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쬐는 태양의 뜨거움은 사막을 불태우고 있다. 오르도스 사막. 여포의 고향에 온 한빛환웅은 타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어 미칠 것 같았다.
‘웬 주막이?’
그런데 그의 눈앞에 주막이 있었다. 황금빛 모래 위에 덩그러니 지어져 있는 주막이 어울리기나 하겠느냐 만은 이상하게도 조화롭다. 그리고 갈증을 해소하려 하는데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면사를 쓰고 있는 여인 하나가 주막 앞에 파라솔을 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먹고 있는 것은 사막에서만 판매한다는 선인장에이드로 보였다. 얼음이 가득한 것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아쉬운 것은 면사 위의 아름다운 눈만큼 완벽할 것 같은 그녀의 외모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녀의 옆에는 붉은색 흙을 닮은 말이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양새가 좀 화가 나 보이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주막을 들어서려는 찰나에 그의 귀에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 목이 말라서 말이요.”
뒤를 돌아보는 그의 눈빛에 스며든 아쉬움. 역시 면사에 가려져서 그녀의 말하는 입이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요?”
“당연히 목을 축이려 왔소. 값을 지불하리다.”
“그대에게는 팔지 않겠습니다.”
“뭐요?”
그는 황당했다. 사막에서 마실 곳이 있는 것을 보고 들어섰지만 취할 수 없다니? 분노가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소?”
“그대의 작품 ‘적토마에서 방천극을 휘두르다’에서 저의 비중이 너무도 적기 때문입니다.”
“…….”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그래서 자세히 그녀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것 같다 싶은 여인이었다.
“그대는 초선이 아니오?”
“…….”
아무런 부정을 하지 않으니 초선이 맞는 것 같았다.
“내 그대의 비중을 늘리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소. 그런데도 그 말을 들으니 섭섭하오.”
“초선의 비중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무슨 소리요. 전체를 보았을 때 초선이 나오는 회차가 약 20프로에 육박하오. 이 정도면 그동안 쓴 내 전작에 비해 여성 비중을 많이 둔 것이오.”
“그래요.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그건 상관이 없습니다.”
“응? 그럼 뭐가 문제란 말이오?”
“저의 비중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라니까요!”
“…….”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러고 보니 초선이 말할 때 입김으로 인해 면사가 펄럭여야 하는데 미동도 없다. 그럼 지금까지 자신은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옆을 보니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말이 보였다.
“서… 설마!”
“맞습니다. 저의 비중 말입니다.”
“어떻게 말이 말을……?”
그는 할 말을 갑자기 잃었다. 적토마가 입을 벌려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인의 목소리인 것을 보니 적토마는 암말이었나 보다. 아니면 혹시 작품에 등장하는 적토마의 짝일 수도 있겠다.
“말(馬)이 말을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말(?)인가요?”
“그것이 당연하지 않소?”
“그래서 작품 속에서는 말을 하지 않고 있지 않나요? 이렇게 당신이 잠시 홍보를 하러 왔을 때 묻어가려고 말입니다.”
“음…….”
“어쨌든 제목도 ‘적토마’가 붙었으니 제가 주인공 같아 보이는데 말입니다.”
“그것은? …알겠소. 노력해 보겠소.”
“그럼 믿고 있겠습니다.”
“알겠소. 목이 마르오. 어쩌면 타는 갈증에 내가 정신이 혼미하여 이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구려.”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심지어 그는 말이 웃는 표정까지 볼 수 있었다. 적토마는 초승달 눈으로 변하며 특유의 이빨을 드러낸다.
‘말세(馬世)로구나. 말이 말을 하다니…….’
위의 홍보글처럼 ‘적토마에서 방천극을 휘두르다’에서는 반전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연의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을 반전의 매력으로 묘사했습니다. 매일 연재. 주말과 공휴일도 쉬지 않고 약 5천자를 쓰고 있습니다. 적토마를 타고 여포의 용맹과 초선의 경국지색을 느끼실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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