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나 어렸을 때 본 애니였는데요.
여러가지 의미로 기억에 남는 애니였습니다.
애니는 아마 1기와 2기로 나뉘어 있던 걸로 압니다. 꾀나 오래되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문득 생각나서 끄적거려 봅니다.
스토리는 옛날 이세계에서 ‘라무’라는 이름의 용사가 마왕,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를 쓰러뜨렸지만, 그 마왕이 다시 부활해서 이세계를 위협합니다. 그러자 어느 나라에서 전형적인 용사소환을 통해 한 소년를 소환하게 됩니다. 이때 용사로 소환된 소년의 이름 또한 라무로, 과거의 용사와 구분을 위해 ‘2대 라무’라 하죠.
2대 라무가 동료들을 모아 다시 한번 마왕을 쓰러뜨리고 본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소년기사 라무 1기’의 내용입니다. 적당히 재미있고 무난한 내용의 소년 만화였죠.
문제는 2기 입니다.
2기에서 ‘2대 라무’는 이세계의 어느 공주와 결혼하여(그러니까 그 나라의 공주가 현실세계로 시집온 것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이때 낳은 아들의 이름을 라무라 짓게 되는데, 그러니까 2기의 주인공 입니다. 또다시 초대 라무와 1기의 주인공과 구별하기 위해 2기의 주인공은 ‘3대 라무’라 칭하게 됩니다.
3대 라무 또한 마왕의 위협으로 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처음에는 1기처럼 가볍게 나가다가 시간이 지나더니 꾀나 시리어스 해지더군요.
과거 초대 라무는 1기에서도 언급된 마왕 보다 더 강력한 다른 마왕과 싸운 적이 있는데, 이 마왕의 힘은 너무나 강력하여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초대 라무는 그 마왕을 자신의 몸에 봉인하고 긴 잠에 빠져드는데, 이 마왕은 그를 기회 삼아 초대 라무의 육체를 빼았고 3대 라무 일행을 압도적으로 몰아부칩니다.
본래부터 초대 라무는 2대나 3대와 비교하여 압도적으로 강했습니다. 3대는 금방 핀치에 몰리고 그의 아버지였던 2대 라무와 그의 아내(그러니까 현실세계로 시집온 이세계 공주)는 제 아들과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초대에 맞서지만 역부족이었고 석상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후에 3대 라무는 어떻게든 초대 라무의 몸을 장악한 마왕을 몰아붙이고, 초대 라무는 한순간 몸의 주도권을 일부 되찾아 마왕이 결정적인 공격을 피하지 못하게 붙잡습니다. 이후 초대 라무는 웃으며 눈을 감고 그의 몸은 재가 되어 흩날립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초대 라무는 죽었지만 그 안에 있던 마왕은 죽지 않았고 말도 안되는 힘으로 3대 라무 일행을 압박합니다. 즉 초대 라무의 죽음은 개죽음이 된 것입니다.
어쨌든 이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는 어떤 성검의 힘이 필요했는데, 웃기게도 이 성검은 동료들의 목숨을 담보로 쓸 수 있었고, 결국 3대 라무는 원치 않았지만 다른 동료들의 자발적인 희생으로 마왕을 쓰러뜨리게 됩니다.
마지막에 3대 라무는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목숨 보다 사랑했던 동료들은 모두 죽었고, 결국 그가 얻은 것은 잔혹한 고독과 슬픔 뿐이었습니다.
이 허무한 결말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뭐지? 결국 그래서 주인공이 얻는 게 뭐야?’
용사는 마왕을 쓰러뜨렸지만, 애니는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만화나 애니를 보면 다시 처음 부터 끝까지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건 단 한번도 다시 보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기 싫었거든요.
어째서 이 애니가 인상적였냐 하면은, 첫째로 그 형태가 어떻든, 작중에서 신과 같았던 영웅이 적으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작중에서 직간접적으로 그 영웅의 위대함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위대한 힘이 주인공을 적대한다는 것이 그렇게나 절망적이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습니다.
두번째로 동료들의 희생이었습니다. 배신을 밥먹듯 때리는 요즘 용사의 동료들과 달리 경향이 많지만 당시에는 용사에게 헌신적인 동료들이 많았습니다만, 그렇게 까지 동료의 희생을 임팩트 있게 그려낸 애니는 본 적이 없습니다. 레귤러 동료들을 모조리 죽이고 다시 살리지도 않는 그 임팩트는 당연하겠지만 ‘꾸러기 수비대’와 비교할 수가 없었죠. 결국 ‘꾸러기 수비대’는 끝에 다 살렸잖아요.
사실 굳이 찾자면 이런 비극적인 애니나 만화 없는 게 아닌데, 이 비극적인 애니는 제게 처음이었기에 아직도 완전히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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