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썼습니다. 현대 판타지이고, 문피아에 투고도 해서 어려 조언도 얻었습니다. 새로워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여기 담당 편집자 분이 이야기를 해주셨죠.
솔직히 말씀드리건데, 작가님의 필력은 사소한 단어 실수를 제외하고서라도 무척 좋습니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장르소설에 있어서 재미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글의 퀄리티가 일정 이상이라면,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며 다소 기술적으로 얻은 관심을 유지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작가님께서 작중 세계관, 용어 등 설정에 많은 공을 들이신 것은 조금만 읽어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신화과 이능, 초능력들을 다루는 것에는 조사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이렇듯 새로운 세계관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록 모습만 조금 바꾼 우리 세계의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새로워 ‘보이는’ 그 세계관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왜 흔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헌터물, 레이드물이 인기를 얻는가? 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편하게 바꿔봤습니다. 또 연재하는 플렛폼도 옮겨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독자 쪽에서 댓글을 남겨주셨더군요.
‘이게 판타지임? 마법사는 헬파이어 쓰고 해야하는거 아니냐. 왜 서클매직 없고 다른 이상한 것을 가져다 쓰냐’
‘소드마스터는 어디있나’
‘이정도 필력이면 차라리 헌터물을 쓰는 것이 좋겠다’
뭐, 꽤 많았습니다.
Fantasy라는 단어의 뜻이 무색해지더군요. 아니면 이미 판타지라는 이름을 빌린 또다른 무언가가 되지는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시는 선생님들 중 몇 분이 한국형 판타지를 읽고 계십니다. 재미는 모르겠는데, 표지 하나는 일품이더군요. 병동에 Call받고 내려가서 Iv 중에 그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읽고계신 책, 재미있어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 없이 그냥 읽는 것 같다. 그려지는 것도 없고 남는 것도 없지만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얻는 쾌감이 있다.”
대부분의 독자님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미 판타지는 문학이라는 장르문학에서 문학이라는 칭호를 과감히 버려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승전, 결기승전, 이런 식의 글의 비상식적인 진행이 당연하게 받아 들여진다는 것 아닙니까.
말이 길어졌네요. 원래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말이죠. 여러분들게 묻습니다. 너무나 색다른 세계관이 독자들에게 큰 진입장벽이 된다면, 과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Commen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