 부제목이 거슬렸다. ‘글의 일관성’이라는 부분은 작은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한글로 쓴 소설에 영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소 생각했다. 무협을 읽으면서 영어가 나오면 조용히 책을 덮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별 기대감 없이 첫 장을 넘겼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장에서부터 일어났다.
‘빨려든다!‘
내가 느낀 솔직한 감정이었다. 어느 사이인가 모니터와 눈의 간격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더니 글과 몸이 동화되기 시작했다. 평범한 글의 나열이 살아 꿈틀대며 나의 몸을 자극했다. 자건님의 능력이 독자의 감정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반증이었다. 그때부터 슬금슬금 불안감이 몰려왔다.
‘너무 빨리 읽으면 안 되는데······.’
줄어가는 글들을 보며 아쉬움으로 잠시 부르르 떨었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느끼는 그 목마름이란 정말 말로 하기 어려운 비범한 글임이 틀림없었다. 글을 다 읽고 잠시 멍한 상태로 생각했다.
“뭐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야?”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소재를 풀어나가는 탁월한 필력과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할 수 없는 글만이 가지는 특성인 언어유희를 잘 살린 글이었다. 게다가 경험에서 나온 듯한 풍부한 감성까지 겸비한 수작이었다. 이 즐거운 이야기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는 ‘오해와 착각’이다. 모든 소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평범한 소재이나 자건님은 자신만의 특유의 색깔로 버무리고 치장해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수완을 발휘했다. 자, 아직도 설명이 부족한가? 모두 달려가 읽고 재미없으면 나에게 돌을 던져라!
로켓을 타고 달나라에 가서 쓴 폭발적인 상상력의 글!
콜린님의 오후5시외계인!
이글은 첫 장부터 나의 뒷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주인공만 그나마 정상이고 출연진 모두가 상상을 불허하는 명품들이다. 간간이 등장하는 동물 조연들도 만만치 않다. 그들의 대화 또한 한마디 한마디가 특별하다. 자, 여기까지 듣고 ‘유치한 글이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글은 단언컨대 유치한 글이 아닌 특별한 글이다.
이 특별한 글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위트와 유치는 종이 한 장 차이란 점이다. 비극은 감정을 몰아가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조금 빗나가도 무난하게 다른 문장과 융화돼서 도드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희극은 살짝 삐끗만 해도 바로 유치의 영역으로 내몰린다. 즐거운 글은 결코 쉽지 않다. 유치함이란 폭탄을 등에 지고 싸우는 위험한 장난이다. 콜린님의 글이 뛰어난 점은 출발점부터 이 위험한 폭탄을 해체하고 상상력이란 칼을 유감없이 휘둘렀다는 점이다. 그의 상상력은 자칫 유치함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을 원천봉쇄했다.
‘이거야!’
바로 외칠 수 있는 글! 다만 분량이 작아서 아쉽긴 하지만 첫 장만으로도 까다로운 나의 입맛을 맞춘 명품 글이다. 자, 이제 콜린님이 살고 있는 달나라로 같이 떠나보는 것은 어떠한가?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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