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언 피어스.
작품명 : 핑거 포스트 1663
출판사 : 서해 문집.
오래 전, 보고 싶던 책이 하나 출간 되었다.
이언 피어스의 최고작이라 평가 받는 핑거 포스트 1663.
(하드커버의 멋들어진 양장본과 보급판으로1,2권 동시 완역 출간 되었다. ^^; 가격은 당연히 보급판이 조금 더 싸다.)
하고 있던 일이 있던 터라,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은 발을 묶었다. 일을 하는 동안 내내, 지식추리소설의 대가라고 까지 불리는 이언 피어스의 핑거 포스트가 어떤 글일지 궁금 또 궁금했지만, 책장을 잡으면 한동안 놓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타는 마음을 참기를 몇 개월, 금방 사보리라 했던 글을 꽤나 멀리 돌아 접하게 되었다.
일단 책의 가격은 보급판임에도 불구하고 이만 원에 가까운 거액.
싸구려 틱하게 꾸며졌더라면 당장 양장본으로 손을 돌렸을 테지만, 보라색 케이스에 넌지시 걸려있는 이안 피어스의 사진이 결국 책을 손에 쥐게 만들었다. 책의 크기는 일반 판타지나 무협지보다 약간 작은 크기다. 핸드북을 염두에 두어둔 것인지, 들고 이동할 때 꽤나 편리했다. (크기는 작지만 페이지는 630페이지를 넘을 만큼 두껍다.)
그럼 개인적인 잡설은 여기까지 두도록 하고 본격적인 감상으로 넘어가 볼까?
일단 책 속의 세상은 17세기 영국이 주된 무대이다. 먼지 묻은 과거이지만 엄현이 실존 했던 과거 속 세상. 이안 피어스는 그 오래되고 먼지 묻은 영국의 과거를 훌륭하게 재현해 내었다.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 찬 뒷골목과 아직 증축 완공이 끝나지 않은 옥스퍼드,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화학의 아버지 로버트 보일까지... 핑거 포스트는 17세기 당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국의 모든 일들을 끌어냄으로 써, 현실감을 더했다. 의미심장한 기독교 수사들의 초장을 지나, 베네치아에서 넘어온 신사 마르코 다 콜라의 이야기는 착실한 과학도가 겪은 살인 사건과 배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죽 풀어 놓는다. 1장의 이야기가 마르코 다 콜라의 자서전 격 이야기인지라, 그의 말은 1장 내내 신빙성이 있는 사실로 다가선다. (그의 증언으로 1장의 말미에 사라 블론디 라는 여성이 사형을 집도 받는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느끼는 것도 잠시 2장에 가서는 그가 말한 거짓하나 없는 사실에 대해서 약간의 혼선을 느끼게 된다.
과연 살인자는 있는가?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장이 바뀌고 계주 선수가 바통을 넘기듯 이야기의 중심은 또 다른 인물, 잭을 향해 돌아선다. 잭은 이중 첩자였던 아버지의 결백을 옹호하는 한편 비어있던 마르코 다 콜라의 이야기에 살을 더함으로써, 진실에 혼선을 야기 시킨다. 물론 뒤에 이어지는 3장과, 4장에서도 각기 다른 인물들이 나와 진실에 관해 스스로의 방식으로 접근해 나간다.
자택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깐깐한 교수와 그에 대한 살인사건.
이것은 커다란 강줄기처럼 소설의 중심에 흐름과 동시에 또 다른 내면적 사건을 야기시키는 촉매가 된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어떠한 것일까?
이언 피어스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휘둘리기를 몇 차례 4장의 종장에 닿는 순간, 꼬였던 트릭은 말끔하게 풀려 진실과 맞닿는다.
아! 과연 대가 대가라 불릴 만하구나.
핑거포스트 1663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머릿속에 펼쳐지는 진실에 잠시 말을 잊었다.
이안 피어스는 과연 이 글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던 것일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치밀한 사건과 그 배후에 숨어있는 1663년 영국 역사의 진실.
언젠가 시간이 남고, 주머니에 이만 원 가량의 여유 돈이 있다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이언 피어스의 핑거포스트 1663을 꺼내 들어보라.
수년을 겪어야 알 수 있는 상대적 진실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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