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반포4동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2층에서 무협소설이나 SF소설을 읽곤 했습니다. 베스트셀러도 있지만, 단 한 명의 독자도 없는 책들이 서가에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1년에 10작품만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30년이 지나면 300작품이 됩니다. 누군가가 하루에 1작품만 읽겠다고 해도 300일이 걸리는 분량이 베스트셀러로 이미 쌓여 있는 겁니다. 여기에 ‘고전’이라고 분류되는 소설들이 또 쌓여 있습니다. 또 베스트셀러로 이름이 높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읽을 거리들이 넘쳐나게 쌓여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독자는 자신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서 소설을 골라 읽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런데 작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건 너무나 이기기 힘든 레드 오션입니다. 이미 죽은지 한참 된 고전작가와도 경쟁해야 하고, 글솜씨로 이름 높은 베스트셀러 작가들과도 경쟁해야 하고, 이제는 중국의 베스트셀러 판타지소설까지 번역되어 들어옵니다. 음악이나 영화 같은 타 장르의 작품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독자에게는 용돈이 한정되어 있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판매 경쟁에서 이기고 작가로서 돈벌이를 하려면, 글솜씨는 기본이고, 정말 재미난 이야기를 생각해 내야 합니다. 취미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생계가 걸린 상황이라면, 글쓰기는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작가 지망생이라면, 이 극악한 레드 오션을 떠나서 일찌감치 다른 일거리를 알아봤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작가 지망생이나 작가들은 글쓰는 게 좋아서, 글쓰기에 미쳐서 소설을 계속 쓰는 것이거나 베스트셀러가 되는 행운을 기대하면서 글을 쓰는 거겠죠. 그런 이유로 저는 판타지소설 작가 여러분에게 기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멘탈에 영향이 조금이라도 영향이 가는 악플은 달지 않으려고 해 왔고요. 일부 작가가 독자들을 폄훼하거나 흑우 모드로 본다고 해도, 그걸로 작가를 두들겨 팰 생각도 없습니다. 작품만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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