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을 보고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어서...
폐하라는 호칭은 독립국의 왕에게 붙는 호칭, 혹은 그러한 호칭의 번역어라고 보는 게 옳습니다.
황제=폐하, 왕=전하라는 ‘공식’은 완전한 독립국이 아니라 제후국일 때에만 성립합니다.
(정확히는 중국 황제 폐하와 조선 국왕 전하라는 칭호의 위계가 인식에 너무 깊이 뿌리박혀서 생긴 관념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자료가 없어서 정확한 실례를 들 수는 없는데...
폐하와 전하는 본래 다소 혼용되었고 꼭 칭제를 하지 않더라도 폐하를 쓴 예도 많습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우리 나라 근대의 경우도 들 수 있지요.
고종 황제가 ‘폐하’로 불리게 된 것은 황제 칭호를 쓰기 이전이었습니다.
제국과 황제를 칭하기 전에 우선 독립국의 군주로서 대군주 폐하라는 칭호부터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조선 시대의 용례에서도 폐하가 황제의 칭호가 아니라 독립국 군주의 칭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왕세자 또한 황태자로 개칭하기 전 우선 왕태자 전하로 승격합니다.)
유럽의 경우야 말할 것도 없지요. 황제와 왕이 피라미드 형 상하관계를 이루지 않기 때문에
왕을 ‘your majesty’라고 부를 때에는 전하가 아니라 폐하라 번역하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독립국이 아니라 종속된 공국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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