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검정중원! 군림천하!

작성자
서비
작성
04.06.13 22:27
조회
1,829

하이텔 무림동 시절부터 찾아보던 군림천하를 한 동안 읽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진산월의 위태위태한 행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기도 했고, 임영옥과의 애정에 비해 헤어짐이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었습니다.

군림천하가 한권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읽었더랬습니만 제 관심에서 많이 멀어진 까닭인지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러나! 어제 따근따근한 12권을 읽고, 깨달은 바가 있어 12권은 서점에 달려가 당장 구입, 앞 3권은 인터넷 주문으로, 나머지는 급한 김에 모두 빌려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문장 하나, 인물 하나 되새기며 만 하루는 꼬박 소비하곤 두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나는 임영옥과 진산월의 관계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 것과 상관없이 군림천하는 읽을 수 밖에 없구나 하는 것입니다.

임영옥, 진산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콧등을 긁는 사소한 행동에도 속내를 알아채는, 이미 심심상인의 경지에 이르렀죠. 차분함과 여성스러움, 거기에 타고난 신체에 무공까지, 그리고 둘 사이의 애정도는 용대운 작가 전작품을 통해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그 둘의 관계가 고작 구음향에 의해 깨어져 버린 것에 저도 무진장 충격받았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밑에 한분도 가지고 계시더군요. 진산월에 너무 지난한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거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만드는 용대운 작가의 스타일 상 군림천하는 임영옥과의 파경을 댓가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12권을 덮고, 생각 끝에 한가지 받아들인 것이 임영옥은 진산월의 연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태음신맥, 미인, 진산월과의 애정을 떠나서 임영옥은 임장홍의 딸이자 종남파 장문인의 사매로서, 진산월과 함께 군림천하를 이루려는 동반자라는 겁니다. 애정의 변화무쌍함은 여러 작품에서 이야기되지만, 신의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용노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죠.) 이년지약도 어그러진 마당에 임영옥과 진산월의 미래는 불투명하죠. 본산을 지키며 사제를 구해내고 초가보를 무너뜨려야 하는 진장문인이기에 임영옥을 구하기는 아직은 여의치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임영옥이 이년지약의 파기를 빌미로 냉큼 모용봉에게로 돌아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영옥과 진산월의 끈은 끊어 지더라도, 군림천하를 함께 이루자는 약속은 저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1부의 이야기가 무림의 비정함을 다루는 행로난이었다면, 2부는 검정중원으로 대변되는 강자존입니다. 3부는 검정중원에 명분을 더한 종남의 진정한 군림천하를 다루게 되겠죠. 2부의 초입에 진산월이 거울을 보며, 다시 한 번 웃을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자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림행과 3년의 수련 속에 닫혀져 버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상대방을 말로 설득하려 했다면, 이제는 주저없이 검을 들이대는 비정함을 보이는 진장문인입니다. 그러나 검으로 중원을 평정했다고 해서 진정한 종남의 천하군림을 이룰 수 있을까요? 진산월의 마음을 열어주고, 대인대의한 길을 걷게 하는 그 무엇, 또는 그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그 것은 서장과의, 모용봉과의 투쟁이고, 그 사람은 필연적으로 임영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천봉궁주도, 서문연상도 않됩니다. 오로지 임사매입니다.

그렇다고 임영옥이 불행해지기라도 한다면 만사휴의입니다. 군림천하의 끝에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진산월과 임영옥의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요? 어떤 분은 몸따로 마음따로를 이유로 배드엔딩을 말하기도 합니다. 군림천하 하더라도 애정은 깨어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용노사가 보여주는 사랑은 그럴지 않을거라 기대합니다. 비극적인 애정은 시작할 때부터 애정의 끝과 무림행의 끝이 달랐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인연과 군림천하는 동일한 선상에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인연이, 세상의 어려움이 둘 사이를 갈라 놓았습니다.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대작의 완성을 위해서, 둘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고통받고 때로는 선택을 강요당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정해로 인해으로 종남이 무너졌다면,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딛고 종남을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그래서 임영옥과 진산월은 행복해 질겁니다. 이건 제 믿음이자 확신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깨어지더라도 저는 군림천하를 손에서 놓을 수 없습니다. 사제지약을 이루기 위해 살아남으려는 동중산의 의연함에 끌렸고, 종남의 존재를 세상에 외치려는 소지산의 열정에 반했습니다. 무엇보다 검정중원해서 군림천하하는 진장문인의 마지막을 보고 싶습니다. 그 희열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부로 군림홀릭이 되렵니다.


Comment ' 4

  • 작성자
    Lv.29 회상x
    작성일
    04.06.13 23:45
    No. 1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12권..
    간만에 무협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몽교
    작성일
    04.06.13 23:59
    No. 2

    참.. 12권 볼라고 쇼했다는;;
    결국에는 오늘 봤지만...
    진산월, 이제는 검으로 말합니다.
    삼절무적에서 신검무적으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검기충천
    작성일
    04.06.14 12:48
    No. 3

    로그인 하게 만드는 군요. 서비님 글 너무 멋지게 잘 쓰시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전 아직도 임영옥이 모용봉 앞에서 수치스럽게 알몸으로 치료받는 과정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제 개인 적인 예상으론 임영옥과 진산월은 이루어 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바램은 둘이 행복하게 다시 웃으며 만나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파락호님
    작성일
    04.06.14 20:14
    No. 4

    음... 군림천하.. 잊을만하면 한권씩 나오는군요 -_-;; 완결까지 몇년이 남았을까요?
    ㅠ ㅠ 저처럼 성질급한 분들은 절대 군림천하보지 마세요...
    나중에 완결나오걸랑 그때 보세요..
    비슷한 제목의 천마군림도 그렇지만, 정말 다음권 기다리다가 목빠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3795 무협 비정무협의 절정...군림천하... +3 Lv.1 風운 04.06.14 1,876 0
3794 무협 대형 설서린을 보며... +5 Lv.28 야우랑사 04.06.14 2,134 0
3793 무협 무당마검에 매료되다... +6 Lv.1 一始無始一 04.06.14 1,403 0
3792 무협 사마쌍협 13권을 보고~ +10 둔저 04.06.14 1,535 0
3791 무협 군림천하와 비뢰도를 같이보고 느낀점........ +2 Lv.9 단예36555 04.06.14 1,883 0
3790 무협 [질문]비뢰도 +5 Lv.97 유세이 04.06.13 1,221 0
3789 무협 군림천하....... +2 Lv.28 앙천불괴 04.06.13 1,366 0
» 무협 검정중원! 군림천하! +4 서비 04.06.13 1,830 0
3787 무협 천마군림 보신분? +8 Lv.8 뭉무 04.06.13 1,651 0
3786 무협 좌백님의 [비적유성탄]을 읽고 +8 Lv.53 비적최루탄 04.06.13 1,304 0
3785 기타장르 조진행의 기문둔갑... +6 Lv.1 박정현 04.06.13 1,287 0
3784 무협 남아 - 그것이...조선의 남아가 지켜야 할 ... +8 Lv.14 벽암 04.06.13 1,559 0
3783 기타장르 군림천하 12권... +3 Lv.1 박정현 04.06.13 1,274 0
3782 무협 검신 7권이 제 눈 앞에 있군요. +3 Lv.26 jbsk 04.06.13 1,179 0
3781 무협 불환무위1-2권을 읽고나서... +4 Lv.18 정파vs사파 04.06.13 1,039 0
3780 기타장르 [경고] 비연투림님에게 경고1회가 주어집니다. Personacon 금강 04.06.13 1,295 0
3779 무협 태양바람 7권을 읽고~ +3 둔저 04.06.13 833 0
3778 무협 전우치전 1권을 읽고~ +4 둔저 04.06.13 669 0
3777 기타장르 군림천하....저는 읽지 않습니다. 지금은 +7 천중일괴 04.06.13 1,529 0
3776 무협 초혼 - 권오단 +3 Lv.59 어흥으릉 04.06.13 963 0
3775 무협 권왕무적.. 정말 잼있네요...이거 대박의 ... +7 Lv.1 남훈 04.06.13 1,885 0
3774 무협 군림천하 12권을 읽고... +8 둔저 04.06.12 1,373 0
3773 무협 작가 이재일의 소설.. 재밌군요.. +9 Lv.20 흑저사랑 04.06.12 1,388 0
3772 무협 유운전기(무휼)읽고... Lv.1 도롱뇽 04.06.12 845 0
3771 무협 오늘 뇌신1권을 봤습니다~ +4 Lv.3 베로 04.06.12 901 0
3770 기타장르 기문둔갑을 읽었습니다. +2 Lv.1 여우같은곰 04.06.12 751 0
3769 무협 소설에 대한 생각... +7 Lv.72 Freewell 04.06.12 663 0
3768 무협 뒤늦게 백야의 태양의전설 바람의노래를 읽고 +6 Lv.13 은검객 04.06.12 1,259 0
3767 무협 [사마쌍협11권]아주 짧은 감상 +4 파천검선 04.06.12 868 0
3766 무협 초혼을 읽고 한국형 정글북?.... +4 Lv.32 무협매니아 04.06.12 773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