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고등학교때 경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클래식음악을 했습니다. (검색포털사이트에 튜바를 검색해보세요.)
거의 고2끝무렵, 고3가까이 되서 시작했었죠. 내가 하고싶은 일이고 이 일로 밥벌어먹겠다 해서 시작했습니다.
늦게 시작한걸 알기에 오전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오전 6시까지 학교연습실에가서 아침연습하고 7시에 조례들어가 조례끝나고 다시 연습실로 내려가서 오후 1시까지 연습하고 밥먹고 1시간 쉬고 연습하고 오후 6시에 저녁먹고 1시간 쉬고 12시에 학교 나와서 집가고 그랬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30분은 잡아야 했죠.
처음에는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아는게 늘어날수록 제 부족한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노력의 부족이라 생각했습니다. 해외 마이스터들의 음악을 듣고 어떻게하면 저렇게 연주할수 있을까 연습하지 않을때면 연구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때 쓴 mp3안에 있는 5분짜리 입시곡 재생횟수가 2천번이 넘었습니다. 부분반복재생까지 포함하면 1년동안 그 노래밖에 안들었죠.)
슬럼프가 언제 왔는지 몰랐습니다. 어느순간 내가 하는 연주가 너무 쓰레기같았고, 실제로 레슨이나 친구끼리 피드백에서도 긍정적인면은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죽고싶고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패물을 팔아 레슨비를 대셨었고 누나는 알바에 치여 학점과 친구를 잃었고 아버지는 사채를 끌어다 쓰셨었습니다. 그 결과가 이런 쓰레기라니..
밑도 끝도 없는 슬럼프를 끝낸건 제 선생님이었습니다.
레슨을 받던 중,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제 싸대기를 때리시더군요.
참고로 제 선생님은 저희집이 가난한걸 알고 일부러 레슨시간을 밥때에 맞춰 잡고 레슨을 가면 \"렉쩜아 밥 안먹었지? 먹고 레슨하자.\" 항상 이러셨고 레슨비가 밀려도 레슨을 다 해주셨었습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죠.
여튼 그런 선생님이 뺨을 때리고 하신 말씀이 이거였습니다.
\"너 내 제자 맞기는 하냐? 내가 레슨때 지적하던게 뭐냐?\"
당연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제 연구결과에 혼자 취해서 연습을 했으니 선생님 말따위가 생각날리가요.
제 슬럼프의 객관적인 원인이 뭐였냐면, 소리 음정 박자였습니다. 기초중에 기초가 부실해서 생긴 슬럼프였는데 그걸 완벽히 하고나서 써야할 고급기교들을 계속 사용해서 나는 불협이었습니다.
그걸 주변사람들은 계속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저만 혼자서 \'내가 얼마나 연구하고 연습했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연구하는 마이스터보다 연주도 못하면서! 그사람거 듣지도 않았나.\', \'반주깔리고 제대로 들으면 다를텐데 왜 이걸 트집잡는지 모르겠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죠. 고집과 자화자찬에 빠져 나보다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있었죠.
슬럼프다 생각이 드시면 남의 생각을 빌려 그 관점으로 지켜봐 보세요. 인정하긴 싫겠지만 보이는게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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