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황시목은 비현실적이다.
감정이 없는 캐릭터는 드라마를 위한 연출이라고 봐줘도, 일체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그 캐릭터, 그런 검사의 캐릭터는 요즘 시대의 검사를 대입해보면 별로 와닿지가 앉는다.
정의로운 검사도 있지 않느냐고?
물론 마약범과 싸우고, 조폭들과 싸우고, 이 사회의 악들과 싸우는 검사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악도 악 나름.
적어도 비숲은 본 이들은 여기에서 말하는 악이 어떤 악인지를 알 것이다.
거대한 권력, 금력, 거대한 악.
과연 그런 거대한 악과 깨질 것을 각오하고 당당하게 맞붙는 검사의 캐릭터는 얼마나 현실적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시목의 캐릭터는 그래도 어쩌면 혹시라도 존재할지 모를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
아예 악과 타협하기를 마다하고, 악과 손을 잡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고집 센 검사가 하나 쯤은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오히려 내가 봤을 때 더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이창준이다.
그럼으로 비숲의 마지막 회, 결말 부분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판타스틱한 부분이다.
차라리 이창준이 이윤범의 목줄을 잡고, 한조그룹을 삼키기 위해 이 모든 계략을 꾸몄다고 말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와닿을 지도 모른다.
물론 감동은 덜하겠지만, 그만큼 황시목과 대비되는 악으로서의 존재감은 강렬해질 테니까.
내부고발자 캐릭터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창준이 비현실적인 부분은 그가 이너서클 안에 존재하는 일명 패밀리에 속하는 이란 점이다. 사위라고 해도, 약간 차별은 받을지라도, 그것은 분명하다.
악이, 거대한 악이 무서운 점은 거기에 물들고 나면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건 이미 하나의 악이 아니라 거대한 시스템화 된 존재일 테니까.
그나마 황시목이 방송에서 이창준을 가리켜 ‘괴물’이라고 불렀던 것이 판타스틱한 마지막 회에서 자칫 정의로운 다크나이트로 박제될 뻔한 이창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일 지도 모른다.
끝으로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한국 드마라의 마지막 회는 정갈한 맛이 덜하다.
(마지막 디저트까지 머리를 강력하게 때리는 그런 맛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한끼의 식사를 다하고, 조용히 음미하며 숭늉이나 차를 마시는 그런 느낌보다는
그냥 이것저것 음식에 사용됐던 재료들을 다 짬뽕해서 한번에 들이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지금껏 먹은 음식 그릇들을 한꺼번에 싱크대에 쏟아붓고, 물 튀키며 설겆이를 하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시그널과 비교해 비숲이 낫다는 이들도 있지만, 적어도 마지막 회까지의 긴장감이란 측면에서는 난 시그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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