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 보고 떠올라서 적습니다.
아직 제철 공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먼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철이 너무 질어서 툭 하면 뭉개지고, 좀 단단하게 만들었다 치면 깨지던 그런 시절의 이야기. 이 시대에는 접쇠라는 공법이 너무나 중요했습니다.
접쇠 공법이란 것은 쇠를 두들겨 얇게 편 다음 한 번 접고 다시 얇게 펴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여튼 그런 공법이었습니다. 이런 공법으로 쇠를 가공했던 걸로 가장 유명했던 검들을 말하자면 북쪽 바이킹들이 즐겨 썼던 바이킹 소드, 서쪽 인도-이슬람 지역의 다마스쿠스강(이게 왜 다마스커스강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는진 몰라도), 백제의 백련검 등이 있습니다. 아, 일본도 포함해서요.
공법 자체는 철제 도구를 썼던 전 세계 공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끽 해야 물결 무늬가 나타난다는 것 정도? 그것도 저탄소강과 고탄소강이 섞이며 서로 다른 형질과 온도로 인해 발생하는 거지요.
만일 어떤 검이 쇠도 자르고 돌도 자르고 아싸 좋구나~ 하면 그건 장인이 우주괴물인 거지 공법이 대단한 건 아닙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코크스 뿌리고 대충 압착기에 디밀어서 룰러로 쫙 뽑아낸 압연강판도 어지간한 일본도는 훅하고 까부수니까요.
양판소를 보면 흡사 접을 때마다 철의 인성, 강도, 경도가 쭉쭉 늘어나는 것처럼 묘사해 놨는데 현실은? 냅, 많이 접으면 내구도가 그만큼 종잇장이 됩니다. 접을 땐 적당히 열 번에서 스무 번만 접읍시다. 그러면 내구도가 깎이지도 않고 제법 괜찮은 강철은 됩니다.
흔히 잘못 아는 게 일본은 접쇠 공법을 해서 검이 뛰어나고 한국은 그러지 않아서 검이 유명하지 않다고 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완전 날구라, 조작된 역사, 왜곡된 기억 etc, etc.
한국은 접쇠 공정을 일본처럼 물결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죽어라 두들기고 펼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왜? 그러지 않아도 탄소가 널널하게 잘 퍼지니까요. 접쇠 공법은 어디까지나 탄소 비율을 못 맞추는 사람이 저탄소강과 고탄소강을 섞으려고 하는 공법이거든요.
그 증거로 우리나라는 삼국시대까지는 접쇠공법을 썼던 흔적이 있다는 겁니다. 백제가 그 배경이지요.
백제와 가야는 일본에 철과 검을 수출했는데 그와 함께 백제에서 건너간 장인들을 가라카누치라고 부릅니다. 그들로부터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이 야마토카누치라 불리는 이들인데 이들이 바로 현존 일본도의 조상을 만든 사람들입니다.(일본서기)
뭐, 조금만 조사해도 알 범위여서 딱히 더 쓸 말이 없네요. 일본도에 환상은 아마 일본을 점령한 미군과 일본에서 퍼져나간 문화를 통해, 그리고 그게 유럽으로 가면서 전파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마 일본 만화와 소설의 영향인 것 같고요.
하여튼.....
대장장이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려면 최소한 도암 박용기 선생의 작업이라든지 그게 안되면 시골 대장간이라도 취재해 본 다음에 씁시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