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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사기꾼 이야기 - 1.

작성자
Lv.45 매일글쓰기
작성
20.06.11 12:07
조회
94

“야, 학사.”

그 말은 문득 튀어나왔다.
모두가 잠들 시간, 횡으로 5명, 종으로 2명이서 누운 이 좁은 방에서 침묵을 깰 수 있는 사람은 많지않다.
방장 차주영.
나이로 치자면 이 방에서 네번째지만 힘으로 서열을 매겨버리니 어느새 방장이 되버린 인물이다.

“네?”

비실비실한 목소리가 종에서 들려왔다.
학사 이범용.
당연한 말이겠지만 범용은 학사가 아니다. 사짜다.
사기를 쳤으니 좀 배웠겠네, 배웠으니까 학사네, 우리 방에도 대졸출신은 있어야 하니까 너 오늘부터 학사하라며 학사가 되었다.
사실은 중졸인데도 말이다.

“아무 얘기나 해봐. 재밌구로.”

방장의 무료함이 도져버렸다.
이럴땐 뭐든 해야한다.
아니면 누군가는 맞을테고, 지명당한 범용이 그 누군가가 될 확률이 높았다.

“아무 얘기라면...”
“사짜짓할때 어떻게 했냐?”
“아, 그거라면 말임다.”

학사가 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이란게 작정하고 속이려고 달려들면 안되는검다. 왜냐면 너무 간절하게 속이려고 들면 뻔히 보이는 법이니까요.”
“음. 그야 그렇지.”
“그러니까 속이려고하면 일단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 사람이 나한테 달려들도록.”
“예를 들면?”
“어떤 아줌마가 있었죠. 슈퍼하는 아줌마였는데 걱정거리가 있었던검다. 자식내미가 맨날 공부는 안하고 밖으로만 싸돌아다녔으니까요. 저 아들내미 취직하기만 하면 소원이 없을텐데. 맨날 그 말만 하는거죠.”
“오호라. 그러면 취직컨설팅인가 뭔가로 속이는거야? 취직시켜줄테니 돈달라고?”
“흐헤헤. 그것도 옛날방법이지 말임다. 게다가 뜯어낼 수 있는 돈도 작고.”
“그러면?”
“정말로 취직시켜주는검다.”
“야, 취직시켜주면 그건 사기가 아니지않냐?”
“흐흐. 그게 본질인검다. 속는 사람도 지가 속아도 모르게 만드는 방법인검다.”

사짜의 이야기가 조금씩 고조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취직시켜주는 척 하며, 내가 만든 가명회사에 꽂아버리지 말임다. 처음엔 물론 월급도 줍니다. 일도 시키고요. 영업사원으로 여기저기 다니게끔 하는검다.”
“존나 성실하네.”
“그러다가 어느 날, 꽤나 큰 일을 맡기는 검다. 어디서 영업을 따와라. 수주해와란 식으로. 아들내미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도 생겼고하니까 열심히 하려합니다. 그리고 그때 딱 어장을 낚아채는 겁니다.”
“어장이라니?”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게 만드는거지 말임다. 수억짜리 계약이 너때문에 안됐다. 너때문에 영업손실이 생겼다는 식으로.”
“호오라.”
“그 아줌마한테도 찾아가는검다. 당신이 아들내미 취직시켜달라해서 시켜줬더니만 이런 손실이 났다. 어쩔거냐. 감당할 수 있느냐며.”
“근데 어차피 그 계약이란건 애초에 없었던거지?”
“당연하지 말임다. 그냥 0 만 때려넣은 종이일뿐임다. 아줌마한테는 무슨무슨죄 하면서 민사 형사 다 고발때릴거라고 합니다. 아줌마는 그것도 모르고 싹싹 빕니다. 제발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제발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킬킬.”

사짜는 그때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아줌마가 비는걸 흉내내며 킥킥거리고 웃었다.

“좋다. 우리가 형사는 안걸겠다. 대신에 민사배상만 하라고 함다. 아줌마는 자기한테 그럴 돈이 어딨냐고 하겠지만, 아들이 없어지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며 말하면 결국 다 내놓지 말임다.”
“어우, 독한 놈. 그래서 어떻게 됐냐?”
“슈퍼 판 돈, 집 판 돈 다 해서 5억정도 뜯었지말임다.”
“너 형량은?”
“2년임다. 연봉 2억 5천이지 말임다.”
“그거밖에 안돼?
“아줌마가 죽어서 말임다. 고소인이 그꼴나도 내가 죽으라고 했슴까? 결국 흐지부지되다가 다른게 엮여서 2년인검다.”
“퍽이나 자랑이다.”
“흐흐. 사실 더 뜯어낼 수 있었는데 아쉽슴다. 사실 그 아줌마, 아들이 둘이었지 말임다. 아들 둘 다 취직시켰으면 배로 뜯어내는건데 말임다.”
“그래. 그러네. 하아암. 별로 재미없다. 잘란다.

방장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학사는 눈을 감았다.
이제야 잘 수 있겠다며.
그러니 누가 자기 몸 위에 올라타도 알지 못했다.
목을 조르기 전까지 말이다.

“억..! 욱...!”

학사의 몸에 올라탄건 최근에 들어온 신입이다.
신입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목이 졸리는 학사의 눈에서도 진물이 흘러나왔다.

“너때문에... 너때문에 우리 엄마가...!”
“악..! 사, 살...! 살려...!”

그 소동이 일어나도 누구 하나 일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분명 방금 잠들었을텐데.
그런데도 모두가 학사의 이야기에 만족했는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학사가 아주 깊이 잠들 때까진,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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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한테 관심가는게 싫어서, 관심돌리려고 써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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