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다른 것에 대한 존중, 은 매우 중요합니다.
옳아요. 하지만 똑같은 것을 본래는 피디수첩 측에서 배웠어야 했던 겁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피디수첩 측의 행동으로 인해, 배아복제 부분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한다, 는 상황은 이미 물을 건너 가버린 겁니다.
저는 황박사의 연구가 거짓이라고는 물론 믿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거짓이었다면 그건 근대 최고의 사기극이 될 테지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그 거짓말에 놀아난 것입니까?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짓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자, 이제 의혹이 풀렸으니까 다시 출발하자! 라고 될 것 같습니까?
첨단공학, 과학이라는 게 한 번 앞섰다고 영원히 앞서 있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제가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만, 이미 대학 3, 4학년때부터 책이 아니라 IEEE같은 저널의 레터로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몇 개월 전의 지식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간다는 말입니다.
한데 피디 수첩에서 6개월간 취재라는 말로 계속 간섭하고, 증명을 요구했다면, 제 의견으로는 황박사 팀의 연구는 그 시간동안 답보상태였을 겁니다.
연구를 하는 건 사람입니다. 자그마한 방해만 있어도 집중하기 힘든, 그러한 예민한 사람들인 겁니다.
어제 바둑 프로기사 한 분이, 자신은 대국을 할 때 핸드폰을 꺼놓는다고 하더군요. 전화가 오면, 좋은 소식이건 나쁜 소식이건 집중에 방해가 된다는 겁니다.
피디수첩은 과학적 검증기관이 아닙니다. 그런 곳에서 요구한다고 해서 줄기세포를 내어주었다는 건, 그만큼 줄기차게 요구하고 괴롭혔다는 의미가 될 겁니다.
만약 이 사건이 해프닝으로 끝난다고 해도 이제 황박사님의 팀은 절대로 예전처럼 연구하지 못할 겁니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노력과 연구에 대해서 일부의 사람들이 얼마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연구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기계가 아닙니다.
몇몇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에 대해 공격적인 사회가 안타깝다구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태가 왜 출현하는지 생각해보셨습니까?
남이 십여년 이상,(아니 그 전 그 연구를 시작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온 모든 세월들)을 투자하여 이루어놓은 업적을 한 순간의 공명심과(혹은 악의적인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작은 의혹이라는 것으로 산산이 부서놓은 겁니다.
그게 이번 피디수첩의 행동이었습니다.
사람이 항상 옳을 수는 없습니다.
피디수첩이 그동안 잘한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잘한 일이 있다고, 잘못한 일도 덮어둘 수는 없습니다.
일단 이번의 상황에서 약자는 황교수팀입니다.
누가 그들을 보호합니까?
어떤 분들은,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은 국익을 가지고 너무 요란스레 흥분하는 것 아니냐, 고 말하더군요.
안타깝네요. 국익이라는 것 때문에 윤리를 덮어두고 잘못도 덮어두고 가자, 라고 주장하는 사람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입니다.
이건 국익이 아니라, 피디수첩이라는 언론권력이 다른 사람의 평생동안 이루어놓은 삶을, 자신들의 잣대로 없애버리려 한다는 상황이 문제인 겁니다.
난자의 윤리문제 제기는 당연한 겁니다. 그걸 두고 잘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이 있었고 그건 황박사의 잘못이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잘못이었다.' 라는 논조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숨길수 밖에 없었던 황박사의 상황'은 말해주지 않았을까요?
황박사의 잘못은 물론 있습니다. 윤리문제에 저촉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황박사보다 더 반성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왜 그런 연구를 윤리문제를 피하면서 완성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제공해주지 않았단 말입니까?
피디수첩은 자신이 언론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진짜 언론으로서 할 일이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시간을 모두 바쳐서, 삶을 바쳐서 인류의 진보를 위해 나가는 수 많은 과학자, 공학자들이 보다 자신들의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방송을 그들은 했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피디수첩은 그런 의미에서, '황박사팀의 난자 취득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 그때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런 방식이 옳았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렇게 하자,' 가 되었어야 옳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방송했지요
첨단에서 육개월의 빈 시간(앞으로 논란이 마무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겠지요?)은 인문과학에서의 몇 백년과 비교될만 합니다(인문과학을 비하하는 발언은 결코 아닙니다. 아시죠?^^)
피디수첩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만으로(그것도 자기 자신들만의 의혹만으로) 그러한 공백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두렵습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우리도 바랬다. 진실임이 규명되어 기쁘다. 우리는 의혹을 모두 해소시키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제 모두 합심하여 더욱 연구할 때이며, 우리의 노력으로 그런 연구 토양이 조성된 것이 기쁘다."
라는 식으로 방송을 새롭게 하게 되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제 가능성은 백에 아흔 아홉은 사라졌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제가 전자공학을 그만두고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거였지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려고 한다면, 절대로 첨단 분야의 연구는 하지 못합니다.
자신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한 토대 위에, 새로운 업적이 세워지는 겁니다. 무한경쟁이니까요. 느긋하게 하고 있으면 며칠 만에도 추월당하는 것이 첨단이라는 분야니까요.
그런 부분의 연구를 육 개월 이상 멈춰놓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두 다치도록 만들어놓은 후에, 자아 이제 다시 하세요, 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불가능합니다.
피디수첩은 그런 의미에서 참, 큰 일을 이뤄냈습니다.(이 부분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들린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옳게 보신 겁니다)
그들의 자신들의 주장대로 정말 순수한 의지에서 일을 추진했다면 일말의 이해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보아 저는 결코 '순수'했다고 믿지 못하겠습니다.
그들 자신의 믿음에서는 순수하겠지요.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대다수가 보기에는 아닙니다.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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