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귀한 경험을 했네요.
오늘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점심은 간단히 라면으로 때우기로 했습니다. 슈퍼에서 신나면 하나 사와서 물을 끓이다가 냉장고를 보니 스팸이랑 참치가 있더군요.
어라, 이거 넣고 끓이면 맛있겠다 하고 냉장고를 더 뒤적뒤적였더니 돼지고기도 나오고 명란젓도 나오고 여튼 이거저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뒤적이다 보니 왠지 라면을 부대찌게 비슷하게 끓여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겁니다. -_-;; 요리도 할 줄 모르면서... 네이버 요리 레시피를 보면서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물과 라면 스프를 끓이던 냄비에 생돼지고기 1점 추가.
사실 돼지고기 간 걸 넣어야 하는데... 귀찮으니 생략하고 한 점만 넣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게 모든 일의 원흉이었습니다.
보글보글 끓이는 걸 보다가 스팸 + 참치 추가. 그리고 명란젓도 추가.
근데 이 시점에서 누린내가 약간 나더군요. 헐 어쩌지. 괜히 라면에 생고기 넣었다고 후회하면서 천장과 싱크대 쪽을 뒤적이다가 간장 한 숟갈 추가. 그리고 마늘 간 것 약간 추가.
그러나 누린내는 가라앉지 않고...
몰려드는 후회로 머리를 쥐어짜다가 이미 나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심정으로 비장하게 아끼던 증류식 소주 맛술용으로 한잔 추가.
누린내가 약간 가라앉은거 같은데? 좋았어 이 기세로 김치 추가!
그러나 그것이 함정이었을 줄이야.
김치가 익은 김치가 아니었던...것이었습니다. 그 있잖아요. 막 담근 김치도 아니고 푹 익은 묵은지도 아닌 약간 쉰 김치...
냄비에서 약간 쉰 김치냄새밖에 안나기 시작했다....
나는 왜 항상 절제할 줄 모르는 걸까 머리를 쥐어짜다가 새우젓 추가.
냄비가 쫄아붙고 있어?! 물 더 추가.
이젠 더이상 어떻게 손을 대기도 난감한 시점까지 왔으므로 더 이상 손대지 않고 라면사리 추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모양새가 된 크크크식 부대찌개 맛 라면을 식탁위에 올려놓고 한 젓가락 먹는 순간!
어라 맛있어 ㅋㅋㅋ 뭐야 ㅋㅋㅋ 이게 왜 맛있지? ㅋㅋㅋㅋ
맛있을 리가 없는데....맛있어? ㅋㅋㅋㅋ
결국 냄비 밑까지 싹싹 긁어먹고 왔습니다. ㅋㅋㅋ 왠지 웃음밖에 안나와 ㅋㅋㅋ 난 사실 요리왕 비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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