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야사토 케이시
작품명 : B.A.D. 3권 - 마유즈미는 동화의 결말을 알고있다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선악 판단이 되는 사람한테 부탁하도록. 나 같은 인간은 도움이 안 돼.”
마유즈미 아자카는 지인의 부탁을 거절했다. ‘인어’에 관한 악질적인 ‘오락’에 질린 것이다. 하지만 어떤 동화를 읽은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변해 의뢰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 미소는 불길한 징조로만 여겨졌다. 그래도 나는 이 웃기지도 않는 괴이한 일로 인해 희생자를 내고 싶지 않았다. 비록 이 손이 닿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잔인하며 애절한, 추악하고도 아름다운 미스터리어스 판타지, 대반향의 제3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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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하면서도 씁쓸하고, 처절하면서도 가슴 찡한 오컬트 판타지 B.A.D. 그 3권입니다.
2권은 '미나세 가문'을 둘러싼 긴 호흡의 장편이었다면, 3권은 모종의 연관관계를 가진 몇 건의 '의뢰'와 또다른 영능력자 콤비인 '아카리' 일행과의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지는 스타일입니다.
직접적인 메인 스토리가 있긴 합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개의 '사건'은 따로 즐길 수 있게끔 되어 있는 형식.
그리고 그 개개의 사건은, 1권에서 보았다시피 더없이 안타깝고 파멸적인, 구원없는 이야기들.
... 그런데..
오다기리 이 놈, 진짜 처절하게 구른다...
보통 '주인공이 구르는 소설'이라 하면, 뭐 크게 다친다던가, 주변인들이 처절하게 죽어나간다던가, 끝 없이 시련이나 위험한 임무로 몰린다던가 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데 B.A.D.의 스타일은,
주인공의 '선의'가 상대방을 파멸시키는 것을 끊임없이 주인공에게 들이 대는 겁니다.
정말이지, 오다기리는 최근 보기 드물정도로 개념인 주인공이거든요?
이런류의 '불합리로 점철된 오컬트물'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비합리와 불의에 대한 정당한 분노와 연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악한 인간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은 어떻게서든 돕고자 하지요. 우유부단이라던가 초탈한 분위기라던가 하는, 요즘 흔한 주인공 속성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는, 한 마디로 '공감할 수 있는 인간상'을 잘 실현하고 있는 건전한 시민인데...
그런데 그 인간성이 오히려 사건을 파멸로 이끌어요. 구하고자 했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거나 다름 없는 일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겪는다고요.
거기에 더해, "시즈카"라는, 오다기리가 가진 '자신이 거부함으로써 파멸시킨 여성'에 대한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까지, 그야말로 성역따윈 없다는 듯 거침없이 침입하여 해집어놓는 이번 권의 전개는 정말이지... 아아...
오다기리 안 미쳐요? 이놈의 작품들은 정신붕괴 미치광이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이 애는 그나마 제정신 유지하고 있는게 진짜 신기합니다. 아오, 마유즈미 이 애, 초콜릿만 먹지 말고 오다기리한테 좀 잘 해 줘라...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 트라우마적인 부분, '인간성' 자체에 대한 부분을 끊잆없이 비웃듯 짓밟고 능멸하는 이 더 없이 가혹한 전개...
사랑합니다♡(...)
진짜 이렇게 색이 찐한 이야기, 요즘 라노베에서는 찾기 힘들다니까요. 거기에 문장도 탄탄해, 캐릭터 개성도 좋아! 멋져! 라노베는 아직 안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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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모든 일의 흑막으로 들어난 '여우'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세상에 이렇게 씹어죽이고 싶은 캐릭터는 오랜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1권에서 보여준, '미스테리어스한 흑막'의 포지션과 '세속적이고 추악한 욕망에 찌든 속물'로서의 모습이 절묘하게 뭉친 그 특이한 캐릭터성은, 이제 거의 추악하고도 증오스러운 마왕의 모습.
인간의 비극을 이정도로 유쾌하게 즐기는 악당도 정말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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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즈미 아자카는 히로인이긴 한데, 정말이지 '히로인'이란 포지션으로는 애매한 느낌.
'의뢰'를 비롯하여 '영능탐정사무소'라는 간판을 걸고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만, 오컬트 판타지로서는 충실해도 '사무소물'로서는 솔직히 엄청나게 애매한 작품인데, 마유즈미는 혼자서 '사무소물의 흔한 최강 소장님' 자리에서 시크하게 웃고 계시니...
게다가 다른 영능력자들의 능력이 상당히 물리적인 묘사로 나오는 터라, 마유즈미의 능력만 유독 미스터리한 느낌으로 튑니다.
그나저나 곳곳에서 웃음 포인트가 되어주는 마유즈미의 괴취향(학교수영복이라던가...)은... 마유즈미 아자카의 성격상, 자신이 '14세의 미소녀'라는 객관적 사실 자체마저 일종의 유희수단으로 써먹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예상이 드네요. 그야말로 즐겁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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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끝까지 비극으로 오다기리를 밀어붙여놓고, 결국 흑막 등장과 함께 마유즈미의 '패퇴 선언'으로 이번 이야기는 4권으로 이어집니다. 3,4권은 같이 구입했으니 최대한 빠른시일 내에 읽고 싶네요. 4권이 '여우' 이야기의 마지막이라 들었는데, 어떤 결말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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