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하던 중 독자분들이 어떤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 캐릭터 고유의 선함, 혹은 악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면 미워하고, 이해하게 되면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악은 관계없어요.
그런 점에서 약한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강해지는 내용이 먼치킨물에 비해서는 감정이입이 쉬운 것 같습니다. 약할 때 느끼는 수모라던가, 당했던 것에 대한 복수심... 그런 감정들이 그려내기 쉬운 편이죠.
반면 처음부터 뛰어난 강자로 묘사되는 먼치킨물의 경우 행동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단순무식한 녀석이면 그래도 시원하게 같이 갈 수 있는데 배배꼬인 녀석이면 더합니다. 사실 먼치킨물이란 건 독자의 감정이입보단 고난의 상황을 만들고 초인적인 힘을 통해 그 상황을 타개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먼치킨물의 주인공은 사랑받을 수 없다. 그건 아닙니다. 강자의 마음. 강자의 개인 서정도 어쩌면 파낼 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자신의 힘에 의존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자신의 힘을 업고 떵떵거리는 어리석은 것들. 자신의 힘이 두려워 설설 기는 이들. 어디에서도 대등한 관계는 찾을 수가 없고, 그럼에 따른 고독감, 인간에 대한 불신 등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묵향은 반박할 길 없는 먼치킨 소설입니다. 다른 놈들이 화경 수준에서 놀고 있을 때 주인공은 홀로 그들과 한 차원의 벽을 두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묵향 2권이었던가요? 아끼고 믿던 사람들이 자신의 힘을 두려워하여 다함께 뒤통수를 치고 큰 내상을 입어 탄령하로 흘러들어갈 때..(스포 죄송합니다.) 그 때 저는 읽으면서 거의 울뻔했었습니다. 어쩌면 그 때의 경험으로 인해 묵향이란 존재는 더욱 비틀어져갔는지도 모릅니다. 강자의 시원시원한 부분이나, 고독감, 오히려 의존적이 되어가는 모습 등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묵향 1~3권은 기존 먼치킨물의 현상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린 대단한 소설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최근 리메이크를 잡으면서 제가 새벽감성으로 글을 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없으면 짜증이 납니다.
짜증이 나서 아예 더 글을 읽고 싶지 않을 정도면... 음 위험합니다. 그 정도까진 아니라면 그 짜증은 그대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등장인물에게 옮겨갑니다.
그것은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수정을 거치고 있습니다만, 여길 고치면 다른 부분이 뒤틀리고... 여길 고치면 다른 부분이 뒤틀리고 그러네요.
그래도 고치는 순간엔 희열이 느껴집니다. 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그것을 읽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수정하는 것이 바로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자꾸 타자가 멈춥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한담을 뒤지게 되는 기현상이.
댓글만 쓰는 것도 그래서 뻘글 한번 써봤습니다. 모두 좋은 작품 쓰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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