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6 TrasyCla..
작성
17.01.16 20:38
조회
845

  옛날 옛적 활동할 시절에 이런 부류의 글을 써본 기억이 있군요. 아마 그때는 글을 쓰기 시작할 초반이라 그런지 당당함과 패기도 있었고, 나름의 자부심도 넘쳤기에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마음에 한담에 얼굴을 내비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습작을 다년간 써 오면서 제가 느낀 느낌을 그대로 서술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냥 정말로 연재하면서 이런 느낌은 어떨까, 저런 느낌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지요.


  그럼 시작해봅시다.




  글을 쓰거나 읽을 때 여러분은 직접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정말 감정에 벅차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상에서는 “아녜요, 소리내서 읽으면 얼마나 좋은데요”라고 할 지 모르겠다만 실제로도 정말 그러실지는 무리수군요.


  근데 저는 정말로 그래요. 뭐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부끄러우니 못한다고 쳐도 아무도 없을 땐 열성적이게 대사를 따라 말한답니다. 어쩔 땐 무심코 내뱉은 말을 그대로 대사에 옮겨쓰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면 가끔 글로 보기에는 부담스러운데 실제로 따라읽어보면 꽤나 자연스럽고 억양이 딱 느껴지는 문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


  “야, 생각을 해 봐. 네가 그 여자를 만난다고 삶이 편해질 것 같아? 당연히 아니지! 그 여자랑 만나면 너만 피곤해져. 아닐 것 같지? 자, 나랑 내기 할래? 그 여자랑 헤어지면  너가 나한테 한 턱 쏘고, 그 여자랑 잘 되면 내가 너한테 한 턱 쏘는 걸로, 어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야, 생각 좀 해 봐라 생각! 니가 그 여자 만난다고, 니 삶이 편해질까? 아, 당연히 아니지! 야 인마, 너랑 걔랑 만나면 너 혼자만 피곤해져요, 혼자만. 아니야? 아니라고? 나랑 내기할까? 너랑 걔랑 깨지면? 니가 나한테 한 턱 쏘고, 만약 니가! 니가 걔랑 딱 된다? 내가 너한테 한 턱 쏜다, 오케이?”


============================================


  위의 두 대사는 어떤 자리에서 “내”가 “그 여자”와 사귀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될 지 친구가 충고를 해 주고 그걸 두고 내기까지 벌이는 상황입니다. 형식이 다르긴  위와 아래의 문장은 서로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차이가 없습니다. 특별히 바꿔 쓴 단어도 많지 않고요.


  하지만 위와 아래의 문장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설명을 해 드릴게요.


  위의 대사는 정보만을 전달하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몇몇 문장만 빼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명확하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위의 문장은 독자가 글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정보는 정확하게 전달할 지 몰라도 말을 하는 당사자의 어감, 태도, 그리고 말하는 분위기 등을 제대로 전달해내지 못합니다.


  실제 현실에서 과연 저렇게 정확하게, 아무런 실수 없이 술술 말을 풀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마치 드라마 대사를 글로 옮겨 쓴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저 말을 하는 당사자가 아주 유식한 여성이라면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저런 대사는 보통 남자인 친구가 해주는 것 아니었나요?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그에 반해 아래의 대사는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위의 대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문장을 빼려하니 뭔가 부족해져서 결국 전부 다 읽어야 내용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그래서 아래의 문장은 독자를 조금 피곤하게 합니다. 게다가 쓰는 작가 입장에서도 문장이 길어져 곤란하게 하지요. 똑같은 말이 반복되기까지해서 보기 싫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저 문장을 직접 소리내어 읽어봅시다. 어? 뭐… 약간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위의 문장보다 읽는게 그리 딱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의 문장보다 더 빨리 읽히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직접 소리를 내어 읽으니 눈으로 본 것보다 더 빨리 이해가 됩니다.


  게다가 그보다 더 신기한 건 대사를 따라 읽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입니다. 마치 왁자지껄한 술자리에서 내 앞에 앉은 친구 녀석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내게 충고를 하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글을 보면서 마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맛보게 됩니다.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어떤 효과냐고요? 어디 한 번 실험해봅시다. 여러분 앞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제가 그 무언가를 감각을 통해 묘사해볼게요.


  1. 이것은 처음에는 아주 달지만 먹다보면 씁쓸한 부분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먹으면 이것은 너무 달거나 아무 맛도 안 나게 됩니다. 혹은 쓴 맛을 내기도 합니다.


  2. 이것은 향이 많이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쪽의 향은 새큼하면서도 단 향이 납니다. 가장 안쪽은 쓴 내와 단 내가 함께 나기도 합니다.


  3. 이것을 때렸을 때 약하게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세게 때리면 ‘파사삭!’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집니다. 베어물거나 자르면 ‘꺼거걱! 끄극’하는 소리가 납니다. 가장 안쪽을 부수면 ‘까가각! 까각!’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것을 그대로 씹다보면 ‘끄극, 끄극’ 대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4. 이것은 표면이 아주 매끄럽습니다. 세게 문지르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납니다. 이 물건은 안쪽이 까끌까끌합니다. 이 물건의 가장 안쪽은 매끄럽기도 하지만 울퉁불퉁하고 까끌까끌한 것도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면 이 물건은 물렁물렁해집니다.



  자, 여기까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모르시겠어요?

  그럼 한 가지 힌트를 더 드리죠!



  5. 이 물건은 표면이 빨갛습니다. 이 물건의 안쪽은 옅은 노란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물건의 가장 안쪽에는 검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물건은 밖에 오래 놔두면 누렇게 변하다가 결국 아주 나중에는 검게 변하고 맙니다.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네, 정답은 바로 사과입니다!


  위의 5가지 힌트에 해당하는 감각을 말씀드릴게요.

  1. 미각

  2. 후각

  3. 청각

  4. 촉각

  5. 시각


  위의 4가지 힌트를 모두 보았을 때에는 무엇인지 별로 감이 잡히지 않으셨을 겁니다. 먹을 것이고, 과일인 것까진 유추할 수 있지만 무슨 과일인지 알 수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딱 시각이 들어섰을 때, 우리의 판단이 확실하게 서게 됩니다. 이처럼 시각은 인간이 판단하는 데 있어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친답니다.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는 이런 식으로 독자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장면을 대사에 녹여 마치 그 대사를 읽으면 장면이 튀어나오게 하여 독자가 곧바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이지요.


  이것이 제가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시각화”입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글에 녹여낸 듯 표현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글은 최대한 그 장면에 맞게 분위기라던가 장단, 어투를 맞춰야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일반인에게는 조금 힘든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쓰는 방법은 바로 그 대사를 직접 읊어보는 겁니다. 실제 그 대사의 주인공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읊을 지 고려하면서요.


  어떠세요? 한 편의 글로 그림을 그려내는 시각화. 꽤 멋지지 않나요?



  -탈라켐



Comment ' 5

  • 작성자
    Lv.11 삼매
    작성일
    17.01.16 22:21
    No. 1

    좋은 글이네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19 밥앤라면
    작성일
    17.01.17 01:41
    No. 2

    많은 생각하면서 글 쓰신게 선명하게 보이네요. 맞는 말입니다. 외부정보의 70~80%를 인간은 시각을 통해서 받아들인다고 하니까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22 라우(RAU)
    작성일
    17.01.17 06:59
    No. 3

    제 편집자 분과 똑같은 말을 하셔서 놀랐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라고 조언하더군요. 그 조언대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론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편의 글로 그림을 그려내는 시각화, 참 멋진데 잘 쓰기엔 어려운 스킬이죠!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4 JAMSESSI..
    작성일
    17.01.30 05:36
    No. 4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탈퇴계정]
    작성일
    17.02.05 14:48
    No. 5

    잘 읽었어욘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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