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너무 어이가 없기에 절대무적 완결권을 마무리지어야하는 시간을 빼내어, 글을 씁니다.
피디수첩은 새로운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나 있었던 것일까요?
제가 글을 쓸 때, 한창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는 제 자식놈이 갑자기 문을 열고 말을 걸어도 화가 납니다.
그 한 순간, 마음 자세가 깨어지면 그 분위기를 다시 제 마음속에 가져오기 위해서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공부에 집중해 보신 분이라면, 혹은 어떠한 일에 집중해보신 분이라면 한 순간 방해받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비치게 되는지 아실 겁니다.
만약 황교수님 팀에서 배아세포를 주고 조사해보도록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결정을 황교수님 팀에서 하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압박이 피디수첩으로부터 전해졌던 것일까요?
그 연구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며, 실험에 대한 모든 것들은 지극히 비밀스럽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한 것을 단지 방송기자라는 이유로 요구한 것도 어이없지만,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러한 상황에 도달할 때까지 가해졌을 압박입니다.
만약 지독한 압박이 없었다면 황교수님 팀에서 배아세포를 건네주었을까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건 집중하고, 노력하고, 모든 것을 바쳐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자그마한 방해만 받아도 쉽게 흐트러지는데, 하물며 그렇게 중요한 배아세포까지 건네주어야 할 정도로 압력을 받았다면 그 연구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겠습니까?
줄기세포가 아무나 잠깐 보자고 한다고 건네줄 만큼 별 것이 아닌 물건입니까?
행간을 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단지 '황교수팀에서 줄기세포를 직접 받았다'라는 피디 수첩의 한 마디 말에서, 저는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큰 압박과 여러가지 방식의 압력이 있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삼성 전자에서 기가급의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 그것 믿지 못하겠으니까 직접 주면 내가 검증해보겠다, 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간단하게 건네주겠습니까?
저는 모든 사실여부를 떠나, 황교수님 팀으로부터 줄기세포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는 피디수첩의 권력이 무섭습니다.
흔히, 조중동의 욕을 많이 합니다.
엠비시측도 그렇게 욕하는 대열에 동참하였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들을 비난했습니다.
특정 언론사를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번 사태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엠비씨측이 순수해서 조중동을 비난했던 것이 아니라, 아직 지닌 권력이 약해서 비난할 수 있었던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힘이 있었다면,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악이 된 권력과 싸우는 사람에게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악을 바로잡기 위한 순수한 사람과, 그 순수한 사람의 틈에 숨어 내가 새로운 악이 되겠다는 야망으로 싸우는 사람입니다.
그들도 진짜 순수한 사람과 똑같은 듯 위장하고 있지만, 힘을 지니게 되면 또다시 새로운 악의 권력이 됩니다.
기득권층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새로운 기득권층이 채웁니다.
우리 사회의 현재 많은 문제들은, 새로운 기득권층이 옛 기득권층의 자리를 채우고, 옛 기득권층과 똑같은 짓을 저지르면서도 아직 자신이 스스로 욕하고 있는 '옛사람'들과 똑같아 졌음을 모르고 있기에 발생합니다.
저는 박정희 전대통령을 어떤 면에서는 좋아하고 어떤 면에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때로 새로운 권력층이 박정희 전대통령을 욕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왜 자신이 옛날 박정희 전대통령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무조건 옳고 너는 무조건 틀렸다! 라는 주장이 바로 과거 유신체재를 양산해 내었던 아집입니다.
옛날의 권력자들이 그렇게 말했던 것처럼, 지금의 권력자들도 똑같이 말합니다. 내가 옳고 너희는 틀렸다, 라구요.
피디수첩도 그렇게 말합니다.
내가 옳고 너희는 틀렸다. 그러니까 나는 너희들에게 어떠한 압박이라도 가할 수 있다! 라고 주장하는 듯 보입니다.
지금 현재의 권력만으로도, 황교수님팀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이 피디수첩입니다.
만약 권력이 더 커진다면 .....
저는 무섭습니다.
만약 피디수첩 측에서 정말로 자신들의 주장대로 황교수님의 연구가 거짓이라는 확증이 있었거나 심증이 있었다고 하면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의 분석부터 시작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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