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전업작가가 아니라 순전히 글쓰기가 취미인 한 사람의 3류 글쟁이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문피아 한담이나 정담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종종 '자질도 검증 안되었으면서 유료연재로 전환하는 작가가 너무 많다'라는 언급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제가 봐도 조회/추천/선작 수치가 어느 정도 이상되면 다들 유료로 많이들 전향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수익 목적으로 작품을 일찍 유료화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 인정합니다. 물론 유료화 이후 명시한 연재주기를 지키지 않거나 이유없이 연재를 중단하는 행위는 손가락질받아 마땅한 일입니다만...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유료화 전향의 목적이 과연 수익을 얻으려는 것 뿐일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부터 저에 대한 얘기를 조금 늘어놓겠습니다. 저는 작년 9월 무렵 문피아에 처음 가입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업작가가 아니라, 그저 글쓰는게 좋아 취미로 집필에 임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비인기 작가이지만, 어차피 영리목적으로 글을 쓰는게 아니라서 조회수같은 지표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연재 도중 유료화에는 글을 처음 써서 올렸을 때나 지금이나 아예 관심이 없고, 나중에 완결을 맺게 되었을때 이북으로 출간하는 것을 쭉 고려해왔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때도 전권 무료로 출간하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고민했습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독자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했기에 더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난달 문피아에서 일었던 표절논란을 보고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여기서 다시 제 입장을 밝혀두는데, 저는 관련된 두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문제제기를 받은 작품이 표절작이다 아니다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때 표절시비에 관련된 두 작품은 모두 무료연재작들이었는데, 한담에서 몇번 글이 오고가다 결국은 문제제기하신 작가분이 연재작들을 삭제하고 탈퇴하시는 것으로 마무리되더니 일이 거기서 묻혀버렸습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제가 정담에 글을 하나 올린게 있는데, 이런 경우 문피아에서 따로 대응하는 지침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얘기였지요. 예상했던대로 거의 대다수의 답변은 '그 문제는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한다'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중 한 개의 댓글이 유독 제 눈에 띄었습니다.
'유료연재면 모를까, 두 분 모두 무료연재를 하고 있기에 문피아에서 나서기도 애매합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속으로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유료연재였을 경우, 사태에 대한 대응이 달라졌을거라는 얘기일까요? 금전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히지 않으면 저작권을 주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일까요? 굉장히 심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 일이 찜찜하게 지나가고 한동안 잠잠하나 싶더니, 엊저녁 즈음에 한담에 자신의 작품이 표절당했다고 호소하는 한 작가분의 글이 또다시 올라왔습니다(지금은 글이 사라졌지만요. 자삭인지 삭제게시판 이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무료연재를 하고 계신 분인데, 그 일 때문에 해당 작품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언급하시더군요. 헌데 거기에 달린 댓글 중 '무료연재는 저작권 치외법권같은 곳이다'라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또 한차례 충격에 휩싸였지요. 무료연재작에서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나오는 설정이나 소재를 임의로 베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물론 해당 댓글에 대한 답댓글로 '무료연재라도 얼마든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제가 꺼림칙하게 느낀건 그 댓글과 비슷한 내용의 댓글들이 의외로 적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료연재의 저작권은 단지 허울에 불과한 것일까요?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고 나서, 지금 저는 '완결 후에도 계속 무료' 대신 '완결 후에는 유료화'라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제가 쓰고 있는 작품 뿐 아니라, 앞으로 제가 쓰려고 생각하고 있는 모든 작품들에 대해서 말이지요. 무료연재작들에 대한 저작권 의식이 그 정도로 희박하다면, 유료연재로 전환해서라도 약간이나마 방패막을 얻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저작권 행사에 대한 인식은 훨씬 더 분명해질 것이고, 출판사로서도 금전적 이익과 연관이 되니 좀 더 진지하게 문제해결에 임하게 될테니까요. 제 글이 팔리고 안팔리고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지만, 그 글이 표절의 희생양이 되는 일만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지난달의 표절시비 사건 때, 탈퇴하신 작가분이 탈퇴 직전 한담에 남겼던 댓글이 계속 생각납니다(지금은 그 댓글이 달려있던 글이 삭제되어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이 작품을 쓰지 않을걸 그랬다, 이 글을 썼다는게 너무나 후회스럽다라는 내용이었지요. 그리고 어제 한담에서 표절당했다고 호소하시던 작가분의 글 내용도 떠오릅니다. 내가 창작한 결과물이 공공재처럼 도용되는게 너무 화가 난다, 결국 내가 참아야하는 일이겠지만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100% 공감합니다. 아무리 볼품없기 짝이 없는 글이라해도, 작가에게는 하나하나가 친자식같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허락없이 그 글을 표절하거나 도용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친자식을 눈 앞에서 유괴당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라도 다른 사람에게 제 작품의 내용이 도용당하는 일을 겪게 되면 그를 감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작가분들처럼 작품을 비공개 또는 삭제하고, 문피아를 떠나는 것도 고려하게 되겠지요.
무료연재는 신인작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의 장인 동시에, 독자들에게는 부담없이 참신한 소재의 글을 발굴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작가들이 그런 아름다운 공간에서 벗어나 너도나도 유료연재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의 이면에는 이러한 이유 또한 내재되어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며, 두서없는 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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