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정
작품명 : 게임 - 정연란 연재중
장르 : 로맨스(?)
전부터 이 작품의 추천글을 써보려다가 몇번이고 그만 두었습니다. 분명 재밌는 글이긴 한데 뚜렷한 목표없이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슬슬 이야기의 중심 사건이 빼꼼 고개를 내밀더군요.
마흔을 바라보는 주인공은 7급 지방 공무원입니다. 삶의 뚜렷한 목표도 없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솔로입니다. 솔로지만 외롭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죠. 그는 천상 솔로입니다.
그의 취미이자 특기는 운동입니다. 체육관에서 격투기를 수련하죠. 실력은 거의 프로급입니다. 웬만한 애들 그냥 골로 보내죠.
그의 또다른 취미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일탈행위를 즐깁니다. 19세의 새내기 대학생으로 속이고 다른 유저를 형누나 부르며 묘한 쾌감을 느끼죠. 한마디로 사이코입니다.
냉소적이고 외로움도 느끼지 않고 사이코짓을 하는 봉급쟁이 공무원이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그런 주인공 앞에 두 여자가 나타납니다. 한명은 유선희라는 부하 직원으로 정의감이 넘치는 열혈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게임 속에서 만난 의로운 간디 같은 여성 유저입니다.
현실은 냉혹합니다. 정의보다 내 자신의 안위가 먼저고, 생명보다 돈이 우선되는 세상입니다. 주인공은 세상의 그런 이치를 욕하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타협을 하죠.
분위기마저 전반적으로 어둡습니다. 주인공의 성격은 냉소적인지라 돌파구를 찾지도 않고 의욕도 없으며 철저히 관조자의 입장에 서려고 합니다. 성질 급한 독자는 여기서 문피아 로고를 눌러버릴 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이 냉소적인 이유는 상처받기 싫고 상처주기 싫어서입니다. 그의 본래 맘은 따듯하지만 우습게 보이지 않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두툼한 보호막으로 가려 그것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두 여자와의 만남이 주인공을 변화의 길로 인도합니다. 그녀들을 통해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았거나 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그리고 조금씩 바뀌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애정이란 걸 부정하지 못합니다.
이 글의 장르는 오정님께서 로맨스라 칭했지만, 제가 볼땐 로맨스와 스펙타클(?) 액숀, 그리고 사회 비평적 요소가 가미된 토탈 노블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작가님이 로맨스라 우기신다면 '오정 스탈 로맨스'라 부르도록 하죠.
무엇보다 이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작가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고 감정 묘사가 뛰어나며, 주인공의 성격을 잘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적절한 액숀으로 독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도 합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기에 글의 몰입도 역시 뛰어납니다.
앞으로 문피아에서 이런 좋은 작품이 더 많이 연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감상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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