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5년 가까이 된 옛날 이야기입니다.
한창 대여점이 늘어나며 요즘 말하는 ‘1세대’들이 나타나던 시기였죠.
로도스 전설(전기 말고 전설 :D 로도스전설의 프리퀄적인 이야기입니다.)로 판타지를 처음 접한 전 드래곤라자 -> 용의 신전 -> 가즈나이트 등을 보며
“판타지는 재미있고, 다 보고나면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잡은 게 fancug의 운영자이기도 한 ‘카인’님의 데뷔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여점에서 아무 거나 집어와도 거의 대부분 재밌다고 생각하던 저였던 터라 이번에도 두근거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읽었던 글들과 너무 달랐습니다.
일단 주인공 상황이 너무 시궁창이었어요. 불행하기 그지 없었고, 뭔가 주인공이 상황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수렁에 빠져드는...
그나마 ‘여주인공’격인 인물과의 위태위태한 연결점이라고 해야하나... 좀 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어서 계속 봤습니다.
당시의 제게 있어 베드/세드 엔딩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나중가면 그래도 이 불쌍한 주인공이 행복해질 거라고 믿고 봤죠.
그런데 권을 거듭할수록 불행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권에 가서는 바닥 밑에 바닥이 있다(...)는 것을 어린 제게 알려주듯 세드/베드 엔딩으로 치달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 이후로 한동안은 글을 보기 전에 결말을 미리 알아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십수 년이 흐른 지금도 카인 님 글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1,2권만 읽은 글이 있긴 합니다.)
아무튼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제게 정말 쇄기를 박아넣은 글이 있었죠.
스포일링이 되기 때문에 제목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정말 잘 쓴 글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그런데 엔딩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소설로써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아주 좋은 엔딩이었지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보고 있던 제게 있어서는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런... 끔찍한 엔딩이었죠.
이후로 세드/베드 엔딩인 작품은 아예 시작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의 엔딩을 알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간혹가다 세드/베드 엔딩인 작품을 접하는 일이 있긴 했습니다.
그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제 세드/베드의 기준이 솔직히 좀 평범하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같은 충격을 받는 일은 없더군요.
사실 어쩌면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그렇지, 저 문제의 두 작품을 지금 다시 보면 느낌이 꽤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덧1) 당장 떠오르는 세드 엔딩 작품은 드래곤 레이디 정도인데... 솔직히 이건 너무 작위적으로 슬픈 엔딩을 만든 글이라 좀... 마지막에 가서는 슬프기보다는 어이가 좀 없었습니다 ㄱ=;;;
덧2) 막상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는 세드 엔딩이라 불리는 글들도 꽤 많이 봤군요. 제 기준으로 세드가 아니라 별로 인식을 안하고 있었을 뿐이지. 음... 어쩌면 저도 세드 엔딩 잘 보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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