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시에서 발행되는 무료 신문이 학생들 손에서 손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돌아다녔다. 돌고 돌던 신문이 최표중 손에 들어왔다. 신문 첫째 장 상단에 바람 일보라고 쓰여있다. 신문에서 가장 재밌는 건 뒷장에 있다. 스포츠, 예능 소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표중이 찾는 건 그게 아니라 더 뒤쪽에 있는 소설이다.
‘초현실 연구부 이야기.’
구름도시 이야기라고도 불리는 소설이다. 호러로 시작해서 추리까지 온갖 장르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연재하고 있다. 이 소설이 최표중의 마음에 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째는 독자를 바보 취급하지 않는다는 거다. 여주인공의 팬티를 벗기고 가슴과 엉덩이에 남주인공의 얼굴을 파묻게 하며 야한 삽화를 집어넣어 시선을 끄는 바보 같은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그랬으면 신문연재도 되지 않았겠지.
다음은 읽는 재미다.
술술 읽히는 간결한 문체도 좋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될지, 여기엔 뭔가 다른 의미가 있거나 복선은 아닐지 궁금증이 항상 따라다닌다. 아까 옴니버스 소설이라고 말했던가? 이야기마다 주인공도 벌어지는 사건도 다르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면 결국 이 모든 게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걸 알게 된다. 옴니버스를 가장한 장편소설이라는 거다.
불만이 있다면 비정기 연재소설이라는 것 정도다. 한참 잘 읽고 있는 최표중의 어깨에 여자아이가 달라붙었다. 같은 반 친구 김현지로 최표중과는 작년 겨울부터 사귀는 사이다.
“밥 먹으러 가자!”
“거의 다 읽었어. 이것만 읽자.”
“배고파 죽을 거 같단 말이야! 나중에 읽어 나중에!”
최표중이 김현지의 팔에 이끌려 교실 밖으로 끌려나갔다. 신문이 교실 바닥에 떨어졌다. 둘과 교차해서 남학생 한 명이 교실에 들어왔다. 남학생은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주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바벨의 서라는 책을 사용해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남학생의 손이 허리 허리춤으로 갔다. 직사각형의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남학생이 피식 웃었다.
https://blog.munpia.com/slradin/novel/50530
아래는 난바라다님이 써 주신 비평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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