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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향객...그 아련한 이름

작성자
Lv.3 비진립
작성
03.08.01 01:53
조회
2,193

내가 야설록 님의 향객을 읽은때가 아마도 십대 후반이었을거다. 지금은 군대도

다녀오고 나름대로 쓴맛도 봤기에 눈물 함부로 찔금거리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그때는 날려가는 가랑잎만 봐도 차오르는 감수성에 당황해야했던 나이였다. 그때

는 야설록 님의 객(客)시리즈를 한창 독파하고 있었는데, 신객부터 시작된 감탄은

마객, 야객에서 절정을 이루었고, 혈객에서 아리까리 하다가 용객에서 곤두박질 쳐

버린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객 시리즈는 한국 무협사 한 귀퉁이는 차지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고, 누군가 한 작가만의 장편 시리즈를 읽는것은 처음이

었기 때문에 알수없는 의무감 에서라도 객 시리즈는 다 봐야 한다고 생각했던것 같

다. 그러던 중에 우연찮게 보게 된것이 바로 향객(香客) 이었다. 그때, 검보다는 도

를 든 주인공이 좋았던 나, 어줍잖은 천하제패 보다는 통쾌한 복수극에 더 마음이  끌리곤 했던 나는 책 소개를 보고 뜨악한 심정이었다. 머라~? 사랑얘기? 으으음~

잠시 등골로 용객의 그림자가 스쳐지나가는듯 헀지만 결국 별 망설임없이 보게됐다.

.....마지막3권째의 책장을 덮고 난 후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건 실망의 의미가아니다. 속이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의 의미였다. 주인공(미안타 네 이름이 잘 생각이..) 이 파란 만장한 운명의 시험대를 통과해서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게 된것이가장 좋았다. 오히려 평생의 경쟁자였던 남궁 뭐시기가 더 불쌍해보였다(있는폼은

다 잡던놈이 평생 장가도 못가고, 여자도 뺏기고.) 주인공과 그의 사부인 양무생,

그리고 평생을 두고 연모한 이옥상과의 얽히고 섥힌 사랑이 보는 나의 가슴을 안타

깝게 만들었다. 사부가 목숨같이 사랑하는 여인, 제자의 입장, 감히 쳐다보기 조차

버거운 여신같은 그녀, 이옥상...그에 비하면 태생부터 벌레같이 살아온 자신의 나날들, 그 억겁같은 굴레에 묶여져 비정한 강호살수의 삶을 영위해야 했던 녀석의 운명

은 나의 가슴속을 아리게했다. 하지만 아버지같던 사부가 죽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그동안 가슴속에 사무치게 품어왔던 사랑해선 안 될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하고

그의 사부가 그랬던 것 처럼 오직 그녀를 위해 예정된 천하제일인과의 비무대로 떠

나던 녀석...마침내 그가 한낮 자신의 주구가 아닌 수십년의 고독끝에 찾아온 사랑이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그를 구하러 비무장으로 향하고 만신창이가 된 어린연인

과 짧은 사랑의 교감을 나눈 가치도없이 이 일전의 비무에서 절명하고 만다......

피눈물을 흘리며,평생을 바래온 사랑을 지키지못한 무능력한 자신의 오른팔을 베어버린 녀석의 비애에 사나이 나도 분루를 감출수 없었다. 후~여자에게 냉정히 대하는

소설속 주인공들이 미워진것도 이때부터 였을꺼다. 천하제일이 되면 무엇이 남길래

눈앞의 촉루를 흘리는 여인을 팽개친단 말인가? 당장 각성해랏! 검을꺽고 그녀를 소

중이 여겨주란 말이다. 그리고 또하나 빠질수 없는얘기는 여지껏 어느 소설에서도

보지못한 여인의 미모에 대한 예찬이다. 양무생이 어느 대가의 화공에게 그녀, 이옥

상의 초상화를 의뢰하는 대목에서 이옥상의 미모를 열거하는데 침어낙안, 화중쟁월

따위의 미사여구로는 따라갈 수 조차없는 양무생의 묘사가 가히 압권이었다. 아마 실제로 그런 여인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눈짓 한번에 사람들을 꺼꾸러뜨린 다는것도

그린 틀린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결국 화공은 한 번의 시도도 하지 못하고 붓을 꺽어버리고 만다. 표향옥상(飄香玉霜) 이옥상, 맑은 서리가 진 자리에 향기만이 떠돈다는 별호의 그녀.과연 두 남자가 평생의 헌신을 바칠만하다는 생각이 드

는건 나만의 아집일까? 그 떄 한동안 연상의 여인에게 호감을 느끼게 했던 원인의 발

로가 그녀였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사랑을 일찍 깨달았어도......자신이 다른 이성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 무언지 알고싶고, 또는 한번쯤 천하제패 보다는 사랑을 주제로하는 무협소설을 보고싶어 했다면 주저없이 난 향객을 권하고싶다. 주인공의 그녀에대한 심정을 애타게 드러냈던 소설 속 시 한구를 올리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나 그대를 이렇게 사랑하오리.....

사랑의  방법을 말씀드리오리   내 영혼이 가 닿는 깊이와 넓이와 높이만큼

나 그대를 사랑하오리.

나의 해묵은 슬픔. 내 어린시절 삶에 영향을 주었던 그 열정으로

그대를 사랑하리.

이미 잃어버린 사람들을 사랑하듯 애절하게 나 그대를 사랑하리.

나 그대를 내 생명의 호흡, 미소, 눈물 이 모든것을 바쳐 사랑하리.

하여 마침내 나 죽게 되거든 죽은 후에는 그대를 더욱 사랑할 뿐이오리.....


Comment ' 8

  • 작성자
    Lv.57 ch******
    작성일
    03.08.01 05:05
    No. 1

    아, 향객이 표향옥상이었군요.

    객 시리즈로 말하면 잘 모르고 옛 이름으로 이야기해야 기억이 나니 원...

    저는 고룡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사우 옥청풍, 화 같은 작품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화(花)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긍정적선물
    작성일
    03.08.01 05:47
    No. 2

    얼핏 기억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휘백
    작성일
    03.08.01 08:07
    No. 3

    단어의 선택이 아주 무협답네요. 정말로 멋진 감상글입니다.
    보다가 그때 감동이 다시 되살아날 정도로...
    아아아... 향객 다시 보고 싶네요. 표향옥상, 표향옥상, 표향옥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장진
    작성일
    03.08.01 09:47
    No. 4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야설록님의 3대 글중 하나입니다...
    1.검대검(신객)
    2.표향옥상(향객)
    3.강호묵검혈풍향(마객)

    참 용대운님의 마검패검,철혈도도 처음엔 야설록님 작품으로 출간
    되어서 그분 작품인줄 알았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가리어지고
    작성일
    03.08.01 12:42
    No. 5

    멋지고 공감가는 감상글이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단리후
    작성일
    03.08.02 00:39
    No. 6

    야설록님의 작품중에서 생각나는게 예인 화십랑 철인 무십랑..
    이시리즈도 괜찮았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9 R군
    작성일
    03.08.02 01:19
    No. 7

    객 시리즈, 정말 좋죠 ^^

    제가 특히나 좋아했던 작품은 시객이였습니다. 강시를 소재로 한, 주인공이 강시인 정말 특이한 글이였죠. 요새 시객을 판다는 곳이 있어 살까 말까 고민중이랍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요망한집사
    작성일
    03.08.02 23:45
    No. 8

    객 시리즈 중에선 신객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

    하지만 야설록님 작품 중에선 녹수옥풍향이 최고..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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