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7 퀘스트
작성
04.12.02 22:25
조회
608

요미우리 기자, '욘사마'에 분개하다!

이틀 전 퇴근해 막 저녁밥을 한술 뜰려는 찰나에 제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찍히며 울려댔습니다. 번호의 주인공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서울 특파원이었지요. 지난해 '겨울연가'가 일본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을 때 한국 아줌마이며 여성 담당인 저의 코멘트가 필요하다며 회사 근처로 찾아왔던 남자기자였습니다. 직관적으로 "또 배용준 때문이구나"싶고.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질 게 뻔하여 본 통화는 다음 날로 하자며 미뤘습니다.

다음날 오후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와 질문은 지난해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작년에 만났을 땐 주로 한국의 여성과 드라마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지요. '왜 한국 여성들은 드라마를 좋아하냐'는 무지무지 어려운(?) 질문을 비롯해서요.

아무튼 어딘가 그는 흥분돼 있었습니다. 질문 내용도 다분히 의도적이었지요. "일본 여성들이 욘사마에 저렇게 열광하고 숭배하는 모습이 한국 여성으로서 이해가 되십니까?" "일본 언론이 욘사마를 취재하려고 헬기까지 띄운 거 아시지요?" "한국에서는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스타가 와야 헬기까지 동원된 취재가 가능할 것 같습니까?"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아주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욘사마가 다녀간 뒤 지금 일본 남성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습니다. 전세계 외신을 통해 보도까지 되었으니 국가 망신이라고 여기며 수치스러워 하고 있지요." 그리곤 저로서는 참으로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대체 일본 여성들이 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걸 일본 여자도 아닌 제가 워떻게 아냐구요.ㅠㅠ)

순간 머리를 쥐어뜯다가 정색을 하고 대답했지요. "그거야 일본 남성인 기자님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요?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시면 심층취재해서 한번 써보시지 그러세요." 그래도 이 아저씨 끈질깁니다. 굳이 저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거에요.

마침 2주 전쯤 만나 인터뷰했던 우에노 치즈꼬 동경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 떠올라 그대로 들려줬습니다. "비극이지요. 욘사마는 꿈속의 남자이고 환상일 뿐인데. 그것은 일본 여성들이 현재 자신의 남자친구와 남편에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 방증해주고 있습니다." 때마침 한국의 젊은 여성학자가 들려준 말도 떠올라 보너스로 들려줬습니다. "가부장제에 적극적으로 공모해왔던 일본의 40~50대 중년 여성들이 그 판타지에 드디어 신물이 난 거지요. 겨울연가속 배용준처럼 여성인 자신을 존중해주는 부드럽고 자상한 남성상에 끌린 것이라고 할까요. 10대, 20대 여자들이 아닌 40대, 50대 여자들이 어떤 남성 캐릭터를 강하게 소비하기 시작할 때는 분명 그 사회의 가부장제에 균열을 가져오는 지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는 일본의 가부장제가 한국보다 더 심하다는 걸, 한국 여성들의 시대 의식이 일본 여성들보다 훨씬 앞서간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답니다.*!*)

하여간에 분명한 건 저의 어떤 답변도 요미우리 기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니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색이 전혀 안보이더군요. 그 역시 일본의 기성세대 남성이라서 그랬을까요?

20여분간의 통화 끝에 그가 맥없이 묻습니다. "김기자가 해준 말들을 제 기사에 코멘트로 따도 될까요?" 그래서 대답했지요. "그건 자유입니다만, 일본 여성들의 욘사마 신드롬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점을 기자분도 아셔야 할 것 같네요."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블로그에서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6439 대략 낭패스러운... +6 Lv.1 다시한번 04.10.23 178
26438 [19금] 짜릿한 경험 +12 Lv.1 [탈퇴계정] 04.10.23 592
26437 ★고무판에관해서 한가지 변하가있으면해서 [금강]님께 알... +14 Lv.54 찌노 04.10.23 392
26436 감정기복이 심합니다!! +13 Lv.9 망부 04.10.23 300
26435 경혼기 지존록 질문드려요~ +2 Lv.1 연심표 04.10.23 214
26434 수험생 여러분들만 읽어주시기를... +11 Lv.1 頭魔 04.10.23 476
26433 망부님께 올리는...-_-질문... +8 Lv.49 검조(劍祖) 04.10.23 244
26432 디아하시는 분들 내일 모두 모여주세요 댓글 달아주세요~ +3 붉은이리 04.10.23 197
26431 일본땅에 지진이 났다네요... +25 용마 04.10.23 488
26430 이힛^.^ +10 Lv.1 등로 04.10.23 211
26429 [삽] 리플 이미지들... +8 Lv.1 [탈퇴계정] 04.10.23 357
26428 오늘 충격먹어서요. +9 Lv.56 치우천왕 04.10.23 316
26427 예전, 무협 영화를 보고나서... +2 古劍 04.10.23 225
26426 기분 드럽네요 -_- +12 용마 04.10.23 386
26425 오호~ 아바타라.. 엽기아바트를 만들어보세~ +6 붉은이리 04.10.23 199
26424 기차에서 오물처리는-_-?(퍽~) +6 Lv.49 검조(劍祖) 04.10.23 309
26423 성매매가 피해자없는 범죄라고요? +9 메두사 04.10.23 347
26422 혈액형만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을까...-_-? +10 Lv.1 하얀여우 04.10.23 245
26421 오랜만에 들립니다. ^^; +1 아룬드 04.10.23 64
26420 오늘의 아바타는! +9 Lv.6 연림. 04.10.23 254
26419 고무림 이제 빠이빠이~~ +6 Lv.1 북극의나라 04.10.23 881
26418 임진록을 다시 보게 될줄이야... +15 Lv.2 설유화 04.10.23 397
26417 디아 새벽반 분들~~~~~ +2 Lv.1 검영[劍永] 04.10.23 170
26416 제컴이 +5 Lv.1 태성제황신 04.10.22 144
26415 요새 들을 만한 최신 노래좀.. +5 Lv.74 ArRrRr 04.10.22 336
26414 우아~~스타리그 대박!!!!4강에서 전설의 임진록이 재현됩... +8 랜디로즈 04.10.22 562
26413 요새따라... 고무판을 떠나겠다는.. +12 Lv.49 검조(劍祖) 04.10.22 391
26412 즐거웠습니다. +15 Lv.1 LiMe 04.10.22 304
26411 헐.. 무협때문에 되는게 없어서 안읽으려 했더니 금단현... +3 Lv.1 광마살인곡 04.10.22 204
26410 어제 저희동네에 고종수왔습니당 +4 Lv.9 망부 04.10.22 27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