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찬규
작품명 : 태극검제
출판사 : 해우
*마찬가지로 2002년에 천리안 무림동에 썼던 글입니다.
그런데 태극검제가 완결되었던가요?
이때 생각했던 것과 비교하여 어떻게 전개되어갔는지 한번 봐야겠습니다 ㅎㅎ
근래 통신무협의 화제작이라고나 할까요, 태극검제는... 엇그제 라니안을 가보니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적어도 3배 이상 조횟수가 많더군요. (하지만 태극검제 뒷
표지에는 이렇게 써있던걸요. '통신 연재사상 유래가 없는 5,000회의 조회수를
돌파하면서...' 누적 조횟수에 중복까지 쳐서 300만 어쩌구 하는 모 출판작의 멘
트와는 사뭇 다른, 소박함(?)이 느껴지는 광고문구가 아닌가요. ^^)
태극검제는 작가가 서문에 밝혔던 것처럼 '무공을 스스로 창안하는 일대종사'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통신무협에 접목시키다 보니 주인공은 인간세상이란 것을
채 알지도 못한 채(즉 자신을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하면서) 엄청난 무공을 손에
넣게 되었지만요... 사실 이 부분은 읽으면서도 많은 양보가 필요했습니다.
나이 3살짜리가 자갈밭을 기어다니며 팔다리를 단련해야 했고
도사들이 모인 무당파는 속속들이 썩은 위선자들의 집단이었으며
약관의 나이에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는' 경지에 돌입하고
필요에 따라 남의 생사현관도 뚫어주며(=절정고수 제조기? --;)
가장 기초적인 몸짓으로 수백년 역사를 가진 무공을 파훼하는
그리고도 모자라 소림의 성승이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주인공을 능가하는 마왕
을 길러냈다는 것을
6년 동안 꼼짝도 않고 누워만 있었는데 멀쩡하게 일어나 움직인다는 것을
받아들였어야 했습니다.
......
원래 '파격적'인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법이지요. (그렇게 이해하려고 하고 있습
니다) 대중이 그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주류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주
류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요. --; (모양만 번듯한
것보다는 훨 낫죠)
태극검제는 분명,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재미가 소설적인-무협
적인- 재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태극검제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는 삐딱한
설정에서 나오는 패러디적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태극검제에 나오는 가장 패러디적 설정은 정파라는 존재를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또 생각하고 있는 무당파라는
약간 고리타분하면서도 꼬장꼬장한 문파가, 명예와 권력, 우월감을 목표로 하는
군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성, 찬, 야, 세 라이벌격 사숙에서 그 윗대까지, 주
인공(과 주인공의 사부)의 눈에 비치는 그들은 정의 탈을 쓴 쓰레기에 불과합니
다. 독자에게도 그렇게 비춰질 수밖에 없죠.
또 '진법'이라는 것도 '혼자서는 상대가 안되니까 여럿이서 덤비는 파렴치한 행
위'로 규정짓습니다. 뭐 진법을 사용하는 녀석들도 그런 말을 들어도 뻔한 망발
을 부리기에 역시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
인 사견으로는, 무림에서 일대 일의 정당한 승부란 '지극히 고차원적인 비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형제가 죽을 고비에 놓였는데 가만히 보고
있다가, 그래, 실력이 없으니 죽었소. 당신도 힘이 빠졌을 테니 일주일 뒤에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의형제의 복수를 하겠소. 그럼, 그때까지 안녕. 이렇게 말하
는 게 무림일까요. 냅다 뛰어들어 둘이서 그넘을 아작을 내버리겠죠)
반면 사파로 등장하는 이들은, 아주 인간적일뿐더러 진정한 무인의 기개를 보여
줍니다. 심지어 라이벌인 천공조차도 그럴싸한 논리를 펴지요. 그렇게 해서 안
될 건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썩어빠진 정파놈들 싹쓸이하고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겠다는데. 나중에 천공의 맘이 바뀌면 어떻게 하냐고요? 지금보다 더 나빠
지진 않을 것 같은데요. --;
'살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감이 없지않습니다. 주인공은 살인을 싫
어합니다. 하지만 남이 하는 살인을 막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객관적인 관점에
서 정당한 복수이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라기보다는
단지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 싫어서 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주인공 청수는 신선이 아닌 인간의 길을 택한 덕분에 오도가도 못할 처지
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가까운 주위에 있는 쓰레기들에게 제정신을 박아넣어야
하고, 나중에는 광기를 드러낼 라이벌을 맞아 싸워야 하겠으니 말입니다.
잠깐 흥분해서 옆길로 샜군요. 흠흠.
이러한 패러디적 설정은 사실 오래 전부터 쓰이고 있긴 합니다. 주인공에게 시
비를 거는 일행의 비율은 정파와 사파가 반반이었으니까요. 태극검제에서는 비
틀고 몰아부쳐서 극한까지 이르게 한 것 뿐이겠지요. 그것을 잘 표현해냈다는
것만으로도 태극검제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아직 태극검제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섯부른 예측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지
금까지 나왔던 한가락 하는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며 정말로 소설적인-무협
적인- 스토리를 엮어낸다면, 태극검제의 의미를 패러디적 재미에 맞추어 버린
제 의견은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다리짚은 것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태극검제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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