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7.04 07:32
조회
1,010

제목 : 당신들의 천국, 1976

저자 : 이청준

출판 : 문학과지성사

작성 : 2007.10.12.

“나 또한 자유라는 감옥 안에서 우상을 만들고 있진 않았는가?”

-즉흥 감상-

  아무리 하고 싶던 일이라도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면 있던 의욕도 상실되어 만사가 그저 귀찮게 되고, 심하게는 짜증이 났던 경험은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래도 해야만 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기분으로 임하곤 하는데요. 그나마 이번에는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그 대상으로서 감상기록에 누락되어있다는 사실에 이렇게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그럼 고등학교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만나게 된 이번 책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작품은 나병 환자들의 섬인 소록도에 새로운 원장으로 부임해 들어오는 한 남자와 때마침 섬을 탈출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탈출 사고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섬을 둘러보게 되는 새 원장이 선대 원장들과 이 섬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 등 많은 생각 끝에 우선은 ‘축구’로서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한 계획을 실천하게 됩니다.

  그렇게 장로회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로 힘쓰던 원장은 결국 소록도 주민들을 위한 낙원을 만들기 위해 ‘오마도’라고 불리게 될 섬을 만들고자 바다를 매립하게 되는데요. 여기서부터 의도치 않았던 과거의 망령이 부활하려는 조짐이 일어나게 되자 섬사람들과 뭍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하게 된 원장은 연이어지는 시련을 경함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그러한 모습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던 보건과장마저 섬을 나가버리게 되자 상황은 절정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줄거리는 일단 2부까지 적어둔 것이기에 긴장감이 고조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3부에 들어오면서 ‘해소’로의 과정이 시작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완벽한 하나의 답을 내놓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희망’이라는 마침표를 내놓게 되는데요. 일단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책을 읽어들어 가면서 오랜만에 차분한 마음으로 많은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그저 감동을 받아버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자유로의 선행’의 모습에서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는데요. 자기 딴에는 자신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례하면서까지 타인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지만, 결과를 향한 과정 자체가 타인의 시점에서는 전혀 반대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새로 부임해온 원장은 소록도주민들을 위한 낙원을 만들겠답시고 축구팀을 만들고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농경을 위한 섬을 만들기에 노력을 하게 되지만, 그 모습 자체를 지난날의 앞선 원장들의 모습과 다를 것 없으며 악몽이 되풀이 되는 과정을 답습할 뿐이라는 소록도주민의 또 다른 시각으로의 모습에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선입견’의 무서움이라는 것을 발견해볼 수 있었는데요.

  다른 사람이 보기는 그저 하기 싫고 귀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으악! 귀찮으니까 빨리 해버리자!!”를 외치며 일에 덤벼들고, 남이 보든 말든 해야만 할 일이라 판단이 서면 주위에서 뭐라고 말하건 간에 일단 끝장을 봐왔던 저에게 훗날 돌아온 비난의 화살을 저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작게는 내가 하고 싶어서였고, 크게는 모두 다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했던 일이었다지만 과정과 결과가 아무리 좋았어도 돌아오는 것은 집단의 외면이었다는 경험을 이번 책의 소록도주민과 새 원장의 모습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소록도주민의 마음에 대해서도 요즘처럼 어떤 목적의식 없이 사회라는 시스템의 좀비마냥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간다 느껴지는 현재에서는 ‘보이는 자’의 모습이 되어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하고자 한다 말하는 자들의 모습이 왜 그렇게 아니꼽게 보이기 시작했는지, 1인자의 그림자 속에서 모든 것을 보좌해주던 2인자의 시절이 오히려 그립게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선입견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그만 개인적인 이야기로 궤도를 이탈해버리고 말았군요. 아무리 선입견 없이 살아간다 할지라도, 각 위치에서의 입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판단기준’이라는 것은 제각각 그 위치와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실감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최근 들어 조용히 살고 있는 편이라고 말해도 여러 모임을 전전하면서 그 조직 안에서의 위치에 따라 타인이 바라는 행동양식과 개인적으로 실행하는 행동양식에 가치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일종의 ‘선입견’이 발동하는 순간이라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인데요. 그것이 집단성을 띠게 될 경우 개인의 인격과 개성이 사라져 엄청나 힘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까지 작품에 멋있게 담겨져 있었습니다.

  소록도라.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당시에도 명확하진 않지만 감동을 받은 다음 친구들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고, 유독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가 그 책을 빌려 읽은 다음 소록도에 가보고 싶다 말한 것이 기억에 있어 조사를 해보니 소설 상에서만 나오는 섬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섬이라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소록도주민을 위한 천국으로 시설이 만들어져감에 결국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천국으로 완성되어버렸다는 기록도 마음에 걸리고 또한 소록도 방문에 대한 최근 기록들도 같이 검색되는 것을 보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친구들과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자유라는 강철의 날개를 달았다.”

  이 말은 ‘자유’라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제가 간혹 사용하는 말인데요. 그렇듯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과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서도 말해볼 수 있겠습니다.

  ‘낙원’의 구축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자유’를 위한다는 것이며, 이번 작품에서는 ‘오마도 간척사업’을 통한 자급자족 체계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치권을 가진 ‘독립’을 상징한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 결과로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다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던 뭍사람들과 뒤 늦게나마 간첩 사업을 통해 생성될 수 있을 어떤 가치를 통해 이득을 보려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통해 ‘공짜’를 통해 ‘자유’를 꿈꾸며 ‘책임’이라는 것을 ‘회피’해보고자 하는 인간의 추악한 일면 또한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었던 것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힘 있는 자가 아닌 힘없는 자로서의 실감을 경험하며 변화되는 원장의 모습에서는 ‘진정한 자유’를 향한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을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두려움’에 대한 것인데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용기백배의 일정이 어느 한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하자 지난날의 역사를 통해 두려움에 잠식되던 중 죽음으로의 공포까지 맛보게 되는 원장의 모습이나, 그 당시만 해도 암이나 에이즈에 필적할 정도로 공포의 질병이라 할 수 있는 문둥병, 아니 나병, 아니 최근에는 한센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질병으로 인해 격리조취 된 것이나 다름없는 섬에 대한 공포와 불신의 모습을 보이는 뭍사람들-건강인, 그리고 변화보다도 조용히 살아갈 수 있는 현재에 머무르고자하는 섬사람들의 모습들에서 각각의 두려움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표현하신 작가님에게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볼까 합니다. 거기에 책의 두께만 보고 읽어 들어감에 엄두를 못 내시는 분들께는 한번 빠져들게 되면 정신없이 읽을 만큼 스릴 만점의 작품이라 감히 추천장을 내밀어 볼까 하는군요.

  아.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서 또 옆길로 빠져버렸군요. 개인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일단 불 위에 얹고 봐야한다는 점에 비유하여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그 자체로 ‘낭비’라는 생각 때문인데요. 물론 꼭 거창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비나 다름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의미’하다가 판단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3부에서 확연히 사람이 변한 그리고 더 이상 원장이 아니게 된 주인공의 모습에서 ‘두려움’이라는 것에 대한 긍정적의 마침표를 만나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떤 원대한 마침표를 향한 여정이라기보다는 단지 “무한 감상의 영광을 위하여!!”를 외치며 접하는 작품마다 대부분 감상기록을 쓰고 있는 편인데요. 그러면서도 간혹 다른 채널을 통해 만나는 분들이 제 기록들의 흔적을 통해 ‘괴물’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해왔다고들 하시니, 의도치 않게 이 작품에서 말하는 ‘우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감상기록까지 공식으로 521회라지만 저보다 많이 쓰신 분들을 보면서 생각해왔었던 것을 이렇게 또 다른 분들의 시선에서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원장님을 통해 동질감을 느껴버린 바. 무슨 일을 하건 순수한 열정으로 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여파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다짐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7694 무협 무사 곽우, 장강의 사내 이야기 +5 Lv.2 천년화리 08.07.07 2,896 0
17693 판타지 미카엘게이트를 읽고 +9 zero사냥 08.07.07 1,755 0
17692 무협 참마도님의 '무사 곽우'중 곽우의 창 +7 Lv.1 [나후] 08.07.06 5,205 0
17691 무협 새로운 최강 전설 운룡쟁천~!! +5 Lv.2 천년화리 08.07.06 3,494 2
17690 무협 지존석산평전을 읽고 +2 Lv.99 단군한배검 08.07.06 2,144 1
17689 무협 다시금 사라전종횡기를 펼치며 +7 Lv.13 張秋三 08.07.06 1,943 1
17688 무협 풍사전기, 추천이 아까운 소설. +56 탐구 08.07.06 7,749 12
17687 기타장르 파피용 Le Papillon Des Etoiles을 읽고 +4 Lv.22 무한오타 08.07.06 840 2
17686 무협 신경 쓰이는 십전제... +3 Lv.1 하얀연탄 08.07.06 2,593 1
17685 무협 천산검로 +15 Lv.39 둔저 08.07.06 5,033 2
17684 무협 빙하탄 +8 Lv.39 둔저 08.07.06 1,919 3
17683 기타장르 다이아몬드 시대-소녀를 위한 그림책 +3 Lv.66 서래귀검 08.07.05 1,050 0
17682 일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 +2 Lv.22 무한오타 08.07.05 942 2
17681 무협 십전제8권을 읽고 +7 Lv.1 天劍商人 08.07.05 3,046 0
17680 판타지 [아트메이지] 재미와 흥미 +4 윤하늘아래 08.07.04 1,820 1
17679 판타지 달과별의로우나 +2 Lv.1 로우나 08.07.04 977 1
17678 무협 운룡쟁천 1,2권 +6 Lv.30 남채화 08.07.04 2,936 0
17677 무협 무적사부 Lv.13 얼음꽃 08.07.04 1,748 1
17676 무협 촌검무인을 읽고... +13 끌림 08.07.04 2,544 4
17675 판타지 미카엘 게이트 Lv.39 둔저 08.07.04 2,029 5
» 기타장르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Lv.22 무한오타 08.07.04 1,010 2
17673 무협 만인지상,, +4 zero사냥 08.07.04 2,423 0
17672 기타장르 브루스 스털링의 스키즈매트릭스.. Lv.66 서래귀검 08.07.03 1,134 0
17671 판타지 마지막 유희 1, 2권 +5 유무상동 08.07.03 1,853 0
17670 판타지 꾸준히 재밌는 열왕대전기 +14 Lv.1 nacukami 08.07.03 3,065 0
17669 판타지 동족혐오라... 동족이기보다는 동질인건 같... +8 Lv.53 소이불루 08.07.03 1,782 0
17668 일반 칸트와 오리너구리Kant el'Ornitorinco를 읽고 Lv.22 무한오타 08.07.03 1,299 1
17667 판타지 철혈의 제왕 +2 Lv.92 인풋로멘 08.07.03 2,483 0
17666 무협 진호전기 5권...... +7 Lv.11 서뇽 08.07.03 2,057 0
17665 무협 [향공열전 5권] 귀거래사(歸去來辭) +9 윤하늘아래 08.07.03 4,116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