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했던 얘기 같긴 한데, 스무살에 서울와서 충격받았던 것들.
아저씨 - 우리동네는 학생, 총각이라고 부릅니다. 나이가 한 사십줄은 돼야 아재지요. 서울 오니 아무나 아저씨라고 막 부르던데 고등학교 졸업한지 두세달 된 핏덩이한테 아저씨라니요.
시골 - 서울경기 말고는 다 시골이라 부릅디다. 시골은 농사짓는 게 시골인데 전국에 몇 개 안되는 광역시보고 시골이라니. 듣기 영 안 좋습니다. 중학생 과외하는데 대구가 과수원 밭인 줄 알고 있고.
서울 사투리 - 서울 사람들 손닦고 발닦습니다. 아니 손을 씻어야지 왜 닦는대요. 내가 말해주기 전에는 사투린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
처음 일이년은 자격지심에 서울말을 따라해보려 했으나...
미팅가서 '서울말'로 열심히 떠들고 있던 저와 동향친구에게
'왜 같은동네라면서 사투리가 달라?'
라는 질문을 듣고 좌절.
귀납적으로,
여성은 두세 달이면 상당히 자언스럽게 서울말을 쓰다가, 또 고향사람 만나거나 하면 서울말과 고향말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씁니다.
남성은 대체로 두 부류인데
저처럼 일찌감치 포기한 부류가 있고,
어중간하게 섞어 쓰다가 종래는 도무지 연원을 구분할 수 없는 요상한 말투로 안착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보통, 본인은 '나 서울말 안 쓰는데?' 라고 하며, 안타깝게도 자기가 쓰는 외계어에 대한 자각증상이 없습니다.
뭐, 저도 억양 자체는 상당히 얌전해져서 서울가면 저보고 사투리 쓴다 하고 집에 가면 서울말 쓴다 하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게 대구경북 말투는 무슨 말을 해도 서울사람 듣기에 '저 사람 화났나보다' 가 되기에 의사소통을 위해 순화를 많이 했습니다.
보통 방송에서 듣는 경상도 사투리는 영화 '친구' 에서 나온 부산경남말인데 사실 경북 사투리와 억양이 꽤 다르고, 부산말이 훨씬 찰지고 듣기 좋습니다.
그리하야...
십수 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뭐, 초탈해있죠.
그동안 알게된 사실이
일단 이십대 중반까진 수도권 사람 절반 이상이 서울촌놈입니다. 여기서 촌놈이란 자기 지역을 제대로 벗어나본 적이 없어, 대화해보면 다른 지역 물정을 전혀 모른다는 뜻입니다. 뭐 수도권 내에서 웬만하면 다 해결되니 이해는 갑니다만. 고로 지방에서 상경했다고 쫄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서울 사는 이십대부터 사십대 초반까지는 지방 사람이 더 많습니다. 인서울 대학을 오기도 하고 직장때문에 오기도 하고 아무튼 지방 출신 젊은이들 태반이 수도권에 살아요. (웟세대가 아직 정정하셔서 아직은 괜찮지맛 일할 사람이 다 빠져나가니 한 이십년 지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한 사무실에서 전라도말 경상도말 충청도말 다 들리는데 굳이 서울말 쓸 이유가 어디 있답니까.
사투리 쓴다고 타박하는 사람이나 쪽팔려하는 사람이나 물정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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