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권태현
작품명 : 드래곤머니
출판사 : 로크
- 논단에 인위님의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글을 쓰기 전과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남의 글을 읽으면서 '관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다.
스토리, 짜임새, 문장, 유머, 전투장면, 애정 묘사, 등등 '이 작가는 글을 얼마나 잘 쓰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이 점은 대단하구나!
이 정도밖에 못쓰나?
부럽다!
장난하나!
등등 배울 점을 고민해보고, 나에겐 없는 장점을 생각하며 부러워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인기작가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문장력, 단어구사, 스토리, 짜임새 등등, 그 무엇이 되었든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져나오는 여타 소설들보다 뛰어난 자기만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권태현 작가는 경력이 오랜 작가가 아님에도 드래곤머니를 읽을 때 '관찰'할 여지도 없이 한 사람의 독자가 되어 빠져들었다.
다 읽고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그토록 빠져들었던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드래곤머니는 간결하다. 그런 문장은 한두 번 생각하고 나올 수 없다. 군더더기가 없는 문장에서 글의 흐름에 지장을 주는 요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막힘이 없이 술술 읽히는 것은 내용없는 빈깡통이어서가 아니라 충실한 내용을 최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작가가 찾아냈기 때문이다.
드래곤머니의 코드는 유치하지 않다. 물론, 유치한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여 더욱 작품을 빛나게 하는 작가도 없지는 않지만 요즘 많은 글들이 그저 '유치'할 뿐 웃음을 머금게 하지는 못하는 것과는 달리 드래곤머니는 '유치'라기 보다 치밀하게 계산된 '위트'가 있다. 긴박하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인물들만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런 엉성한 전개도 없고, 별로 비장하지도 않은데 홀로 비장한 척하는 괴리감도 없었다.
상황과 인물의 행동과 대사가 딱 맞아 떨어진다.
무엇보다 드래곤머니는 재밌다. 재미의 요소를 뭐라 규정지을 깜냥은 못되기에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드래곤머니는 짜임새와 인물과 문장과 유머로 독자가 눈을 돌릴 틈도 없이 확 잡아끄는 재미가 있다.
감탄했다.
단, 주인공의 직업과 관련, 일부 독자들이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다. 미화라고 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주인공과 동화하게 되면 조금 꺼려지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책에서 사채를 미화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에게 그런 직업을 부여했을 때부터 작가가 져야할 업보임에는 틀림없다. '책 외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상황인 것이다.
수많은 책들이 책 자체에 대한 책임문제로 시달려왔다. 개연성이 없네, 인물이 평면적이네, 문장이 어설프네, 유치하네. 등등 책을 한번 읽고나서 감상을 쏟아낼 마음도 들지 않게 '책 내부'에서 자꾸 방해한다고 성토하는 글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러나 드래곤머니는 그 자체로 완성된 빼어난 글이다. 부러움을 무릅쓰고 감상글을 올리게 할 만큼.
사실, 전작은 그리 재미있게 읽지 않았지만, 드래곤머니는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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