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안형찬
작품명 : 역설
출판사 :
간만에 집에 일찍 와, 책을 읽으려 하다가 마땅한게 없어 평소에 읽지 않는 연재물을 보기 위해 문피아에 들어와서 추천글을 보고 역설이란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월풍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블랙홀'이란 작품을 모티브로 한 글이라 해서 읽게 되었지요. 사실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는 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주 예전에 개그맨 이휘재가 비슷한 콩트를 했던 기억이 있어 대략 비슷하게나마 본작을 추측하곤 있습니다.
분명 참신한 소재이기에, 월풍이란 글에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었고, 그에 상응한 실망감 또한 맛 보았습니다. 역설이란 글은 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나? 하는 의문에 읽었다 하는게 더 옳겠군요.
읽고나서 느낀 지금의 감정은 정말 기대 이상입니다. 서로 다른 작품이기에 비교하는 것이 부당할지도 모르지만, 월풍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더군요. 월풍이 판타지적 요소가 짙고 해학적이라면, 역설은 무협이란 색채가 훨씬 진한 글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식상한듯한 참신성 있는 소재도 그렇지만, 그 참신함에 쏠려 무협이라는 길을 잃지 않은 안정감도 보입니다. 전혀 다른 글이지만, 최근에 읽은 말코도사란 책과 어찌 보면 비슷한, 잔잔하면서도 흐름이 끊이지 않는 강물 같은 글인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주인공이 힘에 휘둘리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절대적 시간으론 하루에 지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의 아버지보다 훨씬 긴 세월을 산 주인공의 여유가 보여 좋았습니다. 자꾸 다른 글들을 들먹이지만, 정말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다른 작품에서 주인공들의 나이나, 연륜에 무관한 대사 처리나 행동거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글속의 인물은 작가의 투영이라 하는데,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아~ 작가가 어린가보구나~' 하는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실제 작가님의 연배가 어찌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젊은이가 애써 노인인척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작가의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요소 요소에서 신선한 듯, 어술한 듯한 필체가 보이는 듯 하면서도 그것 역시 후를 위한 내재적 요소는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고 보면, 노인이 젊은척한다가 더 맞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럼에도, 단점 역시 상당히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문파가 등잘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기원이나 배경등을 기술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무협소설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수백권이라고도 할만한 무협소설을 읽은 제게는 너무나 지리한 요소가 아니었나 합니다. 딱히 특별한 것 없는 많은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정립될 각 문파들의 특성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죠.
다음으론, 주인공이 나서는 사건들이 웬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겁니다. 비** 란 작품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을 하기도 했지만, 비난 역시 많이 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의 정체 등 이었습니다. 그것을 의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인공이 정체를 감추는데 딱히 큰 열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딴에는 감추지만, 조금만 노력하다 보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노력일 뿐이라는 것이죠. 주인공은 외면상으로만 약관이 갖 넘은 청년이지, 실제론 이미 내면을 완성한 성자라는 것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이미(작품 상 주인공은 인정하지 않지만, 내용상) 완성을 이룬 사람임에도, 의도하지 않은 과식욕들이 보입니다. 작품상의 경지라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도 일부러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죠. 나중 인물들과 연계된 사건을 전개하기 위해 그러하는 것 같지만, 조금은 처리가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체 몇권을 쓰시려는 것인지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나중에 전개가 어떻게 바낄지 모르겠지만, 본격적인 사건은 어떠할지 짐작만 되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세세한 사건의 기술로 인해 조금은 늘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장점 단점 모두 제가 보는 시야에서 느끼는 것이니, 큰 불만은 없습니다. 사실 어떤 우수한 작품을 보아도 단점은 있기 마련이니 말이죠. 연재 추이로 보아서 조만간 책으로 나올 듯 한데, 정말 말코도사 이후 처음으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네요. 소장할 마음이 100% 들게 전개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흐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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