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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모가 키워준 사연

작성자
Lv.16 지석
작성
09.12.11 04:08
조회
301

이모가 키워준 사연이 예전에 2ch에 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불량하게 큰 아들이 계모가 다름아닌 이모였다는 것을 알고, 개과천선 하나, 이모는 병들어 죽어 효를 다할길이 없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그 플롯에서 전 정말 눈물흘리면서 감동먹었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진건,

그래서 그 주인공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엄마의 은혜를 입은 주인공은 어떤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까?

그게 궁금해져서 판타지 프롤로그를 써봤습니다.

심야에 심심하신 분들만 읽어보세요 스크롤이 깁니다.

--- 프롤로그, 얀과 가이우스의 첫날밤.

내가 엇나가기 시작한 것은 아마 열한 살부터였을 거야.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셨다는 것을 알았거든.

가출도 그때가 처음이었고, 시간이 지나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나쁜 녀석들과 어울리며 방황했었지. 그런 것 때문에 아버지한테 야단맞을 라 치면, 어린마음에 친아빠가 아니라서 더 미워하는 줄 알았지.

열다섯 봄이었나? 정말 아버지에게 심하게 대든 적이 있어. 우리아버지는 정말 시장 통에서 안 해 본 것이 없었거든, 그러다보니 동네 꼬맹이들이 놀려댈 일이 있었는데, 내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참지 못하고 손을 썼지, 나를 놀린 것이 아니라 우리 마리를 놀리고 못살게 굴었거든,

지금 생각하면 적당히 쫒아내고 말았어야 했는데, 그만 손찌검을 했는데, 그중에 귀한 집 자식이 섞여 있었나보지. 용병들이 찾아와서 보복을 하려는 걸 아버지께서 발 벗고 나서서 막아 주는데, 그만 눈을 다치고 만 거야.

그 와중에도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고, 용병들도 일이 커지는 것이 싫었는지, 아버지를 구타하던 것을 멈추고 돌아갔는데, 그 일로 후에 영영 시력을 잃게 되셨지.

하여간 그때 참지 못한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진건가, 그럼 마리와 나는 그렇게 당해도 싼 년들이었나. 그네들 말대로 애미 없는 자식이어서 그런 것이냐고, 아버지한테 막 대들었었지.

눈을 다치고 속에 골병들 정도로 구타를 당하신 아버지가 안쓰러운 마음,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밖에 표현 못할 정도로 어린 계집애였지. 그 당시 나는 말이야. 우리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 구타를 당하고 그러는지, 반항도 못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서 그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어.

“친 딸도 아닌 년인데 죽게 내버려 두지 그랬어요!”

아마 비슷한 말이었을 거야. 그리고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매 한번 안 드신 아버지한테 처음으로 따귀를 맞았지. 당신은 고된 하루벌이로 딸들을 키울지언정 정말 곱게 키우고 손 한번 안댄 분인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버진 속주 안찰관 임용에 응시했을 정도로 엘리트 관료과정을 밟던 분이셨다고 해. 그런 분이 노가다나 다름없는 일로 나를 키워 주셨으니...

아, 나 왜 이러지, 오늘 같은 날 아버지 생각하니까, 눈물부터 나네,

하여간 성품이 관료 타입이셔서 인지 우릴 곱게 곱게만 키워오셨거든. 그런데 그렇게 대들던 그날, 아버지도 힘드셔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언젠가는 말해줄 요량이셨는지 숨겨온 이야기를 해주셨지.

아버지는 정말 명문가 출신 이셨나봐, 가문 중에서도 종가 소 가주쯤 되는 위치였다나, 뭐라나. 위로 형제자매가 더 있었다고 하니 종손도 아니고 계승권도 멀었겠지만.

그런 아버지에게는 아리따운 여동생이 있었는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데, 그 이후론 권세가에서 뻔한 이야기지만. 그런 가문의 자식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정략결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만 그녀가 남자 따라서 도망가 버리고 만 거야. 불같이 화가 나신 아버지의 아버지는, 그녀를 없는 셈 쳤지. 그런데, 그녀가 남자 따라 나선지 오년 만에 너 댓살 먹은 애기를 하나 데리고 가문에 돌아왔지. 쉽게 말하면 소박 맞았달까?

그녀는 추운 겨울에 문 앞에 무릎 꿇고 삼일 밤낮을 빌고 빌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쉽게 용서해 주시지 않았지. 결국 그녀가 눈밭에 쓰러지는 사단이 나고서야 길길이 날뛴 우리아버지께서 여동생과 조카딸을 데리고서 집안으로 들어왔데.

아버지는 결혼한 지 일 년 만에 딸을 낳던 아내를 상처하고, 혼자 가문에 돌아와 계셨었거든. 그리고 가뜩이나 쇠약해진 몸으로 돌아온 그 여동생은, 삼일의 고생 때문에 폐렴에 걸려서 결국 그해에 죽었데.

아버지는 당신의 딸을 그렇게 몰아 죽일 수 있냐고 당신의 아버지한테 대들고 집을 나와 버렸지. 돌도 안 지난 자신의 딸과 다섯 살 난 조카와 함께 말이야. 아버지는 그런 몰인정한 가법만 중요한 가문에서는 숨 막혀서 한 시도 있을 수가 없으셨대.

아버지, 아니 백부님은, 나를 그렇게 키워 오셨던 거야. 하지만 공부밖에 모르던 아버지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이런 삭막한 도시에서 가능했을까? 속주로 라도 내려가서 화전이라도 일구었으면 모르겠는데, 아버지는 기어코 도시에 남아서 하루살이 같은 일로 우리를 키우셨지.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울어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을 거야. 아버지랑 나랑 정말 펑펑 울어댔고, 아직 나이가 어려서 다 이해를 못했던 마리까지 우리 세 사람은 원 없이 울었어.

난 아버지가 불쌍했고, 한쪽 눈 까지 다친 아버지한테 더 없이 미안했어. 결국 실명이 되긴 했지만. 그걸 낫게 해보려고 내가 백방으로 얼마나 뛰었는지, 넌 아마 모를 거야.

그리고 그 힘든 삶에도 기개를 잃지 않고, 본가 도움 없이 우리를 키워 오신 아버지가 더 없이 자랑스러웠어. 그 와중에도 아버지는 끝없이 이렇게 말씀 하셨거든

“미안해 말아라, 너는 내 짐이 아니다. 내 딸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동생이 낳고, 내가 가슴으로 키운, 바로 내 딸이다. 이까짓 눈은 너한테 얼마든지 줄 수 있단다.”

그런 아버지의 말씀이 없었으면 난 아빠한테 미안해서 죽었을지도 몰라.

그 날 이후로 난 불량스런 생활은 모두 그만 두었어. 펍(pub)에도 나가고, 일이란 일은 닥치는 대로 했지. 아버지 눈 때문이기도 했고,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 마리를 통해서 갚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지.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사람들에게 척안(隻眼)이라는 별명으로 지슈카라고 불렸지만. 아버지는 눈을 잃고 성실한 딸을 얻었다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셨어. 나는 아버지의 별명을 싫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두 번 다시 아버지께 미안한 일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거울로 삼았지.

결국 삼 년 만에 우리는 작은 가게를 하나 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날의 기쁨은 정말 잊혀 지지가 않아. 그때 6개월간이 나한테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어.

하지만, 행복한 가정도 잠시 뿐, 불행이 찾아왔어. 아니, 불행은 원래부터 있었어. 아버지가 내색을 안 하셔서 철없던 나만 몰랐을 뿐이지.

당시 용병들에게 구타당한 것이 아버지께 속병이 되었나봐. 폐가 다치셨는지, 나중에는 각혈까지 하실 정도로 악화되셨지. 나는 정말 백방으로 노력했고, 결국 어렵게 장만한 가게까지 팔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살리지는 못했어. 통증을 완화시키고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약재를 구해드리는 것이 전부였지. 아마도 아버지께서 아셨다면 가게를 팔게는 못했겠지만. 마리와 상의한 나는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 모르게 가게를 팔아서 치료를 계속했지. 덕분에 가시기전에 아버지와 많은 걸 나눌 수 있었고, 그 점은 마리와 내가 공감하는 면이야. 젊어서 고생이야 다시 하면 되잖아. 아버지와의 연장된 마지막은 두 번 다시 못 바꾸니까 말이야. 덕택에 지금 목숨 걸고 돈 버는 셈이지만. 후회는 절대 없어.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후견인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 예전 여동생, 그러니까 내 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맡겨 두었던 부탁과 약속을, 본인이 직접 책임질 수 없게 된 이 순간에 이행한다고 하셨지. 그리고 아직 살아계신 친 아버지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소식까지 전해주셨는데, 나한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어.

왜냐하면, 아버지를 화장하고 나서, 주신 주머니를 풀어보니까. 약속의 징표들 말고도 아버지께서 친히 내게 쓰신 편지가 들어있었거든.

잠깐만.

내 펜던트 속이 맨날 궁금하다고 했지?

여기, 이건 내가 부적으로 가지고 다니는데, 조심스럽게 읽어야 해.

자 읽어봐. 우리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야.

- 사랑하는 얀에게 -

당신은 추운 눈 밭에서 영문도 모르고 오돌오돌 떨고 있던 그 때를 기억합니까?

그대와 내가 처음 만났던 그때를, 난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십 사년이나 정말 곱게 자라주어서 감사합니다. 때로는 말썽도 피우고, 때로는 든든하기도 했던 우리 집의 대들보, 당신이 있기에 나는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습니다.

나의 젊은 시절 꿈꾸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나는 그 덕분에 당신과 마리라는 두 보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와의 만남이 이렇게 짧을 줄 알았다면, 아니, 십 사년이라는 세월이 이렇게 짧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대에게 더욱 많은 것을 보여주고, 그대에게 더욱 많이 사랑한다 말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많이 아쉽고 서운합니다.

어땠나요? 나는 그대에게 좋은 아버지 였습니까?

그대는 내가 많이 부족하고 보잘 것 없어 힘들지 않았나요?

내가 평생을 해주려고 마음먹은 사랑, 다 주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

나는 이제 그대를 떠나지만,

그대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천국이란 곳이 있다면, 기다리고 기다리면, 그대를 만날 날이 오겠지요?

착하고 순수한 그대는 반드시 천국에 갈 것이기에, 나는 살아오면서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 내가 그대보다 먼저 가, 그곳에서 사람들이 나를 맞아주며, 짧은 인생 어떠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대를 알고, 그대를 사랑해서 축복받았다고 말 할 겁니다.

그곳에서도 항상 당신의 행복을 기원하며 살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계속 행복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걱정 되는 것은, 든든한 우리 집 장녀와는 달리,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우리 마리입니다.

내가 그대의 좋은 아빠가 되었다면, 그대 또한 마리의 든든한 언니, 그리고 못다 한 아빠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지난 삼년간 그대는 이미 마리의 좋은 언니가, 그리고 좋은 엄마였으니 앞으로도 잘 해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내가 가더라도 당신은, 나를 오래 기억하지 말고 당신을 사랑해주는 이를 만나고, 마리를 사랑해주는 이를 봐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나중에 하늘에서 만날 때, 정말 즐겁게 살다 온 이야기를 모닥불 피워놓고 밤새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나도 정말 보고 싶지만, 이제 내가 볼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 딸, 내가 사랑하는 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소중한 보물. 그리고 든든한 우리 집 기둥.

그대를 알아서 행복했고, 그대를 사랑해서 축복받은 인생이었습니다. 나는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먼저 올라가서 푹 쉴 테니, 지치고 지쳐서 머리가 하얗게 쇨 때까지 인생 즐기다가 만나요.

추운 겨울, 마지막 남아있는 낙엽 한 장을 바라보며, 당신들만을 생각하는 아빠가 씁니다.

과연 얀은 어떤 여자로 성장해 나갈까요?


Comment ' 2

  • 작성자
    Lv.28 슈레딩고
    작성일
    09.12.11 08:54
    No. 1

    어이쿠... 얀 지슈카 장군이 여자가 됐군요. 게다가 눈은 아버지께서 대신 멀어주셨네요. 하하.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지석
    작성일
    09.12.11 10:04
    No. 2

    아버지꼐서 멀어주신 대신, 그 칭호를 고집해서 쓰는거죠.

    아무래도 말이 좀 되야 하니까.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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