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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ther
작성
07.05.08 07:49
조회
1,313

작가명 : 배명훈, 김보영, 박애진

작품명 : 누군가를 만났어

출판사 : 행복한 책읽기

정말 만나긴 만났다. ‘누군가를 만났어.’

레트 엘리스가 지은 판타지 소설인 엘리아스의 지팡이를 국내에 출판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아마존의 서평의 독특함이 있었다. 역자는 절충이 없이 흑과 백으로 나누어진 극단적인 서평에 이 소설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온통 칭찬 일색이거나, 혹은 절대 읽지 말라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나는 이 소설을 중간까지는 참고 읽었지만 끝끝내 모두 읽지는 못했다. 읽게 된 계기가, 어째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가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읽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고, 사는 것 역시 개인의 의사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를 만났어 역시 엘리아스의 지팡이를 읽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여느 단편들이 그러하기를 그중에 보석은 한두 개 끼어 있기 마련이다. 정말로 이 책에서 누군가를 만났긴 만났다. 수많은 단편 중에 각 작가의 단편 하나씩만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각 작가별 특징적인 단편 하나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자. 첫 번째 소개할 단편은 잡지 에스콰이어에서 지정한 대중문화 예술의 첨병 14인에 선정되기도 한 배명훈의 누군가를 만났어’ 이다. 책의 제목이기도한 이 단편은 중국의 어느 유적에 발굴 탐사를 하게 된 3개국이 설명할 수 없는 심령 현상과 직면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고고심령학이라는 독특한 탐사를, 중국은 고대의 공룡의 유적을 캐는 일로, 그리고 일본은 과거 침략전쟁시절에 불발로 땅에 박힌 폭탄을 캐러 온 것이다. 이 작가의 특징은 b급과 이국적인 독특함에 있다. 인도를 좋아하는지 신화나 소통의 매개체 역시 그러한 요소를 쓰고 있다. 온전히 잘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 차선을 완벽히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소개할 단편은 웹진 거울의 편집자이기도한 박애진의 신체의 조합이다. 흡사 단테의 신곡을 그리는 것처럼 지옥을 연상시키는 세계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이 독특한 소설의 주인공이 굳어가는 자신의 신체를 바꿔가며 나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신체들이 쏟아지는 구멍에서 온전한 팔과 다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나, 신체를 던지며 전쟁을 하는 이들까지 배경의 그로테스함과 그것을 넘어서 이상적인 공간을 찾기 위한 여정은 어쩐지 잔인함이나 처절함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기묘함에 가까운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완벽함의 추구가 이상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야기의 마지막이 갑작스럽게 뚝 끊기다시피 해 어쩐지 개운치 않지만 독특한 세계의 표현은 마음에 든다.

책에서 차지하는 위치로는 중앙에 자리 잡고 있지만 가장 마지막에 소개하기로 하기로 하는 작가는 김보영이다. 다른 두 작가를 제치고서 이 작가만 소개하고 싶을 정도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가이고, 정말로 만족할 만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내게 딱 맞은 글을 쓴다고 볼 수가 있다. 이 작가가 마음에 드는 점은, 철학이나 지식으로 주제가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전개하는 이야기에 있다. ‘미래로 가는 삶’도 마음에 들지만 ‘종의 기원’ 이라는 이야기는 정말로 마음에 든다. 인간이 멸망한 미래에 로봇만이 사는 세계에서 그들의 오랜 과거 신과 유기생물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과정은 허전하다가도 희망적이다. 수많은 어긋남과 고정관념 그리고 역설에서 희망까지 하나의 단편 안에 함축시키는 이 이야기, 거기다 작가 자신이 설정한 배경의 치밀함은 로봇들이 의미 없이 적은 문자나, 그들의 종류를 지칭하는 번호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소외된 특정 장르 문학이 대중과 얼마나 가까워 질수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 단편이 해답이 될 수 있다. 크게 어렵지 않지만, 사실은 치밀하며,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와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내가 생각해온 그것과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지만, 종이로 출판한 것이 얼마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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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종의 기원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로저 젤라즈니의 프로스와 베타를 많이 얘기 하더군요.(하지만 난 그것을 못 읽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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