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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8 온실라
작성
15.04.04 12:49
조회
1,368

야구 때문에 그렇습니다 엘지가 졌거든요. 3대3에서 봉중근 선수가 그만.......

그런데 어제 가슴이 아팠던 건 엘지가 져서가 아니었습니다. 

봉중근 선수 때문에 그랬습니다.


전 봉중근 선수를 보고 LG Twins의 팬이 된 사람입니다. 본래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딸 때, 정대현 선수가 쿠바 선수에게서 병살타를 이끌어내는 장면을 보고 야구에 조금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1년 후, 군대를 가기 위해 잉여잉여 하고 있다가 WBC를 봤습니다. 거기서 봉중근 선수를 처음 알았습니다.


김광현 선수 선발 등판 때 일본에 콜드게임을 당한 후의 재대결이었습니다. 봉중근 선수를 비롯한 투수들의 분투로 대한민국은 1대0 영봉승을 거둡니다. 그때 일본을 이겼다는 기쁨에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계속 국대 경기를 챙겨보게 됐습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야구라는 게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더군요. WBC가 끝난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전 KBO를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리그 경기를 챙기면 시즌 내내 이런 카타르시스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거지요. 반만 맞은 생각이었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행복하지만 지면, 그것도 연패에 빠지면서 부진하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습니다. 그전까지는 야구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각설하고,


일단 KBO를 보기로 정한 이상 응원하는 팀을 정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8개 팀이 있었는데요, 순위나 팀 전력 같은 건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이팀 저팀 보다가 LG Twins로 정했습니다. 서울 연고이고 검정생 유니폼도 왠지 멋있어 보였고, 또 봉중근 선수 소속팀이었으니까요. LG 암흑기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뭐 사실 알았더라도 제 성격상 크게 신경쓸 것 같진 않습니다만......


골수 LG팬분들만 하겠습니까만 그후로 저도 열심히 야구를 챙겨보면서 LG에 대한 애정을 키워갔죠. 처음엔 봉중근 선수 쫓아와 정착한 팀이었지만 곧 다른 선수들도 전부 응원하게 됐고, 선수단 뿐 아니라 LG Twins란 팀 자체를 사랑하게 되고...... LG가 못할 텐 가슴이 미어지고 잘 할 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작년 기적처럼 4강에 들었을 땐 거의 울뻔했습니다. 이젠 그냥 제 삶의 뗄래야 뗄 수 없는 일부처럼 돼버린 것 같아요. 덕분에 주위에선 야구 오타쿠 취급을 받지만, 오히려 그리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LG Twins가 없는 제 삶은 이제 상상이 잘 안 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제 LG가 또 졌습니다. 봉중근 선수 때문만은 아니지만 봉중근 선수의 책임이 큰 경기인 건 분명했습니다. 봉중근 선수는 그냥 투수조의 일원이 아니라 팀의 수호신, 클로저이니까요. 또 팀을 떠받치는 베테랑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껏 응원해온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그중 일부는 안 좋게 헤어지기도 했고, 때문에 가끔 구단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 그 선수들보다는 언제나 LG Twins란 팀을 더 응원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좀 설명하기 어렵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습니다. 어제는 LG가 패배한 거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어요. 제가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펐던 건 봉중근 선수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제 경기는 그간의 불안을 확인사살해준 것에 불과했죠. 봉중근 선수의 기량은 명백히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런 기미는 작년부터 보였습니다. 예전 같이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막아도 꾸역꾸역 막았죠. 그래도 작년은 유독 심한 타고투저였고, 또 봉중근 선수 뿐 아니라 모든 마무리 투수들이 부진했고, 또 그중 봉중근 선수만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이란 사실을 위안삼았습니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할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봉중근 선수가 올해까지 멋지게 장식하고 마무리 바통을 넘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랬습니다. 보직이란 걸 갑자기 바꿀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제 바램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현재 봉중근 선수의 경기력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이제 시즌 시작했고, 봉중근 선수가 슬로스타터란 점을 감안하면 날이 더워지면서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낙관하기에는 봉중근 선수가 나이도 있고, 또 공의 상태가 좋지않습니다. 작년부터 두드러진 구속저하는 말할 것도 없고 제구력도 굉장히 안 좋숩니다. 구위도 최악이구요. 정말 반등할 수 있을까. 꼭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도 저조차도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팬들이 봉중근 선수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요. 야구 커뮤니티에서 LG 팬들 중 일부는 봉중근 선수가 등판하지 않도록 차라리 세이브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까지 하더군요. 또 LG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조롱의 대상이 되가고 있다는 점도 슬픕니다. 오늘 네이버 기사 댓글을 확인하면서 봉중근 선수 등판할 때 싸이렌 소리를 조롱하는 댓글들을 몇 개 봤습니다. 적 공습경보 소리냐고...... 잘할 때는 신처럼 추앙받다가도 부진하면 온갖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숙명이고 저도 그런 문화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참 슬펐습니다. 또 봉중근 선수에게 명예회복의 기회가 가길 바라면서도 정작 그런 기회가 올 때 과연 봉중근 선수가 해낼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제 자신의 모습에도 슬펐구요.


사람의 앞날은 알 수가 없지요. 봉중근 선수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고, 또 기적처럼 다시 부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게 이번 시즌에 이뤄질 수도 있고, 어쩌면 다음, 다다음 시즌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요. 팬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응원 뿐이겠지요. LG Twins를, 그리고 봉중근 선수를.


하도 심란해서 글을 적었습니다. 봉중근 선수와 LG Twins 모두 부활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68 이가후
    작성일
    15.04.04 12:56
    No. 1

    봉 ㅜㅜ
    구위가 떨어지니 볼이 많아지고 커트 당하고... 그러다 무너지고ㅜㅜ
    하지만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대추토마토
    작성일
    15.04.04 14:25
    No. 2

    it's 미미타임

    근데 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최상위 마무리라는점 ;ㅅ;
    먹어온 짬밥이있는데 밥값은 한다고 보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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