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길조
작품명 : 숭인문
출판사 : 발해
무협소설 경력만 이제 25년차에 접어들었다. 중학교1학년때 이미 김용과 양우생, 고룡의 작품을 거의 다 섭렵했으니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오래되면 될 수록 안좋은 점이 자꾸만 생겨난다.
눈높이만 한 없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협소설은 본연의 의미만 놓지 않으면 계속 해서 재미 있을 수 밖에 없기에 아직도 좋은 작품을 만나면 마음이 설렌다.
숭인문은 내게 그런 무협이었다. 문파의 고루해 보이기까지한 전통이 서서히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을 답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맞다. 무협이란 그런것이다.
노래를 들을 때 가창력이 폭발해야 좋은 곡이 있는가 하면 잔잔해야 제맛이 나는 노래가 있듯이 무협 역시 숭인문과 같은 드문 케이스의 분위기도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류가 무협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어느 하나도 확실하지 않고 어정쩡할 경우이다. 특히 무협은 더욱 그렇다. 복수물이면 노독행 같은 진한 사나이를 그릴 것이고, 새로운 개념을 점복하고 다양한 문파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선택지에 대한 답을 보려면 태극문이 어울린다.
그렇다. 이 숭인문을 보면서 떠올린 작품은 태극문이다.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태극문을 떠올린 것은 숭인문이 바로 문파내의 여러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삶이 방식을 그려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자극적 요소를 많이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과한 설정을 배제하려는 점으로 비추어 질 수도 있는데 어찌 보면 근래 인기 많은 자극적 설정과 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과한 설정을 싫어하느지라 이런 숭인문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진정한 작가는 베고 죽이는 그런 장면으로 혹은 시덥지 않는 유치한 설정으로 재미를 주는게 아니라 사람이 사는 사람이야기를 잘 풀어 내는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숭인문의 작가 이길조님은 이런 사람 이야기를 잘쓰고 있다. 내 경우 여러 습작을 써본 기억이 있지만 여지껏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글로 이 사람을 그려내는데 벽에 가로 막혔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 습작이 출판된 작품중 일부 저급한 책보다는 나을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지만. 아무쪼록 [ 숭인문 ] 강력 추천드린다.
ps. 아쉽게 아직 완결은 아니다. 무척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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