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글자를 보고 외운 것은 아니고, 그냥 노래 가사처럼 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사를 더 못 외우는 시점이 금방 다가와서 결국 중간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대략 4*20줄 정도를 외운 것 같네요. ^ ^ 둘째 누나는 끈기도 있고 국민학생이기도 해서 좀 더 오래 배웠습니다. 누나가 얼마나 배웠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국민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산수 문제를 푸는 중이었죠.
“두 수의 대소를 비교하여라.”
아마 이런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클 대, 작을 소’라는 한자의 음과 뜻이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문장이 쉽게, 아주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졌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단어는 한자의 음과 뜻으로 해석해 보고,
적당히 음과 뜻을 추리하면 십중팔구는 맞았습니다.
이렇게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독서의 폭도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는 공무원 시험용 교재(국사)를 읽었습니다.
재미나는 일화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어서 좋았습니다.
중학교에 가서 한자를 배우게 되었는데요,
글자의 모양을 외우고 문장을 해석하는 것은 잘 안 되더군요. ㅠ ㅠ
모양을 외우기 위해서 반복해서 쓰는 것도 엄청 지겨웠고요...
숙제를 하느니, 차라리 몇 대 맞고 말지... 이런 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경남 진주시로 유학을 갔죠. ^ ^
하숙집에 굴러다니던 무협지로 무협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만화방을 들러서 무협지를 빌려오곤 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용돈이 죄다 만화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항상 쪼들렸습니다. ㅠ ㅠ
우리나라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한자의 음과 뜻을 차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한글로 쓸 수 있는 글자이지만, 내용을 보자면 한자의 음과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영어 단어를 자연스럽게 섞어서 사용하듯이,
옛날에 우리 조상들은 한자 단어를 자연스럽게 섞어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순수 우리말 단어보다 한자어가 더 많게 된 것 같습니다.
‘미르’라는 단어가 ‘용’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미리내’라는 단어가 ‘은하수’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순수 우리말 단어는 점점 잊혀지고, 한자어가 그 자리를 대체합니다.
힘들여 순수 우리말 단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보다 한자어를 사용하는 게 훨씬 편하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순수 우리말 사용을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아서, 저는 우리나라 한자교육이 ‘한자의 음과 뜻’을 가르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만 제대로 되어도 어린이들의 문장 이해력이 높아질 테니까요.
한자의 모양을 외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어렵고 귀찮고 힘듭니다.
그냥 음과 뜻을 가르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한자의 음과 뜻을 가르치기를 바랍니다. 모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재’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어떤 서류파일에 싸인하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결제’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신용카드를 꺼내어 돈을 지불하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판타지소설이나 게시판의 글을 보면, 이 두 단어를 혼동해서 쓰는 것을 가끔 보게 됩니다.
한자의 음과 뜻을 알면, 이런 혼동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한자의 음과 뜻을 외우는 것은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쉽습니다.
한자의 모양은 억지로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외우면 더 좋겠지만요..)
모르는 단어를 한자의 음과 뜻으로 해석해 보려고 시도해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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