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설, 좋다라는 말은 참 좋지요. 작가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독자는 좋은 소설을 찾아다닙니다. 그렇다면 좋은 소설의 요건은 무엇일까요? 제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좋은 글은 사람을 홀리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글, 흡입력 좋고 소재 좋고. 다 좋은 글이 가져야 할 덕목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저렇기 때문에 가벼운 글, 쉽게 읽히는 글보다는 무거운 글에, 감정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글에 더 눈길이 갑니다.
사실 글은 사람을 홀려야 한다, 라는 말은 추천하는 본 글 중 -‘회색시대’- 에서 나온 문장입니다. 순간적으로 확 끌어당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추천글 서두를 이리 뗀 것 같습니다.
1. 회색시대
Girdap님의 회색시대는 분명히 즐거운 마음으로 들 소설은 아닙니다. 배경은 무거운 시대를 그리며 그 무거움을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갑니다. 색, 정확히는 그림을 금지시킨 종교의 모습에서 우상숭배를 금지하여 성상파괴론을 주장하던 중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너무 앞서 나간 것일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강압과 시위는 우리 역사의 한 면면이 연상되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읽으면서 시원한 전개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단지 그 모습들이 너무 먹먹하고 답답하고 그럼에도 궁금해서, 그림을 금지한 시대에서 손이 잘린 화가와 그 아들, 일의 시발점이던 ‘그림 속 강아지’를 형상화시킨 마법사와 그 딸, 한 때 친구였던 이들을 잡아야 하는 이단심문관과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글을 계속 읽게 됩니다.
2. 흑야에 휘할런가
제 감정을 흔들 수 있으면 전 기쁜 마음으로 글을 읽습니다. 그런 점에서 견마지로님의 흑야에 휘할런가는 가장 기쁘게 읽은 소설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한창 연재될 당시 이 글에 대한 추천사가 엄청나게 쏟아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출판하신다고 글을 지우셨다가 유료연재로 글이 올라왔길래 한 번 본 글이지만 전부 구매해서 다시 읽었습니다.
무협에서 가장 중시되는 건 의기와 협이라 알고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한 평가로는 진부하지만 진정한 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일축하고 싶습니다. 10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당하게, 힘에 눌려 참 스승을 잃고, 어린 나이에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어서 10년. 10년을 기약하고 각자 흩어져 힘을 키워나갑니다. 원-송 교체기인 배경은 아이들이 살아남기에도 힘든 공간이지만, 결국 10년이 지날때까지 그들은 뜻을 꺾지 않습니다.
무협이라는 장르지만 화려한 무공도, 강한 절세고수도 나오진 않습니다. 그러나 무협의 ‘협’이 어떤 것인지를 와닿게 해주었고, 다 읽고 나면 한동안 감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소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두 글 모두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취향을 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추천받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 글들입니다. 읽어보셔도 크게 실망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첫 추천글이라 생각을 많이 하고 고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색하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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