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현민
작품명 : 타메라 곤
출판사 :
현민님의 신작 타메라 곤을 읽었습니다. 전작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많은 분들께서 용두사미의 전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계시더군요. 초반은 아주 멋지게 출발하는데 마지막이 이게 아닌데 식으로 간답니다. 완결이 안났으니 마무리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메라 곤의 시작이 좋은 것은 명백합니다.
다른 이들이 타메라 곤의 무엇을 보고 즐거워 하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느끼는 이 소설의 장점은 이런 것입니다. 이제까지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의 와이번 라이더, 동물친구들과의 우정, 적절하게 묘사된 시골마을의 폐쇄성과 배타성, 단순하면서도 곤에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명쾌한 갈등구조, 곳곳에 보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사실 저는 타메라 곤을 읽을 때까지 '크루'가 와이번에 '탑승'하는 형식의 소설을 접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죠. 예전에 1권까지 읽고 감상을 썼을 때만 해도 아 정말로 괜찮은 아이디어다, 잘 쓰기만 하면 대박이 될지도...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특한 소재인 것은 맞습니다만 참신하다곤 할 수 없더군요. 테메레르나 에라곤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소재든 잘 버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 사실을 알고 꽤나 낙담했습니다. -_-
아직 곤이 본격적인 라이더가 된 것도 아니고, 크루를 모집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는 없습니다만... 좀 더 라이더와 크루, 와이번 사이에 강한 유대관계를 묘사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보통 아주 「특수한」 환경 하에서 서로밖에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들만의 유대감이 아주 강해지고, 시간이 지나며 그들만의 문화가 생기고, 그런 식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하늘을 나는 와이번의 등 위'라는 아주 협소하고 특수한 공간 안에서 생사를 함께 하는 이들이라면 뭔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데, 뭐 그런 내용은 없더군요. 아마 외국판타지 소설이었다면 그쪽 부분에 꽤나 많은 부분을 할애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사람들은 그런거 무지 좋아하니까.
일단 곤의 와이번이 이후 가장 큰 역할을 하겠습니다만, 제가 가장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곤의 두 동물 친구였습니다. 특히 늙은 당나귀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죠. 이런 감성적인 이야기가 단순히 초반에만 반짝 나오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와주길 바랍니다. 당나귀 이야기가 타메라 곤의 전체적 평가를 크게 올려 줬거든요. 현민 작가는 이런 이야기도 쓸 수 있구나 하고. 짧은 한 컷에 불과합니다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후일담은 마음에 안들더군요. 당나귀가 죽은 이유는 소년 몇명이 곤의 어머니를 불태워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나귀친구가 나귀구이가 되어야만 했죠. 다른 누구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어머니'가 죽을 뻔 한 겁니다. 게다가 소중한 친구는 결국 죽었죠. 이건 뭐 현대에서 일어났어도 칼 들고 달려가서 푹푹-!! 해도 할말 없는 일인데, 곤은 너무 미적지근하게 처리하더군요.
사실 입장 좀 나아지고 힘 약간 생겼다고 마구 나대는 주인공은 꼴불견에 무개념이긴 합니다. 그런 주인공보다는 적당히 절제할 줄 알고, 포용할 줄 아는 주인공을 그려내는 것이 더 좋겠지요.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곤이 소년들에게 복수할 때 마음 속으로 「끝장을 내!」「끝장을 내라구!」「끝장을 내란 말야!」 하고 외친 게 설마 저밖에 없는 것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정말 답답하더군요. 저라면 어머니 손가락 끝만 태워도........ (이하 생략)
그 부분만 빼면 괜찮았습니다. 잔머리 굴리는 곤, 그 머리 위에 앉아서 노는 모략가들, 곤을 종교적으로 이용하려는 쉽게 볼 수 없는 사제들, 그런 사이에도 긴박하게 닥쳐오는 커다란 사건들. 꽤나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가치체계도 무척 리얼해서 좋았고요.
와이번간의 전투 장면은 약간 김빠지더군요. 너무 압도적인 무력 차이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기 한기가 엄청난 전력이 되는 와이번 라이더끼리라면 전투에 있어서도 무척 신중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요구될 겁니다. 더군다나 공중전이고, 와이번+와이번라이더+크루가 하나되어 마법과 무기를 혼용하며 싸우는 복합적인 전투이니까요. 당연히 그 전투는 여러가지 구체적인 설정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도 곤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충 처리하는 식의 묘사밖에 안나온다면 전 크게 실망할 것 같군요.
독특한 소설이었고,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서 상당한 수작 반열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보입니다. 부디 현민 작가님께서 여기가 끝이라 생각될 때 한발짝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군요.
http://blog.naver.com/serpent/11002372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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