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회사 관련 질문입니다.
이러는 것도 민폐 같아서 안 하려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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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 집에서 하는 잔소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야? 꼭 그렇게 일부러 회사에까지 전화를 걸어 잔소리를 해야겠어?
툴툴거리며 담배를 피기 위해 사내 흡연실로 향하는 재식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과장님, 부장님이 찾으세요."
미스 김이었다.
충청도 어느 시골에서 올라왔다는 아가씨.
재식과는 같은 시골 출신끼리의 공감 같은 것을 서로 나누고 있는 터였다.
실상 재식의 고향은 시골 정도가 아니라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하나 없을 정도로 궁벽진 두메산골이지만.
"부장님이 날? 무슨 일로.... "
미스 김은 난처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상황이 파악된 재식은 더 캐묻지 않고 풀죽은 얼굴로 부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 왜소한 뒷모습을 미스 김은 처형장으로 끌려나가는 죄수에게 던지는 것 같은 연민의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부르셨다고.... "
쭈삣거리며 부장실에 들어서는 재식을 본 윤부장의 송충이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은밀한 새디즘이 발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은밀한? 아니, 은밀하다는 건 영업과 차장이던 그가 자재과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재식의 직속 상사가 되었던 초기의 얘기일 뿐, 윤부장이 작은 꼬투리만 생기면 재식을 불러다 야단을 치는 진짜 이유가 새디즘에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야단을 치고 야단을 맞는 두 당사자들은 이미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자네, 무슨 일을 이렇게 처리하나?"
드디어 시작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
"그렇지? 내가 지금 뭘 갖고 이러는지도 모르지?"
"제가 또 무슨 실수를.... "
"이걸세, 이거!"
윤부장은 서류철로 책상을 탕 내리친다.
어제 재식이 제출했던 월말 재고 현황 파악 서류였다.
저놈이 왜 말썽이 된 거지? 행여라도 계산이 틀렸을까봐 두 번 세 번 확인을 했는데?
벙 떠 있는 재식을 본 윤부장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 친구, 아직도 문제가 뭔지 파악을 못하고 있군. 이보세요, 김재식 씨. 대리점에서 반납된 제품들은 재고에 포함이 됩니까, 안 됩니까?"
"반납된 제품....?"
"아니, 인천 대리점이 계약 해지되었다는 사실도 여태 몰랐단 말야? 회사 일에 이렇게 관심이 없으니 이걸 어쩌나. 우리 회사 사람 맞으세요?"
키 180에 몸무게 90킬로를 넘어서는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시리 호들갑을 떤다.
딴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위엄을 부리는 그가 유독 재식을 상대할 때만은 이렇게 잔망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곤 하였다.
"무, 물론 저도 그 일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
"안다면서 왜 헛소린가? 대리점이 폐쇄되면 거기 나가 있던 제품들 모두 본사로 반납되는 건 상식 아닌가, 상식. 혹시 자네, 반납된 제품들을 몰래 빼돌리기라도 하려 했던 것 아냐?"
"그, 그럴 리가.... "
잠시 뒤, 모욕감에 흠쩍 젖은 채 사무실로 돌아온 재식을 본 부하 사원들은 모두 눈길을 아래로 깔았다.
허구한 날 부장에게 불려가 야단을 맞고 오는 재식의 처지를 다들 민망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심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연민도 반복되면 경멸을 낳는 법이니까.
"인천 대리점 반납 제품들 누가 받았습니까?"
사무실로 오기만 하면 한바탕 호통을 쳐주리라고 마음먹었었지만 막상 사람들을 대하자 재식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평소의 온건한 말투에서 별로 벗어나 있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한테 호통을 칠 성격이 못 되는 것이다.
부하 사원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대답이 없었다.
"누가 받았건 받은 사람이 있을 것 아닙니까?"
미스 김이 박형준 쪽으로 슬쩍 난처한 시선을 던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형준 씨가 받은 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
박형준이 머쓱한 얼굴을 하였다.
재식이 부장에게 야단을 맞은 이유가 반납 제품 건 때문임을 자기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얘기를 나한테 안 했어?"
"언제 물어 보기나 하셨어요?"
그걸 대답이라고 한다. 사장의 조카라는 이 박형준이라는 친구, 평소에도 재식에게 버릇없이 대드는 경향이 있었다.
"아, 물어 보지 않으면 그게 보고해야 할 사항인지 아닌지도 분간이 안 돼? 자네가 보고를 안 해서 내가 부장님한테.... "
"보고야 당연히 하죠. 그러잖아도 정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문안을 가다듬고 있던 참입니다."
지시 받은 일조차 잘 안 하는 이 게으름뱅이가 시키지도 않은 보고서를 스스로 작성하려 들 리가 없다.
도대체 업무에는 관심이 없는 친구였다.
애당초 입사부터가 작은아버지인 사장의 입김 덕분이었었다.
이적저럭 입사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니 사장의 백으로 차장 대리쯤은 되었을 법도 한데 여지껏 평사원에 머물고 있는 것만 봐도 그 게으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친구를 야단쳐 봤자 이로울 것 없다고 재식은 판단하였다.
사장 위세를 등에 업고 전무나 상무한테까지 되바라지게 구는 인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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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상황에서 '재식'은 '박형준'에게 대리점 반납 제품들을 인계 받으면서 증거 서류를 남겼느냐고 물으려 합니다.
무슨 물건 몇 개를 받았다....하는 증거 서류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 증거 서류가 어떤 것일까? 그걸 모르겠네요.
ㅡ당신들한테서 무슨 물건을 받았음을 확인합니다.
....하는 인수증을 대리점 사람들에게 써 주었을 텐데, 이쪽에서 저쪽에게 준 그 인수증을 복사하여 회사 측에서도 보관해 두는 건가요?
질문 하나 더ㅡ
지금 배경이 된 저 회사는 아주 작은 회사입니다.
무슨 안마기, 아니면 전기담요, 여자들 피부 관리 기구.... 따위를 전문으로 제작 판매하는 중소기업입니다.
(저 중에서 무슨 제품을 다루는 회사로 정할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그 정도 규모의 회사 자재과 과장이 재식입니다.
그 자재과 사원은 모두 몇 명 정도가 적당할까요?
(인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바람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과 성격을 설정해 주어야 할 텐데, 그걸 읽는 이들에게 기억해 달라고 요구하려면 사람 수가 많으면 곤란하니까요.)
혹시 조언해 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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